[기고] 홍현민 ‘금강경 강송대회를 앞두고’

금강경 강송대회 참가 자체로
공부ㆍ공덕 짓는 의미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
함께하는 인연들에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들 갖게 해주기도…

오는 11월2일 제9회 금강경강송대회를 앞두고 주부 홍현민 씨가 한편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금강경강송대회는 불교신문이 금강선원 등과 공동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경전축제입니다. 단체부문은 2인 이상이 <금강경> 한 개 분만 외우면 참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부문은 금강경 전체 32개분을 외워 쓰고 암송할 수 있는 분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탁마하는 의미 있는 법석이기도 합니다. 금강경 수지독송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기고자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금강경 강송대회는 암송하는 당사자는 물론 같은 응시자, 관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개인부문은 진지함, 단체부문은 모두가 환희심을 느끼게 하는 경전축제다. 사진은 제8회 금강경강송대회를 함께 즐기는 청중들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금강경 강송대회는 암송하는 당사자는 물론 같은 응시자, 관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개인부문은 진지함, 단체부문은 모두가 환희심을 느끼게 하는 경전축제다. 사진은 제8회 금강경강송대회를 함께 즐기는 청중들 모습. ⓒ불교신문

행복한 순간들은 떠올리면 가을바람처럼 미소로 흘려보낼 수 있지만, 반복된 괴로움의 순간들은 환절기 감기처럼 몸에 기억되어 한동안 머물게 됩니다. 저에게 <금강경>은 맞는 순간 아프고, 들어가기 힘들지만 한번 들여보내지기만 하면, 저에게 필요한 항체를 무한하게 만들어내는, 예방주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금강경이 제 삶에 있어서 이렇듯 소중하다 보니 그 인연의 소중함도 늘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12년 전 금강선원 신도였던 지인의 소개로 청소년 기초참선반을 알게 되어,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둘째아이와 함께 서울 개포동 금강선원을 다니게 됐습니다. “자식 공부시키고 싶거든 엄마부터 공부하라”는 혜거 큰스님의 말씀과, 암송은 기본이고 금강경 32개분 전체를 한자로 쓰는 노보살님들의 모습을 보며 발심해, 제4회 금강경강송대회부터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할 때면 늘 서로를 격려하고 감동시켜 재 발심하게 하는 선연(善緣)을 만나기도 합니다. 작년 강송대회 참가도 그런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제 소개로 금강선원과 인연된 지 1년도 안되어 금강경 전체를 암송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법상행 도반님께 감사하고 기쁜 마음에 강송대회 참가를 권하고 함께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준비할 때 대충 알고 넘겼던 것들을 도반과 함께 공부하며 이해가 더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강송대회 참가를 준비한다는 마음보다, 이해하고 수지 독송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금강경에 대한 환희심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 도반과 함께 공부한 공덕일까?

도반과 함께 공부한 덕분이었을까요? 지난해 제8회 대회에서 개인부문 최우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과분한 상이라 몸 둘 바를 몰랐지만, 1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부터 저에게 작은 변화가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불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어 청소년 명상체험수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종교와 상관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금강경 책을 권하며 읽어보고 독송도 해보라 권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뜻밖의 수상으로 주변의 축하와 관심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었습니다. 자신감과 부담스러움이 반복되며, 퇴굴심으로 움츠러드는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 역시 금강경이었습니다. 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금강경을 15분 정도 암송 하고나면, 1시간 동안 참선하거나 염불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상쾌해졌습니다. 저에게 산소 같은 금강경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6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의 ‘유지계수복자(有持戒受福者)’라는 부분은 ‘수분지족(守分知足)’이라는 제 선친의 가훈과 계합되어 새겨졌습니다. 저에게 지계(持戒)는 불자로서의 오계(五戒)도 되지만, 제가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가정의 주부, 아내, 엄마이자 구순 노모의 딸로서 잘 해나가고 있는지, ‘지계’와 ‘수분지족’을 기준으로 제 자신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저에게 ‘무아상(無我相)’이라는 부분은 ‘집착’이라는 대못을 움켜쥐고 있는 오른손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아상(我相)’이라는 단어는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고 있는 저를 보게 합니다. 또한 수없이 반복되는 ‘비(非)’라는 글자는, 부정과 긍정으로 경계 짓는 ‘분별심과 편견’이라는 송곳을 쥐고 있는 왼손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대못과 송곳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 그것들을 양손에 움켜쥐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빈손이어야 담길 수 있는 자유와 평안함을 위해, 움켜쥐고 있는 손의 힘 빼기부터 실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오른손과 왼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펼쳐 보기를 의도적으로 반복하면서 금강경을 암송해 보기도 합니다.

주변 분들이 지난해 강송대회 수상하게 된 노하우를 여쭤보셔서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대여섯 가지인데 그 순서가 꼭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금강경강송대회에서는 한자로 외워 쓰면 가산점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도반들과 함께 한자 독송본을 보면서 띄어 읽기를 완전하게 해봅니다. 그리고, 독송본 책을 보며 본인 목소리로 금강경 한 개분(分)씩 일정시간(10~20분) 반복 독송한 것을 녹음해서, 수시로 듣고 따라 하며 귀와 입에 <금강경>이 붙도록 해보세요.

또한, 한 개분(分)씩 느린 속도로 암송한 것을 녹음한 뒤, 독송본 책을 보며 스스로 채점하여 틀린 글자와 문장을 따로 메모하고 써보기를 반복 해보세요. 저의 경우 한자로 써보기는 암송이 어느 정도 완전히 되었을 때 녹음을 들으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하나 더 권한다면 금강경 책과 함께 법문CD를 들으며 경전내용을 이해해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도반과 함께 하게 되면, 혼자 할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환희심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강송대회 참가는 공부와 공덕을 짓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자신,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하며 행복한 순간들을 갖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제9회 금강경강송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대상(大賞)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강송대회 수상 경력자는 다시 참가하더라도 이전과 격이 같거나 낮은 상은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조계종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소의경전을 생활화하는 과정에서 대상까지 받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하지만 대상은 받으려고 준비해서 받아지는 보통의 상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강송대회의 모든 상, 특히 대상은 나와 주변,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인연들과 함께 금강경으로 호흡하고, 금강경이 피부처럼 내 것이 되었을 때, ‘찾아오는 손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대화방에 하루 한 문장씩이라도 꾸준히 올리며, 금강경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수지 독송해 볼 계획입니다.

금강경 1일1독(讀), 독송을 함께하려는 노력과 과정만으로도,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도반들까지 즐겁고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늘 들어왔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불교신문3525호/2019년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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