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답을 소재로 한
독특한 구조의 에세이
허심탄회하게 바라본
인생의 진정한 의미

죽을만큼 힘들 때 읽는 책

장웅연 지음 / 담앤북스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이 삶 속으로 마구 밀려들어오는 것이다. 선택이 나의 주인이며 우리는 선택을 초월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삶이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며 또 언제 거둬들여질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 선택에 웃든 저런 선택에 울든, 목숨이 붙어 있는 날들 동안의 야바위이고 마음놀음일 따름이다. 죽음은 선택을 취급하지 않으며 이런 선택이든 저런 선택이든 모조리 다 빨아들여 해체한다. 결국 선택을 하는 일도 선택을 당하는 일도 살아있음 속의 사건이고 관문인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한 어떤 선택이든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살아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든 감당해낼 것이다.” (책 59쪽 중에서)

2002년 본지인 불교신문사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하며 웅숭깊은 사색의 글들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장영섭 기자(필명 장웅연)가 이번에는 인문에세이를 출간했다. 장 기자는 기자생활을 하며 불교의 가르침에 천착해 웅숭깊은 문장들을 묶어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불교는 왜 그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길 위의 절> 등 10권을 출간하기도 했다.
 

'죽을만큼 힘들 때 읽는 책'은 저자의 경험을 보탠 선불교의 안목으로 삶의 슬픔과 허무감을 덜어준다. 사진=픽사베이

이번에 출간된 <죽을만큼 힘들 때 읽는 책>(담앤북스)은 힘겨운 삶에서 편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삶을 버티고 죽음에 담담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정말 죽고 싶을 땐 책이든 먹을 것이든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테지만, 삶에서 혹은 나 자신에게서 지나치게 기대치가 높다면 우리는 분명 편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편해지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한때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저자가 자신만의 통찰과 깨달음을 시적으로, 때로는 선사처럼 선적으로 표현해 낸 에세이다. 이 책은 세상과 자신,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뿐 아니라 자신이 겪었던 경험에서 깨달은 바를 알려주기도 한다.

<죽을만큼 힘들 때 읽는 책>이라는 제목처럼 책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어둡고 침침해 보이지만 우울하지는 않다. 글 행간 행간에 어둡고 침침하고 우울함을 극복해 낼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어 힘들 때 펴보면 도움이 된다.

저자는 무작정 인생은 아름답다며 뻔해 보이는 희망을 나열하지도 않고 무조건 절망하고 허무하게 흘러가게 하지도 않는다. 마치 카카오함유 92프로의 다크 초콜릿처럼, 색깔은 어둡지만 단맛이 난다. 날카로운 통찰 속에서 삶의 보잘것없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삶을 부여잡을 이유를 제시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아기자기하지도 귀엽지도 않지만, <죽을만큼 힘들 때 읽는 책>은 지친 사람을 일으킨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너무 힘들게 살지 말자. 버티는 삶만으로 박수 받을 만하다’는 논지를 펼치며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면서 부처님 말씀을 전한다.

“세상이 못 살게 굴면 나라도 나를 내버려두어야 한다. 멀쩡하게 살면 그게 부처님이다. 이걸 알자고, 참 멀리도 갔었다. 왜 그랬을까. 하도 괴로워하니까, 끝내 마음도 나를 포기해 그냥 죽어버리라고 한 것도 같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삶이 계속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그렇게 됐다. 결국. 나를 좀처럼 달가워하지 않는 삶에 크게 의미를 두지 말자는 것이 내가 얻게 된 삶의 의미다.” (책 32쪽 중에서)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것이 취미이다. 그 마음을 다시 한 번 책으로 엮었다. 평소 좋아하는 48개의 선문답을 골라 나의 삶에 비춰 보면서 ‘어떻게 하면 죽을 때 후회가 덜할까’방도를 고민했다. 선문답들은 그간 책에서 보거나 불교신문 기자생활을 하면서 주워들을 것들이다. 선불교 역작인 <무문관>에 수록된 48칙을 따라했다.”고 밝히고 있다.

<죽을만큼 힘들 때 읽는 책>은 모처럼 등장하는 불교인문학 에세이다. <무문관> 48칙처럼 윤회, 죽음, 인생, 사랑, 침묵, 운명, 견딤, 우울증에 관한 약간의 상식 등 48개의 주제를 ‘슬퍼하지 마라. 누구나 어쨌든 죽는다’ ‘걱정하지 마라, 한번만 살아내면 된다’ ‘낙심하지 마라. 어떻게 살든 최선의 삶이다’라는 3개의 영역으로 나눴다.

서술형식도 <무문관>의 수시(垂示, 머리말) - 본칙(本則, 글의 주제가 되는 선문답) - 착어(着語, 본칙에 대한 촌평) - 평창(評唱, 설명이나 주석) - 송(頌, 결론에 해당하는 시적인 게송)이라는 선어록의 전통적 구조도 차용해 ‘현대판 무문관’으로 느껴진다.  

“찬찬히 읽어보면 분노와 불안을 다스리는 데 어는 정도 효과가 있고, 한두 개의 구절이라도 사람들에게 유용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언급처럼 분노와 불안에 고통 받는 이들이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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