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의 상상력으로 이룬 자연과의 합일
화엄의 상상력으로 이룬 자연과의 합일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10.07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현대시인 21명의
‘친자연적’ 작품세계 조명
서로가 서로에게 ‘번지며’
만들어가는 소통의 세상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백원기 지음 / 운주사

이광수, 정지용, 박종화, 신석초, 정완영, 김상옥, 조지훈, 조병화, 신달자, 조창환, 이상국, 문정희, 최동호, 황지우, 최승호, 나병춘, 공광규, 이정록, 이홍섭, 장석남, 김선우. 한국의 시단에서 크고 작게 성과를 거둔 시인들의 이름이다.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 빛나는 서정세계를 일궈낸 시인 21인의 작품세계>는 한국 근현대 시인들 중에서 ‘자연과의 일체감을 추구하면서 빛나는 서정 세계를 일궈낸 작가’들을 가려내 그들의 작품을 면밀히 들여다본 평론집이다. 저자는 앞서 밝힌 작가 21명의 대표적인 시들을 소개하면서, 그 시들이 품고 있는 의미와 속내를 통해 문자 너머 시인의 내면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한반도의 근현대사는 그야말로 격동과 변화와 변혁의 소용돌이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시인들 역시 응당 이러한 역사와 소통하고 성찰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며, 절망하기도 하고 희망을 노래하기도 한다.

저자는 21인의 작품 속에서 ‘근대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정신의 긴장과 폭력, 분단과 전쟁, 가난과 슬픔, 생태위기와 생명연대의식, 그리고 비움과 버림의 세계관’이란 시학을 담론으로 풀어낸다. 각각의 시들이 품고 있는 내밀성과 더불어 시인들의 정신세계를 추적하고 있다.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 빛나는 서정세계를 일궈낸 시인 21인의 작품세계'는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시인 21인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책이다. 사진 픽사베이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 빛나는 서정세계를 일궈낸 시인 21인의 작품세계'는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시인 21인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책이다. 사진 픽사베이

이 책에 실린 시인들은 자연과의 친밀함 곧 친연성을 바탕으로 한 존재의 상호연기에 대한 깊은 천착을 드러내 보이는 시들을 썼다. 불교의 화엄적 상상력을 근간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글쓴이는 자연과의 일체감을 추구하면서 빛나는 서정 세계를 일궈내고 있는 사유의 시들은 세상에 ‘붙지’ 말고, 세상을 ‘탈’ 줄 아는 반야왕거미의 지혜를 일러준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배려와 연민, 그리고 공감으로 끊임없는 명상과 치유의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고도 말한다. 공감과 치유의 힘을 지닌 시들이다.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독립적인 개체로서 존재하지 못한다. 서로 물감처럼 번지며 또 다른 하나를 완성해 나간다. “여름이 번져 가을이 되고, 꽃이 번져 열매를 맺고, 저녁이 번져 밤이 되고, 나는 네게로 번지는 것이다.” 이것은 바뀜이 아니라 번짐이라는 것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다.

번진다는 것은 경계와 경계를 무너뜨리는, 더 큰 하나로 전이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즉 주고받음의 상쇄에 의해서 경이롭게 열리고 닫히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세계가 그것이다. 그래서 좋은 시는 마음으로 번져가는 시이고, 마음으로 읽는 시이며, 상생과 공감의 시로 읽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는 “생명경시가 만연한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상실과 불안감, 고독과 소외감은 이미 위험수위에 와 있다”며 “때문에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가슴을 적시며 영혼의 울림을 주는 ‘자연과 명상’의 시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흐렸던 정신을 맑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책이 바로 좋은 시, 좋은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역설하는 이유다.

저자인 백원기 교수는 동국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동 대학 문화예술대학원(문화재전공)을 졸업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및 중앙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겸 평생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숲 명상시 이해와 마음치유>, <불교설화와 마음치유>, <선시의 이해와 마음치유>, <명상은 언어를 내려놓는 일이다>, <하디의 삶과 문학>, <하디 시의 이해> 등이, 역서로 <직관>, <아시아의 등불>, <시골집에 새가 있는 풍경>, <라이오니스로 떠나는 날에>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허응당 보우의 사상과 시적 표현’, ‘현대불교문학의 지향점’, ‘만해의 독립사상과 그 시적 형상화’, ‘추사의 세한도에 나타난 불교적 미학의 세계’ 외 다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