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린 종달새를 본 적 있니?
나는, 그 종달새와 그물 앞에 허공을 놓아 주겠다
바람과 햇살이 들락거리며 동아줄이 지닌 감옥을 비워 내리라
내 입술은 그물을 찢은 칼처럼 흐느끼리라
종달새에게는 종달새의 자유를, 나에게는 종달새의 하늘을 달라
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
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

-강영은 시 ‘그물과 종달새’에서
 


그물에 구속된 새가 있다. 막힌 데 없이 트이고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새이다. 시인은 그 새에게 허공을 다시 주겠노라고 말한다. 동아줄 같은 그물을 걷어내고, 그 대신 자유를 주겠노라고 말한다. 새가 아무런 굴레도 없이, 자유를 제한받지 않고 새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자재(自在)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른 생명의 행동과 의사를 속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본질적 존재 공간을 해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고 쓴 함형수 시인의 시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이 함께 생각난다.

[불교신문3523호/2019년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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