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62> 백만원력 결집불사와 願力(下) - 끝없는 발원
[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62> 백만원력 결집불사와 願力(下) - 끝없는 발원
  • 박부영 상임논설위원
  • 승인 2019.10.04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내 이름 밝히지 않은 암자 비구니 스님 저금통…

해제비 모아준 선원 수좌
작은절 이름없는 스님들…
교구별 대법회 원력 실천
침체된 불교위상 높이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군승들의 백만원력 결집불사 동참은 반년이 흐른 지금 답보상태다. 원인은 군승들의 결의 수준, 군종교구 내 의식 편차, 종단 현실 등 다양하다. 

우선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종단 불사와 군현장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바쁜 군포교 현장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군승들은 매일 반복되는 포교 상담 참모 역할로 눈코 뜰 새 없다. 그래서 직접 문제가 아닌 종단차원 불사는 ‘강 건너 일’과 다름없다. 그래도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고참들이 먼저 나서 독려하는 바람에 동참자가 많았다. 많은 육해공군 군승들이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관심 갖고 동참 중이다.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그 취지와 내용에 걸맞게 대중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조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지난 8월1일 조계사 어린이 불자들이 저금통을 보시하는 장면이다.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그 취지와 내용에 걸맞게 대중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조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지난 8월1일 조계사 어린이 불자들이 저금통을 보시하는 장면이다.

차갑게 식은 원력?

군승들을 발목 잡는 ‘지뢰’는 군포교 현장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곳에서 터졌다. 교구 내 일부 스님의 소극적 태도는 의외였다. 교구 종무회의에서 결의한 100구좌 약정을 거부한 스님이 있었다. 한 군승은 “100구좌라고 해야 365만원인데 그 마저도 돈이 없다며 약속을 하지 않는 스님을 보고 화도 나고 어이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종단을 둘러싼 소극적이며 부정적인 여론도 이들의 의지를 식게 했다. 수도권 군단 주지 법사는 “총무원장 스님이 새로 취임하신 뒤 종단이 안정되고 많이 나아졌지만 지난해 언론을 통해 각인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어 군 신자들에게 종단 차원 불사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냉소와 의심 등 불신풍조도 원력을 방해하는 요소다. 충청권 부대에서 근무하는 영관급 법사는 “뭔가 해보자고 말하면 꼬투리부터 잡고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나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자꾸 움츠러들고 가급적 말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누군가 발원하면 여론이 형성되고 행정 조직이 뒷받침하고 실행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반대로 원력을 세운 이들을 지치게 만드는 반대요인이 더 많은 것이다. 특히 원력을 세워 앞서가는 사람을 음해하고 쑥덕공론하는 문화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중령급 법사는 “뭘 하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 과거 위관급 시절에는 내가 너무 모르고 덤벼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지친다. 그 나이 들어서 아직도 열정이 남아있느냐는 식으로 대하는데 걱정이다. 우리가 군포교 하고 종단 발전 위해 신도들로부터 보시받고 스님들의 지지를 받는데 힘이 안난다”고 하소연했다.

지지부진한 일처리, 일방적 행정 등도 원력을 꺾는 요인이다. 계룡대 영외교육관은 지난 5월 설계에 들어가야 했지만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교구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자칫 불사 자체가 무산될 위기까지 처했었다. 군종교구 부교구장 성진스님과 최선임 이정우 법사가 총무원을 찾아 설명하고 서두른 결과 겨우 설명회를 갖고 최근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기대를 걸고 동참을 결의했던 군승들은 발을 구르고 마음을 조려야 했다. 

영외법당은 두 갈래로 추진한다. 국방부가 40억원 예산을 들여 짓는 교육관과 종단과 군종교구가 60억원을 모금해 건립하는 법당 및 요사채 불사다. 국방부는 이미 설계업체를 선정하고 준비를 마쳤지만 교구가 담당하는 불사 관련 업체 선정이 한참이나 미뤄진 것이다. 급하게 설계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그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군종교구보다 총무원 의견이 반영된 결과에 대해 일부 군승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와 온갖 추측이 나돈다. 이러한 상황이 모두 백만원력 결집불사 동참 의지를 떨어뜨리는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충청권 부대의 한 고참 법사는 “후배 군승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공개 설명회를 갖고 합리적 판단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므로 따르는 것이 옳다”면서도 “총무원도 교구 측 의견을 좀 더 수렴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원력을 더 북돋기 위해서는 민주적 의사결정, 신속하고 정확한 일처리, 추진 주체의 신뢰가 필수라는 사실을 백만원력결집불사를 대했던 군승들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번 해보자”는 데서 “역시 안된다”는 분위기로 빠르게 식어버린 군승들처럼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계룡대 영외법당 불사 추진 과정에서 본 일부의 냉소와 수수방관, 열기를 꺾는 행정처리 방식 등이다. 

민주적 투명한 일처리 중요

종단 주변에서는 “지난해 종단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음해성 보도와 불자들의 실망감 피로감이 올해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백만원력 결집불사 추진위원회가 차지하는 종단 내 위상도 문제다. 종령 기구로 위상이 약한데다 집행부 안에 있지 않아 추진력이 떨어지는 점에 근본 한계로 지적된다. 불사추진위 구성 전부터 종단 안팎과 언론에서는 이러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백만원력 결집불사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조직 위상이 약해서 종무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백만원력 결집불사 내용과 취지를 공감하는 여론이 많은 것은 고무적 현상이다. 불사 사무국의 실무자는 “결집불사 초기에 가장 인상 깊은 후원자가 한 암자의 비구니 스님이셨다. 바로 저금통을 채워서 보내주셨는데 끝내 자신을 밝히지 않았다.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원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감동받았다. 중앙종회의원 집행부 부실장스님과 종무원들 교구본사 등을 비롯하여 이름 없는 절의 스님, 재가자들의 동참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논산훈련소에서 신축법당 불사를 추진했던 보운 김종봉 법사(국방부 원광사 주지)는 “논산 훈련소 법당에 나오는 훈련병을 위한 간식이나 신축불사 등에 돈을 쾌척하시던 분들은 6·25 참전 용사 유족으로 연금을 모아 장병 간식을 주라며 보내주시던 지방의 작은 사찰 비구니 스님, 해제비를 모아 주시던 선원 수좌 스님, 산속 암자에서 수행하시는 노스님 등 작은 절, 이름 없는 스님들이 많았다”며 “백만원력 결집불사가 내세우는 병원 건립, 경주 남산 불상 세우기, 부다가야 한국 사찰 건립, 계룡대 영외법당 등은 모두 꼭 필요한 불사여서 잘 홍보하면 많은 불자들이 수희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 없는 스님들의 동참

백만원력 결집불사 추진 사무국 측도 지방 불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전국적 분위기 확산을 위해 오는 10월5일부터 교구본사를 순례한다. 5일 화엄사를 시작으로 6일 동화사, 11일 월정사, 17일 수덕사, 19일 은해사, 20일 범어사 순으로 진행한다. 지방을 순회하며 전국불자들의 백만원력결집 불사를 홍보하고 동참을 이끌어낸 다는 것이 주최측 의도다. 

이에 덧붙여 불사가 힘을 얻고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나온다. 수도권 군단 사령부에서 근무하는 10년차 군승은 “군법사나 일선 사찰 스님들 그리고 재가자들은 중앙의 총무원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다. 그 중간에 교구나 신도회 등 조직이 있는데 우리 종단 조직 체계상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교구를 거치는 과정에서 일이 무뎌지고 늘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에서부터 중간 단계를 거쳐 우리한테까지 오면 행정 처리만 남고 우리는 동원 수단으로 전락한다”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아래서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나 그 열기를 모으고 추동하는 식의 행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단 행정 조직인 교구 순회 뿐만 아니라 불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순례 방식도 불사 결집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불교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한 재가불자는 “부다가야는 한국 불자들의 필수 성지코스다. 갈 때 마다 중국 일본 티베트 절은 있는데 한국 절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큰스님 모시고 현장에서 법문하고 부처님에 관해 설명한다면 부다가야 한국 절 건립 발심이 저절로 발동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병주 백년대계본부 사무팀장은 “인력이나 행정력이 못 미치다보니 다양한 기획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교구순회 법회가 끝나면 주제별 행사도 활발하게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구별 순회 법회 주목

백만원력 결집불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그래서 끝없는 발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건과 규정을 이유로 움직이지 않거나 소홀한 것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원로 스님은 “본래 무상(無常) 도리임을 알면서도 보살행을 하는 이유는 중생의 이익을 위해서다. 그 출발이 바로 원력이다. 모두가 무상하니까 아무것도 안하고 무기력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원력을 세워 쉼없이 추진하되 집착 않고 머물지 않는 것이 불사다. 이를 일러 불교에서는 수월도량(水月道場)이라고 한다. 흐르는 물에 비치는 달처럼 흔적도 머무름도 없지만 최선을 다해 부처님 도량을 만드는 그 도리가 바로 불교의 원력이요 불사”라고 말했다. 

총무원의 한 종무원은 “최근 교계신문 보도에 의하면 일부 스님들이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안거를 난나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발원하고 실천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부대에서 근무하는 고참 군승은 “백만결집 불사에 동참하자고 제안하면 돈이 없다는 이야기부터 하는 등 조건을 따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우리가 언제 조건이 맞아서 불사하고 수행했나. 부처님 믿는 그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모든 상황이 좋아진 지금 오히려 믿음이 약해지고 원력을 세우지 않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523호/2019년10월5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