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험가는 부처님”
‘실크로드 문명교류사 다시보기’ 주제 강연

9월21일 불광미디어 인문과학원 학림이 ‘유라시아 문명종교의 용광로, 실크로드’를 대주제로 주최한 제8회 붓다 빅 퀘스천에서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민족의 시선으로 실크로드 문명교류사 다시보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가 지난 9월21일 불광미디어 인문과학원 학림이 주최한 제8회 붓다 빅 퀘스천에서 한민족의 시선으로 실크로드 문명교류사 다시보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유라시아 문명종교의 용광로, 실크로드를 대주제로 한 이날 강연은 윤 교수와 함께 권영필 전 한예종 교수와 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가 잇따라 강사로 연단에 올라 실크로드에 대해 강연했다.

윤명철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을 통해 우리 민족과 유라시아지역은 예부터 역사적, 신앙, 예술,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면서 새로운 문명전환기를 맞아 역사적으로는 고구려, 지역적으로는 유라시아지역을 모델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윤 교수의 이날 강연을 요약 소개한다.

유라시아 관심 갖는 이유

우리는 유라시아지역을 왜 지금 현재, 더 나아가 미래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제 전공은 고대사이지만 늘 관심 갖고 있는 것은 현재의 문제이며, 다가올 미래다. 유라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지정학적 가치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의 공급지이자 시장 확보와 인력 공급지로서 중요하다. 둘째 지정학적 가치로, 중국을 배후에서 압박할 수 있는 전략지역으로 한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셋째로 지문학적 가치로, 망각하고 상실했던 민족 정체성을 찾는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제가 우리에게 적용시킨 한반도라는 용어속에는 반도사관, 반도적 숙명론, 사대성, 타율성 등이 담겨져 있다. 원래 우리역사는 유라시아 전 지역과 연결돼 있어서 그들로부터 오기도 했지만 우리로부터 그들에게도 전해지기도 했다. 유라시아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 자의식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라시아세계는 유럽중심적인 시각이지만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개념이다. 하지만 유럽전체를 포함한 개념은 아니다. 우리와 관련된 유라시아세계를 규정한다면 서쪽 끝 헝가리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쪽 끝인 캄차카반도까지다. 이들 지역은 어떻게든 연관돼 있기 마련이다. 생물학적 정체성은 자연환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600, 더 나아가 1000년동안 한반도에 갇혀 살았다고 세뇌 당했어도 우리 민족의 기질은 다르다. 흔히 몽골에 가면 초원에서 말을 탄다. 우리 민족은 할머니들도 말을 타지만, 일본인은 젊은이들도 안 타려고 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유라시아를 누비던 생물학적 기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탐험가 구법승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탐험가는 누구일까? 바로 스님들이다. 혜초스님 등 수많은 구법승들이 탐험에 나섰다. 저도 1996~7, 2003년 중국 절강성에서 뗏목을 타고 출발한 적이 있다. 선사시대부터 한반도 남쪽까지 항행하는 행로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백제, 특히 신라인, 후에는 고려인도 그 바닷길을 다녔다. 당시 스님들은 험한 바닷길을 건너면서 명선일체(命禪一體), 즉 목숨과 선이 하나로 관통하는 실존 체험을 했을 것이다. 바닷길로 다닌 구법승들로 인해 전남지역에서는 선종이 발달하게 됐다. 심지어 많은 스님들이 그 길에서 죽음을 맞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이 땅으로 건너왔고, 더 나아가 일본으로 건너가 불교를 전파하기도 했다. 저 또한 1983년에 뗏목타고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보기도 했지만 저보다 훨씬 이전에 수많은 스님들이 부처님 법을 찾고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항해에 나섰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험가는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이다. 상구보리에 이어 하화중생을 위해 자연탐험은 물론 인간탐험, 사회탐험을 모두 다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통을 잇기 위해 한국의 많은 스님들이 가능하다면 해외로 나가 여행하고 탐험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활약도 많이 하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와도 관련 있는 동서교통로

기원 전후한 시대에는 다양한 교통로가 존재했고 이 길들은 우리 민족과 크고 작게 관여돼 있기 마련이다. 흔히 실크로드로 불렸던 초원의 길을 비롯해 사막의 길, 바다의 길, 숲과 강의 길, 툰트라, 얼음 등 다양한 길이 있었다. 이 가운데 숲과 강의 길은 타이거(Taiga, 침엽수림지대)문화로, 불모지가 아닌 돈이 되는 지역이다. 예를 들어 타이거지역인 만주 동부지역은 숲으로 이뤄져 있으며 나무는 물론 동물 모피의 주산지인 셈이다. 역사적으로도 고구려인들도 모피를 수출했고, 특히 발해는 모피를 일본에 엄청 수출해 흑자를 이뤘다.
 

다양성과 복합성 지닌 유라시아

동서교통로를 통해 활발하게 교류함으로써 유라시아지역은 다양성과 복합성이 나타난다. 농경의 정주성 문화와 유목, 해양의 이동성 문화가 만난 혼합문화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종과 종족이 혼합됐으며 종교의 혼합성도 나타나고 있다. 동쪽의 샤머니즘과 유교문화, 북쪽의 천() 숭배신앙, 남쪽의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조로아스터교와 이슬람교도 혼합됐다. 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제사를 지내던 당나무문화도 우리 민족은 물론 알타이 등 유라시아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점이다.

시베리아 남쪽에 위치한 바이칼호수는 유라시아지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칼지역에서는 동아시아 모든 종족이 바이칼과 더불어 살았고, 몽골의 칭기즈칸 또한 그곳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바이칼호수 알혼섬의 코리 브리야트족의 시조신화는 우리 민족의 나무꾼과 선녀이야기와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흰옷숭배와도 유사한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민족과 유라시아 관계

한민족의 기원에 대해 북방기원설 등 몇 가지 가설이 있지만 중국 남부와 인도지역에서 이동한 남방민족과 북방 유목민이 결합한 남북혼합설이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왜 동아시아 끝까지 왔을까. 고대에는 해를 숭배했는데 관념적으로 이 곳은 해가 뜨는 곳이다. 좋은 곳,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끝까지 이동한 이가 바로 우리 민족이다.

돌궐제국과 고구려는 어깨를 겨누고 때로는 백암성전투 등 전투도 벌였지만 서로 우호관계를 이뤄왔다. 서로 피도 섞여서 투르크인(터키인)들은 오랜 옛날에 동쪽의 코리아와 형제였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터키에서는 지난해부터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민족과 유라시아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우즈베키스탄의 유적지인 사마르칸트지역의 아프라시압궁전의 벽화에는 고구려 사신이 나온다. 1400년 전, 나라의 절체절명의 운명을 걸고 4000km 떨어진 아주 먼 곳까지 사신이 건너갔음을 알 수 있다.

국호 한국의 연원과 의미

우리나라 국호가 대한민국으로 약자가 한국이다.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할 때 국호는 조선이 아닌 대한제국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식민지화한 뒤 한국 대신 조선이라는 용어를 쓰게 했다. 그래서 만주로 건너갔던 독립운동가들은 대한독립군, 대한독립선언서 등 대한이라는 이름을 썼던 것이다. 그럼 한국이라는 국호의 어원, 의미가 뭐냐. 바로 칸국이다. ‘칸국은 킵 차크 칸국, 크림 칸국, 부하라 칸국 등 39개 나라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다. 여기서 (khan)’은 알타이어로 임금, 크다, 넓다, 하나, 밝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제국 국호를 만들 때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고종의 결단에 따라 대한제국이 성립됐다. 그 용어를 잠시 잊었다가 상해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이라고 설정한 거다. 한국, 한글, 한강 등 많은 용어에 ’, 즉 크고 넓다는 의미의 이 들어가 있다. 고구려 악기가 38가지였는데 지금도 상당수는 중앙아시아지역에서는 아직도 그와 유사한 상당수의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자원 보고' 유라시아와의 교류 강화

이처럼 우리나라와 유라시아지역은 예부터 역사적, 신앙, 언어, 의복, 예술,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며 살아왔다. 유라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다가 목재와 농어업의 발전가능성이 높고 교통의 요지인 만큼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지역인 셈이다. 유라시아지역 연구와 교류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립하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생존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새로운 문명대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문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 모델을 우리 역사에서는 고구려, 지역적으로는 유라시아지역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윤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불자들.


윤명철 명예교수는…
1954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는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구려사동아시아 해양사를 전공한 윤 교수는 해양교류사 연구를 위해 중국 절강성을 출발해 인천, 제주도 등지를 거쳐 일본까지 43일동안 뗏목을 타고 학술탐사하는 등 왕성한 뗏목탐험가로도 유명하다.

윤 교수는 해양문화연구소장, 한민족학회장, 한국해양정책학회 부회장, 고조선단군학회장, 동국대 유라시아 실크로드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 8월 정년퇴임했지만 유튜브에서 윤명철 교수의 역사대학을 운영하면서 현역 못지않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고구려 역사에서 미래로> <한민족의 해양활동과 동아지중해> <한국해양사> 20여 권을 출간했으며 논문도 100여 편을 발표했다.

해양문화 창달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3년 대한민국 근정포장을 수상했으며 제6회 지구문학상, 1회 김찬삼 여행상, 동아일보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선정, 연암문학예술상 시부문 대상 등을 받았다.

정리=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3524호/2019년10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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