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불교는 ‘초고령화 사회’ 어떻게 준비하는가
④사찰 노인대학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은?


서울 봉은사·조계사 등에서
대표적 사찰 노인대학 운영
어르신 욕구 맞춘 교육 준비
불교계만의 차별성 확보해야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로 구분되는 65세 이상 노인이 해마다 48만 명씩 늘 것이란 분석이다. 2025년엔 전체인구의 노인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선 이를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얼마나 노년층을 배려하고 어떤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총 5회에 거쳐 짚어본다.

불자들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신행과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사찰 노인대학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어르신 불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조계사 노인대학인 백송대학 수업 현장.
불자들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신행과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사찰 노인대학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어르신 불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조계사 노인대학인 백송대학 수업 현장.

 

지난 926일 서울 조계사 노인대학인 백송대학강의장에서 만난 이완석(75·서울 영등포구) 어르신. 이 어르신은 백송대학 수업이 열리는 일주일에 2, 목요일과 금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백송대학에서 또래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불법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마음에 맞는 도반들과는 모임도 만들어 월 1회씩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돼 행복하다는 어르신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간 불교를 지탱하고 있는 불자들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신행과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사찰 노인대학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포교복지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사찰 노인대학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사찰 노인대학 현황은?

노인 대학이란 일반적인 복지관, 경로당의 의미를 넘어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취미 및 소득보장, 일상생활과 관련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을 의미한다. 사찰 노인대학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서울 봉은사 연화대학이다.

지난 1990, 어르신 신도들을 위한 법석을 따로 마련해 부처님 법도 공부하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공부도 하자는 생각에서 설립됐다. 지금까지 매년 100여 명 이상의 어르신이 꾸준히 수업을 들을 정도로 인기를 자랑한다.

한국불교 1번지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도 이와 같은 흐름에 맞춰 지난 2017년 노인대학인 백송대학을 열고 어르신 불자를 위한 활동에 나섰다. 이외에도 대구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노인대학, 봉화 축서사 은빛대학 등이 대표적인 지역 사찰 노인대학으로 꼽힌다.

이웃종교 비해 걸음마 수준

하지만 이웃 종교에 비하면 아직 불교계 사찰 노인대학 수는 걸음마 단계이다. 우리나라에 노인대학이 처음 설립된 것은 1970년대. 이후 노인대학은 설립은 노령인구 증가라는 추세에 맞춰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이 대한노인회 산하 노인대학과 기독교 산하 시설이다.

기독교에서는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와 천주교노인대학연합회까지 결성해 고령신도 평생교육과 함께 선교의 효과를 덤으로 얻었다. 특히 천주교는 지역교구별로 시니어아카데미를 개설해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불교에서는 앞서 언급한 몇몇 사찰밖에 내세울 곳이 없다.

왜 안 만들었을까?

이웃 종교에 비해 노인대학 설립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인식의 부족이 거론된다. 사찰마다 우후죽순으로 부처님 교리를 가르치는 불교대학은 만들었지만, 어르신 불자를 위한 노인대학은 만들지 않았다. 그간 불교를 이끌어온 불자들이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됐지만, 사찰에서는 이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찰이 불자들의 건강한 노년을 책임지고 사찰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계사 교육국장 영범스님은 사찰에서 어르신 불자들에게 기도와 봉사 수행에만 치중하게 만들었고, 노년의 여가 생활을 평생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했다단순한 기도 수행을 넘어 노년에도 사찰에서 즐기고 배우고 함께 해야한다는 새 패러다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이미 이웃종교에 비해 뒤쳐진 상황에서 늦은 만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사찰 노인대학 개수를 늘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방점이 찍힌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노인 계층을 세분화 해 수준별·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보단 질적 측면에 무게를 둔 것이다. 김 교수는 “75세 이전의 전기 노인층과 75세 이후의 후기 노인층들의 욕구, 즉 니즈(needs)는 각기 다르다“‘노인이라고 뭉뚱그려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하는 것보다 각각 상황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예전과는 달리 어르신 불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 경로당과 복지관 등에서도 노인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부처님 법 공부와 더불어 상담 치유 문화체험 등 흥미를 끌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 사찰 노인대학만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9월26일 조계사 백송대학 강의 현장에서 만난 권선자(왼쪽) 어르신과 정광시 어르신의 모습.
지난 9월26일 조계사 백송대학 강의 현장에서 만난 권선자(왼쪽) 어르신과 정광시 어르신의 모습.

조계사 백송대학 어르신 학생이 말하다

여든여덟에 대학생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지난 926일 서울 조계사 안심당에서 진행된 백송대학 목요반 수업. 스님의 법문과 명상 수업을 듣고 있는 60여 명 어르신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신심과 젊음이 녹아있는 조계사 백송대학 강의 현장에서 권선자(88·), 정광시(69·)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눴다.

정 어르신은 백송대학 목요일 수업 반장 소임을 맡아 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때론 궂은일도 도맡지만 그래도 정 어르신은 매사가 즐겁다. 좋은 도반들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정 어르신은 불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한 데 모여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무엇보다도 제 자신 스스로 매일매일 건강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내가 88살인데 어르신 말고 그냥 누나라고 불러.” 조계사 처음 설립된 20171기 과정부터 현재 3기 과정까지 함께하고 있는 권선자(88·) 어르신이 말을 이어갔다. 권 어르신은 현재 경기도 남양주에서 통학 중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서 조계사까지 2시간 40분이 걸린다.

“‘걷다 쉬다를 반복하지만,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53년 간 조계사에서 신행활동을 한 권 어르신에게 이곳 사찰 노인대학은 삶의 힘이 되는 원동력이다. “나는 당시 상황이 어려워서 대학교를 못 나왔지. 그래도 이제 대학생이 돼서 공부하니깐 얼마나 좋은지 몰라.”

무엇보다 권 어르신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변에 경로당도 있고 복지관도 있긴 한데 불자로서 법문 듣고 신심 있는 친구들하고 수다 떨고 활동하는 게 더 재밌기도 하고 의미 있어.”

이들에게 사찰 노인대학은 즐거움 그 자체지만, 아쉬움도 있을 터. 두 어르신은 전국의 많은 사찰에 노인대학이 없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정 어르신은 주변 친구들한테 추천해서 같이 오고 싶어도 거리가 멀거나 정원이 꽉 차서 못 듣는 친구들이 있다라며 전국 지역 곳곳에 있다면 많은 이들이 사찰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님 법을 더 배우고 싶은 사람, 찬불가를 더 배우고 사람 등 학생마다 원하는 게 다를 수 있으니 세분화 된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불교신문3522호/2019년10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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