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만 믿지 마세요”

서정일

2005년에서 2007년까지 2년간 17개 대학병원에서 전향적으로 조사한 다기관연구에서 371예가 독성 간염으로 밝혀졌다. 한약이 40.2%, 상용약제가 27.2%, 건강기능식품이 13.7%, 민간요법이 10.8% 및 중복원인이 8.2%로 나타났다. 특히 식물제제에 의한 간손상은 원인 물질이 명확한 상용약제와 달리 식물제제 자체에 포함된 독성물질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고 식물 고유의 성분과 간손상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어렵다.

즉, 식물은 여러 가지 물질로 이루어진 혼합물이기 때문에 어떤 성분에 의해서 간손상을 야기하는지 알기가 어렵고,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병원균 또는 곰팡이로 오염되거나 식물의 변성에 의해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처리과정중에 불순물이 유입되거나 중금속 오염 또는 불법으로 혼입된 약물에 의해서도 간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와 같이 식물제제에 의한 간손상은 진단이 쉽지가 않고,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 놓칠 수가 많으며, 문헌에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환자의 관리도 부적절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실지로 보고된 경우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사람이 약물 또는 식품복용 후 독성간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일부에서만 나타난다. 약물을 비롯한 독성물질자체, 환경적 요인 그리고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개인차가 심하다.

독성간염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고 간손상의 모든 다른 원인을 배제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하다. 원인 약물 또는 민간요법에 의한 간기능 이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여러 자료를 모아 점수를 내어 확률적인 판정을 내리는 원인산정법을 많이 이용한다. 간혹 간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이 애매하거나 간손상의 중증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기도 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시행한 독성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다기관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불안과 우울성향이 강할수록 전통적인 의료가 아닌 다른 민간요법을 자주 찾는 경향이 있고 특히 이러한 민간요법에 의한 독성간염으로 입원횟수가 잦은 환자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독성간염 자체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독성간염 발생 및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환자의 불안 및 우울 증상을 이해하고 개선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간손상이 약물 또는 민간요법에 의한 것으로 판단될 때 대처방법은 의심되는 약물 또는 민간요법을 즉시 중단하고 경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복용을 중지하고 보존적 치료로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경우에 따라서 약물을 중지하더라도 좋아지지 않고 급성 전격성 간부전까지 초래되어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귀한 생명을 잃을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약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은 때로는 효과를 지닌 치료제와 더불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독성간염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민간요법은 식품이기 때문에 별다른 해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무분별하게 건강식품, 식물제제 등의 민간요법을 찾지 말고 간에 문제가 있으면 간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신문3522호/2019년10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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