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모국어의 연금술’
다시 읽는 ‘모국어의 연금술’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09.27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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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집

서정주 시집

서정주 지음
은행나무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시 ‘자화상’에서).’

한국 현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시인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시집이 새로 나왔다. 시인의 첫 시집으로 1941년 발간된 <화사집>을 비롯해 <귀촉도> <서정주 시선> <신라초> <동천> <질마재 신화> <내 데이트 시간> 등 7권이다. 시인이 시집을 발표하던 당시의 원문 그대로다. 이른바 ‘모국어의 연금술사’라거나, 한국어를 가장 잘 다루는 시인으로 학계에서 평가받는 미당의 예술적 진면목을 새삼 체험할 수 있다.   

시 ‘자화상’으로 유명한 <화사집>은 첫 시집으로 젊은 시인의 치열한 정신적 방황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귀촉도>에는 노장사상 등 동양적 세계관이 반영됐다. <서정주 시선>은 한국전쟁 직후에 낸 시집이어서 많은 변화가 보인다. 최고의 수작이자 불교적 인생관의 결정체인 ‘국화 옆에서’가 여기에 들어있다.

기념비적인 작품인 만큼 겉모양에도 신경을 썼다. 슬리브 케이스 속 화려한 속표지들이 눈길을 끈다. ‘화사집’의 표지 제목 서체는 초판본 출간 당시 ‘향수’의 시인 정지용이 직접 써준 글씨다. 물론 미당은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 행적으로 지금까지 명성에 필적하는 지탄을 받는다. 그렇다고 글 솜씨와 문학성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면, 이 시집은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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