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짓는 불사보다 신실한 불자 한 명 만들겠다”

대전 도심 한복판 만불선원
전법도량 넘어 정법도량으로
“사찰은 지역공동체 구심점”

불교大 병원법당 파라미타…
사찰 조직화로 자비행 실천
불교문화 전문교육 강좌개설
“문화포교로 제2의 중창불사”

대전 만불선원 주지 선오스님은 불교대학에서 불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각 영역별로 이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사찰이나 성보박물관에서 성보를 직접 참배하는 과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문화포교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만불선원 주지 선오스님은 불교대학에서 불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각 영역별로 이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사찰이나 성보박물관에서 성보를 직접 참배하는 과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문화포교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모양의 멋보다 마음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을 연 만불선원은 대전 도심 한 가운데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심포교당이다. 불교세가 약한 지역의 불심(佛心)을 모으기 위해 조계종 포교원 인가 신도전문교육기관인 1년 과정의 대전불교대학을 열어 인재양성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전법(傳法)도량을 넘어 정법(正法)도량을 지향한다”는 만불선원 주지 선오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됐다.

이를 반영하듯 선오스님이 불자들에게 강조한 ‘만불선원 신도의 생활신조’ 가운데 세번째가 “누구나 정법을 믿으며 자비증진을 실천한다”이다. 내년이면 만불선원 개원 15주년을 맞은 가운데 지난 8월27일 ‘문화가 있는 포교 전법도량’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제2의 중창불사를 꿈꾸고 있는 선오스님을 만나 그 동안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선오스님은 2000년대 초 은사 스님과 함께 지역 포교를 위해 대전에 전법도량을 짓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당시 이곳은 종단 사찰 몇 개 없는 포교 열세지역 중에 하나였다. 그럼에도 충남도청이 자리 잡고 있는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도심포교당 만불선원을 개원하고 1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대전불자들에게 다가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선오스님은 부처님 정법을 널리 알리기 위한 첫 번째 방편으로 불교대학을 통한 인재불사를 선택했다. 만불선원 개원 후 곧바로 대전불교대학을 열어 부처님 정법을 기반으로 지역불교를 이끌 인재를 양성한 것이 성공비결이 됐다. 현재 대전불교대학 14기가 부처님 법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에 따라 배우고 있다. 이를 통해 배출한 포교사만 40여 명에 이른다.

선오스님은 “신도교육이 곧 불교의 미래이며 이를 통한 신도조직화가 이뤄져야 사찰이 지역에서 살아남고 지역공동체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서 “특히 불교대학을 졸업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포교사 시험에 도전해 마곡사, 갑사 등 지역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불교대학에서 배운 것을 지역에 회향하는 자비나눔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선화동, 은행동주민센터와 독거어르신 후원 협약식을 체결한 뒤 ‘만불봉사회’를 통해 올해로 14년째 매주 금요일 오전 독거어르신 20여 가구를 방문해 반찬을 배달하고 말벗봉사도 함께 펼치고 있다. 앞서 대전역 광장에서 무료급식을 2년 넘게 펼치기도 했다. 스님은 “사찰의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도를 교육시킨 뒤 조직화하고 포교와 자비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사찰의 역할”이라며 “불교대학을 졸업한 불자들은 자연스럽게 만불봉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지역 불교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선오스님은 대전시청불자회와 충남대병원 법당 지도법사, 대전파라미타청소년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계층포교 활성화를 위해 많은 열정을 보여 왔다. 특히 노사갈등으로 1년 넘게 폐쇄됐던 ‘충남학사’를 충남도청으로부터 수탁 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도 했고,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운영하는 ‘대전불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도약을 이끌기도 했다.

스님은 “사찰이 지역공동체를 이끌 수 있도록 지역 구성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대사회적 활동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지역과 주민이 없는 사찰은 존재하지 못하는 만큼 지역공동체와 화합하고 지역사회 현안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누구보다 쉼 없이 달려 온 선오스님은 최근에 들어 지역 불자들의 신심을 돈독하기 위해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정진과 음악 명상수행을 이어가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문화포교를 통한 사찰 제2중창불사에 대한 새로운 원력을 세우고 있다. 통도사박물관에서 학예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미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불교미술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스님인 만큼 평소 불교문화를 접목한 포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선오스님은 “우리나라 사찰은 우수한 불교문화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항상 안타깝게 생각했다”면서 “더욱이 최근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불교의 역할을 폄훼하면서 왜곡하는 대중의 시각을 보면서 사찰의 스님들이 먼저 전문가가 돼 불교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관련 인재도 양성해야겠다는 새로운 원력을 세우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불자들은 물론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포교의 키워드를 ‘불교문화’로 설정하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계획이다. 먼저 기존 불교대학 간헐적으로 운영하던 불교문화 강좌를 불화, 건축 등으로 세분화한 별도의 강좌를 개설해 3, 6개월 단위로 중점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스님은 “불교대학에서 불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각 영역별로 이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사찰이나 성보박물관에서 성보를 직접 참배하는 과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과정을 모두 이수한 이후에도 다른 이들에게 불교문화를 알리는 문화포교사로 활약한다면 1석2조의 효과를 거두는 강좌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별도로 선오스님은 불교문화 전문가답게 울주 천성산 운흥사 소장 목판의 간기(刊記)를 우리말로 번역한 <운흥사 목판 자료집>을 연내에 출간할 예정이다. 스님은 “경판의 간기는 당시 불교와 관련된 시대상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만큼 이를 현대의 언어로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그 동안 10년 넘게 붙들고 있는 번역작업을 마무리하고 올해 안으로 책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숨을 고르면서도 문화포교에 대한 열정만큼은 내려놓고 싶지 않다”는 스님은 정작 도량을 넓히는 중창불사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어보였다. 세월의 흔적으로 외관은 낡았지만,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위한 공간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건물을 짓는 불사보다 불교인재를 만들어 가는 불사가 더욱 가치있는 만큼 현재의 도량으로도 만족한다”면서 “그것이 은사 스님의 유지이기도 하다”고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선오스님은…
진철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선오스님은 1986년 사미계, 1989년 구족계를 수지하고,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 브라질 상파울로시 통도사포교당 주지를 역임하며 해외포교에도 앞장섰으며, 귀국 후 통도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관, 통도사 포교국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 대전 만불선원 주지로 자리를 옮겨 대전불교대학 학장, 대전시청 불자회 상임법사, 대전불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대전파라미타청소년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포교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현재는 한국운전기사불자연합회 대전지역회 상임지도법사, 대전파라미타청소년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화승 의균의 미타사 지장시왕도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전=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불교신문3521호/2019년9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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