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임종 현장 지킨
의사 출신 수행자의 조언
차분하고 평온한 죽음
도와주는 명상법 소개

죽음을 명상하다

죽음을 명상하다  
- 삶과 죽음에 관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와 컴패션(compassion)   

조안 할리팩스 지음 이성동 김정숙 옮김
민족사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런데 모두가 가는 곳이지만 아무도 그곳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두렵고 괴롭고 외롭다. 그러나 사실 죽음은 절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 항상 숨 쉬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호흡하는 중에도 숨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 안의 세포는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났다 죽기를 반복한다. 살다보면 이렇듯 미세한 죽음들을 수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수시로 죽는다. 일상에서 만나는 고독, 소외, 실패, 노화, 질병, 불의의 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등등. 삶의 비극적 순간은 헛된 욕심을 버리라 일깨우기 위해 죽음이 보내오는 전령과 같다.

<죽음을 명상하다-삶과 죽음에 관한 마인드풀니스와 컴패션>은 죽음을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는 불교수행자이자 의료인류학자로서 반세기 가까이 임종의 현장을 지켜봐왔다. 자연스럽게 죽음이 삶의 화두가 되었고 죽음과 삶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달았다. 책은 임종에 직면한 사람과 접촉한 저자의 오랜 경험과 유가족들을 위로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의 실화는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각 장의 끝자락에는 누구나 따라해 볼 수 있는 명상법을 제시하며 죽음을 겁내지 않고 맞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죽음을 명상하다-삶과 죽음에 관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와 컴패션(compassion)'은 명상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더는 방법을 일러준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죽음을 명상하다-삶과 죽음에 관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와 컴패션(compassion)'은 명상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더는 방법을 일러준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책을 쓴 조안 할리팩스(Joan Halifax)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와 마이애미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40여 년 동안 죽음을 직면하면서 삶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  하버드 신학교, 하버드 의과대학, 조지타운 의과대학 및 기타 여러 학술기관에서 죽음과 죽음의 과정에 대해 자신의 선명한 경험을 섞어 강의해왔다. 1990년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 불교 연구 및 사회운동센터인 우빠야 선 센터(Upaya Zen Center)를 설립했다. 1994년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명상적 치료를 위해 ‘죽음과 함께 하는 삶(Being with Dying)’ 프로젝트를 창설해 수백 명의 의료 전문가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앞서 밝혔다시피 죽음은 삶 속에 있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좋아하기란 매우 힘들다. 죽음을 삶의 패배, 극복해야 할 질병, 물리쳐야 할 적으로 여기는 건 모든 생명의 본능이자 숙명이다. 다만 죽어야 한다는 것도 정해진 운명이다. 무수한 죽음을 지켜본 조안 할리팩스는 죽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그녀도 살아있으므로 죽음 직전까지는 잘 알지만 죽음 그 자체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쩌면 바람직한 죽음은 “죽음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책에서 가르치는 3가지 핵심은 ①‘알지 못한다는 것(not-knowing)’을 알기 ②가만히 지켜보기(bearing witness) ③연민에 가득 찬 행동(compassionate action)이다. ‘죽음은 괴로운 것일까? 혼자가 되는 것일까?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가 없어지면, 나를 그리워할까? 죽음은 고통스러운 걸까? 죽은 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답도 얻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있는 한, 죽음은 알 수 없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잘 죽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버린 채 죽어가는 현상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낫다. 그래야만 그동안 삶에 집착하며 삶속에 매몰돼 있던 우리는 ‘자기’를 넘어서는 힘을 얻는다. 또한 죽음 앞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은 연민(compassion)이다. ‘그간 열심히 잘 살았다’ ‘좋은 곳에 갈 거다’라는 따뜻한 위로와 간병은, 죽음을 겪는 자들이 공포를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자들에게는 절망감과 죄책감을 덜어준다.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내려놓는 까닭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다. “불쾌한 것이 아무리 참기 어려워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결국 일시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모든 순간, 이 순간에 당신의 삶이 있는 그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멋지게 노력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 이 순간이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명상하면 삶이 맑아진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