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상구보리 하화중생’ 현장 ⑫
새내기 도심포교당 주지 스님의 전법일기


사찰음식전문도량 발원하며
2018년 신도 6명으로 출발

신도들 부담주지 않으려고
지장재일 때만 기도비 받아
만10개월만에 맞은 ‘재정난’

사찰음식과 어린이법회 통해
신도 확대·재정난 차츰 해소
“도심포교당 주지 잘 하려면
전문분야 최소 하나 있어야”

9월16일 수원 장안사 주지 성견스님이 지장재일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산중에 머물렀던 한국불교도 도심으로 내려왔다. 특히 1980, 90년대 구룡사와 능인선원, 안국선원,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등이 도심포교당으로 성공하면서 도심포교당의 수 또한 증가했다.

이들 도심포교당은 생활공간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불교대학과 각종 문화강좌 개설, 시민선방 운영, 자원봉사체계 구축, 신도조직 구성, 체계적인 신행상담, 적극적인 포교활동 등 새로운 신행 및 수행문화를 확산시키며 기복불교 중심이던 한국불교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새 도심포교당이 지역사회에서 뿌리내리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롭게 개원하는 도심포교당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심지어 요즈음도 도심포교당 여는 간 큰 스님이 있나’ ‘왜 사서 고생하나등의 이야기가 회자될 만큼 도심포교당의 성공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길임에도 불은을 갚기 위해 도심포교당을 새롭게 개원해 전법에 뛰어드는 스님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심포교당인 수원 장안사를 연 성견스님의 힘겨운 전법이야기를 9월16일 들여다봤다.
 

성견스님이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모습.

수원 장안사(長安寺)는 지난해 423일 창건한 새내기 부처님 도량으로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의 작은 상가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총규모가 105.6(32)에 불과해 공양간을 겸한 법당, 주지 스님용 방사, 창고를 겸한 외부손님용 방사가 도량의 전부일 만큼 단출하다. 차담을 나누거나 신행상담을 하는 곳도 별도로 둘 수 없어 법당의 불단 바로 옆에 다탁(茶卓)을 놓고 진행한다. 여느 사찰보다 제반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장안사 신도들의 얼굴에는 신심이 묻어나온다. 장안사 주지 성견스님은 아무런 부담없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찾아와 기도 정진할 수 있는 도량을 서원하며 창건했기 때문이다. 타종교로 눈길 주지 않고, 심지어 좋은 환경을 갖춘 수사찰로 가지 않고 이름도 생소한 작은 포교당을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라는 게 성견스님의 이야기다. 그 신도 한 명, 한 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기도할 수밖에 없는 게 주지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감사의 뜻도 전했다.

성견스님은 사찰음식을 전하기 위한 도량으로 장안사를 개원했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법사 형민스님의 제안으로 2017년 겨울부터 사찰음식을 통한 불법홍포를 서원한 성견스님은 부처님을 모시고 사찰음식도 연구할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 도심포교당 개원을 결정했다.

사찰음식을 연구하면서 지도하려면 공간이 필요했는데 토굴이나 오피스텔이라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 또한 임대료가 나가는데다가 불제자로서 부처님을 모시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심포교당을 내게 됐습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강한 추진력을 갖춘 성견스님은 도심포교당 개원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마땅한 거처도 없었고 도심포교당을 내기에는 돈도 턱없이 부족했던 스님은 속가 부모와 도반 스님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등 가까스로 3700만원을 마련하고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으로 건물을 임대해 장안사를 개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원법회 동참인원은 총13명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도반 스님들과 점안의식을 집전한 스님을 제외하면 신도 6명으로 출발한 것이다. 뒤늦게 포교당 개원 소식을 접한 이들은 용감하다’ ‘대단하다는 격려와 더불어 나한테 상의라도 하고 포교당을 열지’ ‘어쩌려고 그래라는 걱정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았다. 사찰 등록도 곧바로 추진해 개원법회보다 20일 앞선 지난해 43일자로 제2교구본사 용주사 말사인 포교소로 등록도 마쳤다.

장안사 개원 한달 뒤 맞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총100인분의 비빔밥을 준비했지만 신도 6명이 전부였다. 그래서 사찰 인근 공원으로 나가 비빔밥을 대중공양했다. 당시 성견스님은 단주나 염주 등 불교용품은 거부하는 이가 있지만 사찰음식은 거부하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취약한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롯이 성견스님의 몫이었다. 장안사는 편하게 와서 기도할 수 있도록 보시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정재일 법회 때 영가 제사를 올리는 만큼 기도비 2만원을 받을 뿐 초하루법회 등 다른 기도 때는 별도의 기도비를 받지 않는다.

이마저도 자율적으로 불전함에 보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찰에서 필요한 각종 물품도 신도들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 권선하지 않고 스님이 직접 마련했다. 사찰 재정에 크게 도움이 되는 천도재와 49재도 개원 이후 2차례 밖에 올리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외하고 최소 60만원의 고정비용이 들어가지만 매달 불전함 수입으로는 45~50만원정도에 불과했다. 일반 사찰의 최대 수입원인 부처님오신날 연등 모연비는 월40만원인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2월에는 통장잔고가 120만원에 불과할 만큼 최악의 상황도 맞았지만 생활비 없으면 연락하라던 도반 스님들에게 끝내 전화하지 않았다.

대신 성견스님은 사찰 밖으로 눈을 돌렸다. 사찰음식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스님을 부르는 곳이 차츰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승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운 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연 사찰음식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면서 지난 3월 총11명인 1기 사찰음식 전문강사가 됐다. 이를 통해 성견스님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각종 사찰음식 강좌를 교육할 뿐만 아니라 대구 동화사에서도 정기적으로 사찰음식을 지도하고 있다.

아울러 김제 금산사와 안산 농업지원센터 등지에서도 사찰음식을 강의하는 등 전국 어디든지 부르는 곳이 있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간다. 오는 104~5일 수원 봉녕사 사찰음식대향연에서는 특별전시 기회도 얻어 사찰음식 시연과 함께 체험부스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경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사찰음식 강의를 다니다보니 성견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을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불자도 생겼고, 신행상담을 하는 이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운문사 승가대학 학인 시절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어린이법회를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매주 일요일이면 수원 창성사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매달 한번 갖는 음식법회에서는 스파게티와 두부강정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찰음식을 선보임으로써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성견스님은 장안사 정기법회 때 점심공양은 한정식 못지않은 사찰음식으로 신도들에게 공양한다. 사찰음식 전문가로서 자주 음식을 해봐야 실력도 늘어나는데다가 정기법회 때 신도들을 위한 점심공양도 매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여느 사찰 점심공양에서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사찰음식으로 공양을 계속 올리고 있다.

아울러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비롯해 심리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놀이심리상담사, 아동요리지도자 1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기계발에도 소홀함이 없다. 동국대 대학원 응용불교학과를 수료한 뒤 사찰음식으로 석사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과 자기계발을 통해 신도 수가 증가하고 미약하지만 통장잔고가 늘어나는 등 최악은 면할 수 있게 됐다고 성견스님은 털어놨다.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에는 20여 명이 찾아왔으며 매달 초하루법회와 지장재일 법회 때마다 8~12명이 참석하는 등 차츰 신도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외활동과 공부를 하더라도 신도가 입시기도 등 기도를 올려달라고 요청하거나 신행상담을 원할 경우에는 그 기도와 상담을 최우선적으로 한다.

장안사나 저나 모두 아직도 많은 게 부족한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스님으로서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을 살 것도 아니고 부처님 모신 법당을 운영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사찰음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니 하루 하루가 즐겁습니다.”

성견스님은 도심포교당이 위기라며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신 사찰음식이나 상담, 음악 등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가 최소 하나 이상 있을 때 도심포교당을 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뭐든지 베풀어야지, 대접받으려고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00일 기도, 1000일 기도 등 도심포교당 주지 스님이 목탁치면서 기도 열심히 하면 성공하다는 시절은 이제 옛날 이야기인 것 같아요. 불자들도 수준이 높아져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스님을 선호하는 게 느껴집니다. 특히 스님이라고 대접받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내가 불편하면 남도 불편하고, 내가 행복하면 남도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심포교당을 운영한다면 크게 성공은 못하더라도 문을 닫지는 않을 것입니다.”

장안사는 수원화성의 부속물인 화서문과 화성행궁 등지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안사 인근 지역이 그동안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최근들어 문화거리로 변모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장안사를 사찰음식 전문 도량으로 만들어 불자는 물론 일반시민들도 자연스레 찾아와 심신의 안녕을 되찾고 더 나아가 불심도 증장할 수 있는 도량으로 만들어 가고자 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지난 5월 장안사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모습.
장안사 전경. 건물 2층에 장안사가 자리잡고 있다.

수원=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3521호/2019년9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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