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전국비구니회 회장에 본각스님이 당선됐다. 스님은 지난 18일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총회에서 1064표를 차지해 당선됐다. 본각스님의 회장 당선을 전 종도들과 함께 축하하며 지난 4년간 수고한 육문스님께도 감사를 표한다. 

이번 선거에는 600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 중 20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그만큼 비구니회장 선거에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2000여 명 중 절반 넘는 숫자가 본각스님에게 투표한 사실이 보여주는 바는 명확하다. 본각스님은 출마 당시부터 개혁파로 불리었다. 변화를 바라는 스님들의 염원이 본각스님을 통해 투영된 것이라고 본다.

지지자들의 염원을 반영하듯 본각스님은 당선 인사말에서 출가자 감소와 탈종교화 현상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불교를 다시 살리는데 마음을 모아줄 것을 역설했다. 스님은 “지금 한국불교는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운 상태”라며 새로운 진리의 배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본각스님이 당선 인사에서 한국불교 문제 전반에 대해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한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전국비구니회 역시 비구니회의 종단 기구화, 비구니부 신설 등 현안이 적지 않는데도 내부 문제보다 한국불교 전체를 들여다보고 해결을 모색하는데 먼저 언급한 것은 우리의 현실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사실을 신임 회장 스님이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불교는 신규 신도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데 기존 신도들은 점차 나이 들어가는 전형적 고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족 해체, 1인 가구 증가, 장기적 경체 침체 영향 등으로 종교영향력이 줄어들고 사찰 재정 수입도 날로 악화추세다. 출가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 기본교육기관은 존폐 기로에 처했다.

특히 여성 출가자 감소가 더 심해 사미니 승가대학의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불교가 세계 최대 비구니교단으로 우뚝 선 원동력이 교육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미니 승가대학이 처한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국비구니회의 책임은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불교를 세계 최대 종단으로 발전시킨 비구니 스님들의 지혜와 경험이 꼭 필요한 때다. 

비구니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비구중심의 종단에서 비구니 스님들은 여러 면에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연로한 스님들을 위한 거주 사찰과 의료비 지원 등의 복지와 종단 참정권 확대, 학업 중인 젊은 스님들의 교육비 후원 등 많은 과제가 놓여있다. 이러한 현안은 전국비구니회가 종단과 긴밀한 협의와 협조 아래 추진해야할 난제들이라 신임 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선거 과정에서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6000여명이 참여하는 직선제가 이처럼 조용하게 치러진 것은 스님들이 그만큼 종단을 아끼며 전국비구니회를 자랑스러워하고 수행자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는 뜻이다. 누구를 지지했던 관계없이 스님들이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위기에 처한 한국불교를 일으키는 원력보살이 되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520호/2019년9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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