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연구회 가을논문발표회

신진 연구자 양성 취지로
소장 학자 논문 5편 발표
활발한 토론 이어져 ‘눈길’

“쇼펜하우어의 불교관은 본질주의에 기초해 인간 현존재의 원조를 말한다. 그의 염세주의는 곧 ‘원죄론적 세계상’이다. … 그러나 불교는 원죄를 말하지 않고 무명(無命)을 말하며, 고행을 말하지 않고, 팔정도(八正道)를 말한다.”

9월20일 열린 불교학연구회(회장 임승택) 가을논문발표회에서 윤동주 박사는 이같이 강조했다. 경북대 철학과와 공동 주최한 이날 발표회는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 세미나실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쇼펜하우어(1788~1860)는 헤겔의 관념론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지의 형이상학을 주창한 철학자이다. 실존철학과 프로이트 심리학에 영향을 끼쳤으며, 서양철학자 가운데 불교를 가장 긍정적으로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동주 박사는 ‘쇼펜하우어의 불교관에 대한 비판’이란 주제발표에서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철학 결론과 일치하는 최고의 종교라고 했지만, 심층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교의 무아론이 지닌 혁명적 함의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티(bhakti), 신애(caritas), 범아일여(梵我一如), 신과의 합일 등은 ‘아상의 확장’에 불과하며 갈애와 집착의 근원이라는 입장이다.

윤동주 박사는 “쇼펜하우어는 철학의 주제에서 영혼과 신을 몰아내고 고통의 현실과 동고(同苦)의 윤리를 말한다는 점에서 불교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입지를 마련했다”면서 “그럼에도 그가 취한 강고한 본질주의는 불교의 반본질주의와 충돌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어 “이러한 심층적 차이에 대한 그의 무지는 무분별하고 피상적인 통합론으로 이어졌다”면서 “기독교와 우파니샤드는 동질성의 법칙으로 묶어야 하며, 불교는 그 특수성을 고려하여 별도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동주 박사는 지난 2018년 경북대에서 ‘독일 비판철학의 계보 : 칸트-쇼펜하우어 연구-물자체 개념의 생철학적 전회에 따른 이성의 정위(正位)를 중심으로’로 학위를 취득했다. 이번 발표문은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일부를 보충해 선보인 것이다.

강성용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논평에서 “쇼펜하우어는 역사적 맥락 안에서 유럽의 불교 수용에 직접 개입했던 지식인이라는 면에서 의미있는 연구거리”라면서 “개괄적인 일반론에 근거한 조심스러운 서술을 담는 방식으로 글을 고쳐 쓸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발표회에는 △염(念)과 견(見) - 지·관(止 ·觀) 구분의 기준에 대하여(우동필, 전남대) △<법화경>에서 사리불의 위상에 대한 소고 - 사리불은 퇴보리심성문인가, 응화성문인가?(하영수, 금강대) △초기불교 명상수행에서의 실천적 중도 위상의 구현 - <초전법륜경>에 드러난 안목과 지혜와 평온의 적정을 중심으로(김근중, 동원과학기술대) △육입설을 통해본 열반의 실존적 측면에 관한 고찰(이은정, 경북대) 등의 논문이 선보였다.

임승택 불교학연구회장(경북대 철학과 교수)은 “이번 발표회는 학위를 받은지 얼마되지 않은 소장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선배 학자들이 논평하는 형식으로 마련했다”면서 “신진 연구자들이 본격적인 학자의 길 들어서도록 학문적 기량을 닦는 기회”라고 의미를 밝혔다.

논문발표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는 허정해 경북대 인문대학장과 정낙림 경북대 철학과장이 참석해 환영사와 격려사를 했다.

대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박광호 대구경북지사장 daegu@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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