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생애 기록한
대서사시 ‘불소행찬’
우리말로 정성껏 옮기며
북받치는 환희심 느껴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불소행찬

마명보살 지음 / 정왜스님 옮김 / 도반

“독사와 함께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야 큰 고요함에 들어 모든 괴로운 인연들이 이미 끝났느니라. 다시는 다음 몸을 받지 않기에 미래의 괴로움을 영원히 쉬었느니라.”

부처님의 생애를 다룬 서적은 무수히 발간됐다. 대부분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을 참고해서 쓰인 것들이다. 불본행집경은 6세기 말 인도 출신의 학승 사나굴다가 번역한 책으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체계적으로 서술했다.

<불소행찬(佛所行讚)>도 불본행집경과 쌍벽을 이룬다. ‘부처님이 살아온 바를 찬탄한다’는 뜻의 제목으로, 1세기 인도의 논사 마명(馬鳴)이 짓고 5세기 중국의 담무참(曇無讖)이 한문으로 옮겼다. 시가(詩歌) 형식으로 쓰였다는 것이 산문으로 된 불본행집경과의 차이점이다.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불소행찬>은 남양주 봉인사에서 수행 중인 정왜스님이 출간한 불소행찬 번역본이다. 정왜스님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집필하는 동시에 불교 교리에 입각한 <108 대참회문>을 만들었고 <금강삼매경>을 번역했고 <천수경>의 원본을 찾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등 경전 연구와 역경에 몰두하는 스님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불소행찬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장 전체를 여러 번 녹음하는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교정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였고, 시적 표현을 살리기 위해서였고, 현대인들의 언어표현에 부합하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무엇보다 “시로 읊은 부처님의 생애가 너무나 아름답게 가슴에 와 닿았고, 그것을 눈물을 흘리면서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불소행찬'은 송광사에서 출가하고 수행한 정왜스님이 부처님의 일생을 정리한 대서사시인 불소행찬을 우리말로 옮겼다.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불소행찬'은 송광사에서 출가하고 수행한 정왜스님이 부처님의 일생을 정리한 대서사시인 불소행찬을 우리말로 옮겼다.

시(詩)는 인간의 근원적 정서를 건드린다. 불소행찬의 가장 큰 매력은 시적인 아름다움에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부처님의 일대사를 시로써 찬탄한 문학집이다. 심오한 가르침들을 통해 중생들로 하여금 먼저 삶 속에서 깨닫게 한 뒤, 자신이 대면한 생로병사의 단계에서 그것을 상기하여 고통에서 벗어남을 실현할 것을 독려한다.

또한 무지와 번뇌의 업에 의해서 발생하는 윤회 업장들의 실체를 간파한 뒤 해탈의 광명 속으로 들어가 깨달음을 이를 것을 권한다. 다양한 오욕락(五慾樂)의 혼란상과 마음의 착란 속에서 육도(六道)에 떨어지지 않고 윤회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법들을 자세히 설명한 수작이다.

불소행찬은 부처님의 생애를 장편의 서사시로 읊은 불교문학의 백미다.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다 보면 저절로 신심이 가득해진다. 무엇보다 부처님의 생애는 깨달음을 얻은 생애이고 중생의 깨달음을 도우려는 생애였다. 이에 불소행찬에서는 삶의 허망함에 대한 묘사가 강렬하고 삶의 허망함을 극복할 수 있는 수행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장렬하다.

“누군들 낳아준 부모가 소중하지 않으랴만 그러나 마침내 이별하고 마는 것을 아무리 살아서 서로를 지킨다 하여도 죽음에 다다르면 능히 붙잡을 수가 없느니라. 다만 꿈속에서 잠깐 만난 것과 같아서 어느새 갑자기 항상 함이 없어 흩어지나니 마치 사람이 길을 따라 갈 적에 도중에서 잠깐 서로 만났다가 모름지기 잠시 후에 제각기 갈라지듯이 이별하는 이치도 본래 그와 같음이라. 서로 모여 잠깐 동안 친하더라도 인연의 이치를 따라 저절로 헤어지는 법. 친하다는 것의 거짓 만남을 깊이 깨달아 응당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감수성이 풍부한 법문이 퍽 인상적이다. 저자는 “삶은 붓다의 고향에 돌아가는 귀향이며, 재회이며, 설렘이며, 행복이며, 희열이며, 삼매이며, 또 하나의 희망이자 축복이며, 대변신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삶은 투명한 광명이며, 환희의 날개짓이며, 찬란한 빛의 향연인 것이며, 삶은 더 이상 슬픔과 이별이 교차하는 고통의 장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불소행찬에 대한 찬사도 지극하다. “우리들이 무시(無始)이래의 윤회 삶 속에서 잊고 지내던 그리운 법성의 어머니와 다시 만나는 내 자성의 본성이 기쁨에 겨워 환희의 눈물을 쏟는 축복의 장소”라며 “이 불소행찬(佛所行讚)은 우리들의 해맑은 영혼의 귓가에 들려주는 최후의 깨달음의 노래”라고 스스로 높이 평가했다. ‘한 권의 책을 평생 소장한다면 어떤 책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출간 후 저자의 첫 질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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