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한국불교는 미얀마·티베트 불교보다 수승한가
[수미산정] 한국불교는 미얀마·티베트 불교보다 수승한가
  • 윤성식 논설위원 · 고려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9.20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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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가 시장에서 투자자 반응 보듯이
한국불교 세계에 던져놓고 반응 살펴야
얼마나 많은 세계인 한국불교 관심 둘까?

한국불교 대표 조계종 경쟁 상대는 외국
다른 나라 불교와 경쟁하며 검증 받아야
윤성식

어떤 부자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회장님은 돈도 많으신데 왜 귀찮게 남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려고 하십니까?’하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사업은 자기 돈 가지고 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오늘날, 아무리 좋은 전망을 가진 아이디어로 보여도 막상 실행에 옮기면 여기저기 지뢰투성이임을 실감한다. 실제로 통계자료를 봐도 사업이 성공하는 확률은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돈을 100% 투자한다면 바보다. 가능하면 은행돈을 끌어들이고 다른 투자자를 모집해서 내 돈은 최소화하되 경영권을 장악할 정도면 된다.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데는 좀 더 긍정적 이유도 있다. 내가 아무리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여도 남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 번 더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남이 좋다고 덤벼들면 내 아이디어가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확신을 갖는다.

물론 사업 세계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대성공을 거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겐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말로야 누구든지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할 수 있지만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없이 말만 한다면 그저 지나가는 의견에 불과하다.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자신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검증 중에서 최고의 검증은 돈 내고 돈 먹는 시장에서의 검증이다. 시장에서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경쟁한다. 금융시장에서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결국 시장에서의 검증이란 합리적 경쟁의 결과이다.

한국불교가 꼭 세계에서 인정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국내에서 대다수의 신도가 만족하고 나날이 숫자가 증가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불교가 한국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구태여 다른 나라에서 인정해주지 않아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한국 불교가 통계수치로 볼 때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이 사실이기에 우리는 한국불교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한국불교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눈을 경쟁과 검증에 돌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한국불교는 한국 내에서 경쟁이 거의 없는 영역이다. 조계종이 불교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흔히 맏형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처럼 보인다. 맏형이라기에는 너무 압도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천태종이나 원불교 교세도 만만치 않지만 조계종이 경쟁을 염두에 둘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나라의 불교와 한국불교를 비교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불교에서 압도적인 두 가지 세력은 티베트불교와 미얀마, 태국 등에 자리를 잡은 남방불교다. 티베트불교는 이미 서양세계에 깊숙이 뿌리내렸고, 미얀마에는 마음챙김 수행을 배우려고 하는 서양인 수행자가 끊이지 않는다.

마치 사업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장에 던져 놓고 투자자의 반응을 보듯이 우리도 한국불교를 세계에 던져 놓고 세계인의 반응을 보아야 한다. 숭산스님 같은 분은 우수한 서양인 제자를 두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세계인이 한국불교의 우수성에 관심을 가질지 진지하게 반조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불교가 다른 불교와 경쟁하면서 검증을 받으면 한국불교의 장점과 단점이 드러나고 한국 불교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된다. 우리가 외국에 세력을 확장해서 헤게모니를 장악해야 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기에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불교신문3519호/2019년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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