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철

<앙굿따라니까야(A5:204)>에서는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힘’을 설하고 있다. 다섯 가지란 ‘믿음의 힘, 부끄러움의 힘, 창피함을 아는 힘, 정진의 힘, 지혜의 힘’ 등이다. 그런데 이중 ‘믿음의 힘’은 신뢰가 없으면 마음의 황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고 부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스승과 스승의 가르침, 그리고 스승이 속한 집단, 배움과 도반 등에 대한 신뢰를 말한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에 대하여 의혹을 품고, 의심하고, 믿음이 없고, 확신이 없으면 마음이 황무지로 변하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생각들이 어지러이 흩어지고,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세속적 명리를 주고받는 수단이 되면서 상호간에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 교육기관 입학이 공정하지 못하고 다양한 거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는 각급 교육기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사회는 구성원들 사이에 이해관계 대립이 심화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거나 변화하지 못한다. 이러한 혼란은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고, 교육기관 종사자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교육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변질되는 경향이 만연하는 원인이 된다.

교육기관의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허물을 창피해 하고, 집중하여 노력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때 교육의 미래가 있고, 교육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자가 단순한 서비스 공급자가 아니라 스승으로서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 교육의 질적 향상과 전인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육현장이 황무지가 아니라 참다운 인재를 양성하는 문전옥답으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519호/2019년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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