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禪까지] <32> 설일체유부의 번뇌론②
[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禪까지] <32> 설일체유부의 번뇌론②
  • 등현스님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 승인 2019.09.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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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제 진리 꿰뚫는 지혜 성취”

인간 번뇌는 인지적 오류와
마음속 자리한 욕망서 비롯
선정 통해 점차 끊어나가야
등현스님

3가지 악도(惡道, dugati: 지옥, 아귀, 축생) 중의 하나에 태어나는 것은 오계를 지키지 않은 결과이고, 오계를 지키면 사람으로 태어나게 된다. 욕계에 있는 6가지 천상 중의 하나에 태어나는 것은 10선법 중 7가지 사이업(思已業) 즉 방생, 보시, 청정행, 진실어, 꾸밈없는 말, 화합어, 부드러운 말을 함으로써 그 과보를 누린다.

사이업이란 의도(思)와 함께 일으킨 몸과 말의 행위들을 말한다. 색계 4가지 천상 중의 하나에 태어나는 것은 그에 해당하는 선정을 수행함으로써 성취되고, 무색계 천상 중의 하나에 태어나는 것도 그러하다. 이처럼 3계(욕계, 색계, 무색계) 중의 하나에 다시 태어나는 것은 유루번뇌와 결합된 행위를 한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3악도 중의 하나에 태어나 괴로움을 겪는 것은 악한 유루 행위의 결과이고, 인간 또는 천상 등의 선취에 태어나는 것은 선한 유루 행위의 결과이고, 붓다나 아라한이라는 과보는 무루 행위의 결과이다. 유루, 무루의 행위는 각기 이와 같은 과보를 가져다준다. 

인간의 번뇌(유루)는 인지적 오류에 의한 번뇌와 욕망과 관련된 감성적 번뇌로 나눌 수 있는데 견혹(見惑)은 인지적 번뇌에 해당하고 수혹(修惑)은 감성적 번뇌이다. 인지적 번뇌는 착시, 오해, 잘못된 믿음 등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닌 것(오온)을 영원한 나 혹은 나의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유신견(有身見), 모든 것이 인연 따라 발생하고 소멸하는 이치에 무지하기 때문에 법(현상계)의 단멸성이나 영원성의 양쪽 끝을 집착하는 변집견(邊執見), 갠지스 강물에 뛰어들었다고 마음의 번뇌가 없어질 리가 없는데 그것으로 마음이 맑아져 천상에 갈수 있다고 믿는 등의 계와 금기에 대해 왜곡된 견해인 계금취견(戒禁取見), 이 세상은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부정하고 믿지 않아서 4성제를 인정하지 않는 사견(邪見), 수행에 의해 끊어져야 하는 위와 같은 저열한 견해를 집착하여 추구하는 번뇌를 견취라 한다. 

감성적 번뇌인 수혹(修惑)은 마음속에 습관 지어진 욕망이다. 5가지 감각기능에 의해 인식한 과거나 현재의 대상들 중 마음에 드는 대상에 대해 애착하는 것은 ‘탐(貪)’이라 하는데, 욕계의 탐(欲貪)과 색계, 무색계(有貪)의 탐, 2가지가 있다. ‘만(慢)’은 에고에 의해서 발생하고, 에고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존중, 지나친 존중은 돈을 많이 들여서 교육받고, 대접받고 귀하게 산 인생의 기억에서 온다.

이때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타인을 차별하는 ‘만(慢)’의 의식작용이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무시 받고 자란 사람의 마음속에는 반대로 ‘진(瞋)’의 의식작용이 발생한다. 이들은 4제의 진리에 대해 믿지 않고(疑), 탐진만이 고통의 원인임을 몰라서(無明) 고통의 번뇌를 더한다. 견혹(見惑)은 4제의 진리를 깨달아서 즉각적으로 끊어지게 되므로 견소단(見所斷), 수혹(修惑)은 선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끊어지는 번뇌이므로 수소단(修所斷)이라 한다.

<구사론>에서 4성제를 깨닫기 이전에 닦는 수행은 유루의 수행, 사성제를 꿰뚫어 본 이후의 수행은 무루의 수행이라 한다. 유루의 수행은 다시 3단계로 나눠지는데 대치법, 자량, 가행의 수행이고, 이를 3현관이라고 한다. 무루의 수행 역시 3단계인데 이는 견도, 수도, 무학위로 이루어져 있다.

유루(āśrava)의 번뇌(수면) 10가지 중 5가지 견혹(見惑)은 견도(見道)에서, 5가지 수혹(修惑)은 수도(修道)에서 소멸한다. 이처럼 사성제에 대해 관을 함으로써 차별 없는 지혜를 만들고, 그 지혜로 수혹(현상의 미망)을 파괴하고 마침내 무학도(無學道)에 들게 된다. 

[불교신문3519호/2019년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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