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상구보리 하화중생’ 현장 ⑩
새롭게 재탄생한 서울교대 불교동아리 ‘불연’


90년대 중반 문닫은 불교학생회
올 봄 25년 만에 복원 ‘눈길’

‘불교 알못’ 학우들과 교류·소통
지도법사 동건스님 차담과 힐링
최근 정식 동아리로 학교 등재

대부분의 수업이 끝나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지난 10일 오후5시30분. 서울교대 연구강의동 107호에 불이 환하다.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피곤할 법도 한데, 모여드는 학생들 하나하나 표정이 밝다. 기대 반 설렘 반의 모습이다. 서울교대 불교동아리 불연이 ‘불교 알못(잘 알지 못하는)’ 학우들을 위해 교류와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자 시작한 2학기 첫 번째 차담이다. 1990년대 중반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던 불교동아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불연은 동문 선배들과 재학생들이 힘을 모아 지난 5월 말 재창립에 성공했다. 젊은 불자들 감소 탓에 불교동아리 활동이 점점 위축되는 현실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1990년대 중반 맥이 끊어졌던 학생회를 25년 여 만에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힘이 된 것은 선배 동문들 덕분이다.

동아리는 사라졌지만 졸업생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사찰순례나 템플스테이를 하며 유대를 이어왔던 것. 이렇게 활동을 이어오던 동문들은 지난해부터 지회 복원을 꿈꾸며 꾸준히 준비한 끝에 지난 5월29일 불교연구회(불연)로 재출발시켰다.

불교가 거의 없어진 이곳에서 불교를 알기 쉽게 가르친다는 것,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재창립과 동시에 동아리 홍보에 적극 나선 결과 신입회원 30여 명을 확보했다. 다행스럽게도, 유령회원이 거의 없다. 활동 의지가 강한 학생들이 대거 들어왔다. 박정인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들은 불교가 어려운 종교가 아니고 항상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2학기 스케줄을 짬지게 구성했다.

뮤지컬 싯다르타 관람, 학교축제 동아리 홍보부스 운영, 불연의 밤, 송년 템플스테이 등 올 연말까지 계획을 모두 짜 두었다. 창립법회 이후 지난 6월엔 북한산 중흥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오는 등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박 회장에 따르면 명상과 발우공양을 통해 불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날 열린 스님과의 차담도 그 일환이다. 학교 게시판과 학년 공지방, 공지톡을 적극 활용하는 등 홍보에도 열과 성을 다했다. ‘힐링이 필요한 당신’, ‘마음 속 고민거리가 있는 당신’, ‘스님 또는 다른 학우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은 당신’ 등등 이야기와 위로가 필요한 주인공들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시간이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불연 집행부와 동아리 회원, 일반학생까지 1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지도법사 동건스님이 함께했다. 아직 동아리방을 배정받지 못한 탓에, 스님과의 만남은 일반 강의실에서 이뤄졌지만 오히려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서먹함도 잠시, 이날 처음 만난 학생들은 떡과 차를 나눠먹으며 불교라는 공통 주제를 놓고 약 한 시간 반을 알차게 보냈다. 사전에 익명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도 받았다.

대다수가 ‘부처님 말씀을 알고 싶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내용을 써서 집행부에 전달했다. ‘공부를 뒤늦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스님이 되셨나요’ 등의 고민과 질문에도 스님은 진심을 담아 답을 했다.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의심이 없다면 커 나갈 수 가 없어요. (학생 고민은) 모두의 고민일 수 있어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모두 고귀해 보입니다. (조금 늦었다기보다) 여기까지 온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봐요. 박수 치고 싶어요. 내 마음을 잡고 싶어 여기까지 온 것도 대견해요. 20대를 지나면서 이런 큰 노력을 하고 고민한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더욱 단단하고 견고해 질 수 있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상대방도 달리보이고, 미래 선생님이 됐을 때 학생들에게 전해지는 마음도 달라질 수 있어요.”

지도법사 스님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는 말로 차담을 마무리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고 소통”이라는 스님은 “정확한 답은 내릴 수 없지만 방법은 드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만남을 약속했다.
 

고양 중흥사 템플스테이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학생들.

‘불교와의 소중한 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재탄생한 불연에는 불자보다 종교가 없는 일반 학생이 더 많다. 어릴 때 일찌감치 부모님을 따라 절에 다닌 박 회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불교를 만난 이후 생활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불연에서 기획부장 소임을 맡고 있는 김선구(생활과학과 3학년)씨는 단톡방(SNS)에 올라오는 불교 가르침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순간이 첫 번째 변화라고 했다. 졸업한 동문 선배들이 경구나 불교 책에서 정제된 내용을 발췌해 거의 매일 올려주고 있다.

김 씨는 “동아리 이름이 불연인데, 불교연구회와 불교 인연이라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 스님과 학우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다양한 생각을 듣게 되고, 그를 통해 저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교직실습에서 만난 한 선생님으로부터 아무리 교사라도 학생에 대한 미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불연에서 만난 스님과 선배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훗날 만날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송희 문화홍보부장(생활과학과 3학년)씨도 “연령과 성별을 모두 떠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다. 동아리에 들어와 템플스테이와 연등회에 참여했던 경험은 정말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대학생들을 위한 불교 역할을 묻자 박 회장은 망설임 없이 젊은 세대를 위한 포교 콘텐츠가 보다 풍부해 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처님 말씀을 처음 접하는 대학생 불자들에게는 여전히 불교가 어려울 수 있다는 박 회장은 “불교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가르침을 조금씩 천천히 인도해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모든 존재가 이어져있다는 인연법을 좋아하는데, (동아리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맺고 싶다”며 “훗날 교사로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인내심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필요로 한다. 불교를 좀 더 배워 이를 키워나가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한 시간의 차담이 끝나갈 때 즈음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이날 드디어 정식 동아리로 학교에 등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제 곧 새로운 동아리방도 배정받게 된다. 프로그램이 좋았던지, 한 학생은 차담이 끝난 직후 가입 의사를 밝혔다. 불교라는 소중한 인연을 맺은 학생들의 미래도 더욱 밝아보였다.

[불교신문3519호/2019년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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