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앞장설테니 진리로써 법의 바다로 가자…
갈라졌던 마음들 모아 큰 바다로 같이 함께 가자”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에 본각스님이 당선됐다.

전국비구니회 제12대 회장에 본각스님이 당선됐다.

기호 2번으로 입후보한 본각스님은 9월18일 오후1시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제12대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에서 1064표를 차지해 제12대 회장에 당선됐다. 기호1번 육문스님은 789표를 얻었다. 총 1880표 가운데 무효는 23표가 나왔으며, 기권은 3표였다. 개표 과정에서 1표가 분실된 사실은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날 본각스님은 당선 소감을 통해 “먼저 제11대 회장님으로 지난 4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하신 육문 회장 스님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이 후배에게 (그동안) 애쓰신 자리를 넘겨주셨다는 그런 마음으로 오늘 12대 회장을 받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스님은 준비된 원고 없이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소감을 이어갔다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에 당선된 본각스님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본각스님은 짧은 선거 기간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저는 그 기간 동안 오히려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제가 여러분께 메시지를 전했듯 우리 모두는 하나로, 지금은 너 쪽 나 쪽 이런 것을 따질 필요가 없이 전부 흘러서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어, 넓은 법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 계신 스님들, 전국 6000여 비구니 스님들이 한 방울의 방울물이 되어 진리의 바다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본각스님은 출가자 감소와 탈종교화 현상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불교를 다시 살리는데 마음을 모아줄 것을 역설했다

본각스님은 지금 한국불교는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운 상태라며 사실 학자를 마감하고 삶을 여유롭게 보내고도 싶었지만 한국불교 (상황이) 급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불교가 썩어가는 나무배라면 빨리 새로운 배를 만들어야한다면서 누구는 타고 누구는 못타는 그런 배가 아니라 진리의 배로 빨리 옮겨 타야 한다. 그 앞에 제가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마음이 가볍지 않다고 밝힌 본각스님은 한 달여 동안 이 일에 동참하면서 짐이 무겁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비구니회장 선거를 위한 이날 총회에는 2000여 명에 가까운 비구니 스님들이 참석해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후3시30분 투표 종료 직후, 개표가 진행됐다.

본각스님은 “여러 가지 일이 난무하면서 그 자체가 부끄러웠다”며 “‘선거가 끝나면 내일 중노릇 안할 것이냐’는 어느 스님의 말이 경책이 되었다. 이제 진리의 바다에서 새로운 배를 건설해 반야용선에 타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에 앞서 발표한 주요 공약들을 차근히 실현해 나갈 것도 피력했다. 본각스님은 “혼자 계신 노스님, 사각지대에 계신 노스님들을 다 살펴드려야 한다. 출가 감소를 막고, 한 사람이라도 발심하도록 법룡사 법당을 활용해 (일반인이) 비구니 스님들을 보고 매력을 느끼도록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국제교류를 활발히 해 젊은 비구니들을 한국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끝으로 제가 그 앞에 앞장설 테니 진리로써 법의 바다로 가자전국의 비구니 스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갈라졌던 마음들을 모아 큰 바다로 같이 함께 가자고 호소했다.
 

정견 발표 직후인 오후1시40분경 임시 의장 스님이 투표 시작을 알렸고, 양 후보 스님들이 나란히 투표했다.
당선증을 받고 있는 본각스님.

이번 선거는 1880명이 선거인 명부에 점명해 역대 최대 인원이 동참했다.

본격적인 선거에 앞서 이날 총회는 11대 회장 스님이 12대 회장에 입후보함에 따라 총회의장 권한을 일시 정지하고, 회칙에 따라 수석부회장 일연스님을 임시의장으로 진행됐다.

이어 성원보고와 의장스님의 개회선언,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총회 안건인 제12대 회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어 양 후보는 불단위에 준비된 선거 승복각서에 서명했다. 순서에 따라 기호 1번 육문스님과 기호 2번 본각스님은 정견 발표를 했다.

정견발표 직후인 오후1시40분 경 임시의장 스님이 투표 시작을 알렸다. 투표는 점명 때 확인한 명찰과 투표용지를 교환한 뒤 진행됐다. 2000여 명에 가까운 비구니 스님들이 참석해 법당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투표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후2시45분께 대부분의 스님들이 투표를 마쳤다. 이어 3시30분 임시의장 스님이 오후3시30분 투표 종료를 선포했다. 이어서 곧바로 개표를 시작했다. 오후4시30분께 개표를 마친 의장 스님이 개표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1880표 가운데 1064표를 얻은 본각스님이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에 당선됐다. 

본각스님은 1952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육년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6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1977년 월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76년 동국대 철학과를, 1979년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유학길에 올라 도쿄 릿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도쿄 고마자와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승가교육과 후학양성에 매진했다. 제11대~13대 중앙종회의원, 한국비구니연구소장,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금륜사 주지 등을 맡고 있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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