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
[특별인터뷰]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
  •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 승인 2019.09.18 14: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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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종무행정…신도들과 눈 맞추며 정진”

‘천수다라니 공덕회’ 구상
서산대사 제향 문화재 지정
7직 중심의 열린 종무행정
“교구 전체 살아 움직이길”
매월 첫째 토요일 저녁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의 집전으로 천수다리니 108독 기도가 펼쳐진다.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은 지시하는 주지이기보다 소임을 맡은 7직이 책임 있는 종무행정을 펴도록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혔다.
매월 첫째 토요일 저녁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의 집전으로 천수다리니 108독 기도가 펼쳐진다.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은 지시하는 주지이기보다 소임을 맡은 7직이 책임 있는 종무행정을 펴도록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혔다.

법상(法祥)스님은 1992년 은성스님을 은사로 출가. 1993년 사미계, 2003년 통도사에서 보성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해인사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호법부 상임감찰과 호법과장, 포교원 신도국장을 역임했다. 무안 법천사, 대구 안일사 주지와 제17대 중앙종회의원에 이어 지난 7월2일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로 임명됐다.

법상스님은 2011년 종정예하로부터 법호 ‘성해(性海)’를 받았다. 종정예하는 ‘끊임없는 성품의 바다, 그 누가 알랴. 삼세의 부처와 조사가 여기에 머물렀다. 무량한 지혜와 덕을 갖추었으니 영겁토록 매하지 않고 항상 받아서 써라’고 격려했다. 법상스님 도반들은 이구동성으로 “항상 진실하고 그 마음이 여여(如如)하다”고 말한다. ‘꼼수 부리는 것’을 싫어하는 법상스님은 재가자들에게 “생각을 예쁘게 하라”며 ‘내면의 진실’을 강조한다.

한반도를 덮친 태풍 ‘링링’의 위세는 대단했다. 태풍이 불던 9월7일, 땅끝 해남으로 향하는 길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나주골 배 과수원마다 수확하지 못한 채 떨어진 배가 땅바닥에 즐비하다. 들판의 논은 갓 여물기 시작한 나락이 쓰러져 처참한 몰골이다. 

400여 년 전, 왜적이 호남의 평야를 휩쓸던 때도 이러했을 것이다. 그때는 천만다행으로 남도의 바다에서 시작한 충무공 이순신의 승전을 기반으로 나라를 지켰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편지글에서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고 했다. 

무슨 연유인지 태풍의 한가운데에서 ‘호남이 없으면…’이 진언마냥 머릿속을 맴돈다. 그날 호남 땅끝 해남으로 향했던 것은 22교구본사 대흥사에서 기도가 있기 때문이다. 매월 첫째 토요일 저녁이면 대흥사에서 ‘천수다라니 108독’ 기도를 펼친다. 해질 무렵 기도객이 몇이나 올까 싶었다. 농촌의 고령화와 태풍까지 겹쳐 산중으로 기도하러 오기가 쉽지 않은 터였다. 의외로 오후5시가 되자 보현전에 15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대흥사 천수다라니 기도는 법상스님이 지난 7월 주지 취임 후 첫 번째 내세운 원력이다. 취임식도 불자들과 함께 천수다라니 108독 기도로 대신했다.

“사찰은 기도하고 수행하는 도량입니다. 뜻하는 바를 현실로 드러내는 것이 기도이고, 간절하면 이루어집니다. 천수다라니 기도독송으로 자신의 생각을 현실에 재현해 보길 바랍니다.”

법상스님은 아홉살 어린 나이에 사찰에 왔다. 광주 향림사 구오사미(驅烏沙彌. 까마귀를 쫒는 어린 사미승)였다. 당시 향림사에는 30~40여명의 또래가 살았다. 낮에는 사복입고 학교에 가고, 절에 오면 승복을 입었다. 또래가 많아 화기애애했다. TV가 있는 스님방에 모여 만화영화 한편으로도 행복했다. 

법상스님은 어른 스님들 방에 있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대부분 불교관련 서적이었다. 깨달음에 대한 편력은 자연스럽게 출가로 이어졌다. 향림사는 재가 많았다. 어려서부터 목탁과 염불에 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행자의 길이 순일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20여 년 전, 공부가 더이상 나아가지 않고 앞뒤가 꽉 막혀버렸습니다. 방황 끝에 힘들때면 염하던 천수다라니에 의지하기로 했습니다. 대흥사 큰절에서 은사 은성스님이 머물고 있는 북미륵암까지 하루 네차례 오가며 21일간 108독 사분정근을 했습니다.” 

기도가 간절해지면서 변화가 왔다.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고 마음에 힘이 생겨났다. 다라니기도가 익어가고 복과 지혜가 함께 드러남을 확신하게 됐다. 천수다라니 기도 영험은 대구 안일사 주지를 맡으면서 또 한 번 확인했다. 신도들과 함께 매달 첫째 토요일에 ‘천수대다라니 108독 정진’을 시작했다. 기도에 참석한 불자들도 환희심에 찼다. 매달 200여명이 함께 독송하는 안일사 천수다라니 기도는 이제 대구에서도 유명세를 타는 기도이다. 안일사 천수다라니 기도가 원만해지고 해남 대흥사 주지가 되었다.

“교구본사 주지라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살아있는 종무행정을 펴고, 신도와 눈 마주치며, 공양은 했는지 살피는데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교구본사 대흥사 주지 취임에 대한 소감치고는 너무 소박하다. 계속된 이야기에 힘이 실리고 깊이가 있다. 법상스님이 말하는 살아있는 종무행정은 곧 열린행정을 말한다. 지시하는 주지이기보다 소임을 맡은 7직이 책임 있는 종무행정을 펴도록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교구전체가 살아 움직이게 된다.

법상스님은 교구본사 주지 임기 중에 펼칠 사업으로 △천수다라니 기도 성지화 △선풍진작 △서산대사 제향 문화재 지정 △초의선사와 우리 차 선양 △세계문화유산 홍보 등을 제시했다.

먼저 천수다라니 기도는 이미 시작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전국에서 찾아오는 불자들이 늘고 있어 호응이 좋은 편이다. 

선풍진작을 위해서는 안거를 마친 해제 때 서산대사의 <선가귀감> 대중강연회를 개최해 선법을 펴는 도량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서산대사 제향을 문화재로 지정하기위한 사업은 대흥사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올해도 오는 21일 조계사에서 ‘대흥사 표충사 서산대사의 향례 연구’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세계문화유산 홍보를 위해 대흥사를 소재로 하는 사진, 수묵화는 물론 예술인들과 유럽 7개국 순회전시도 준비 중이다.

“대흥사 진입로는 약 2km 거리이며 다리가 8개있습니다. 불교 우주관에 따라 사바세계에서 부처님이 계시는 법당까지 8개의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진입로 다리마다 다양한 장엄물을 전시해 이야기가 있는 탐방길을 조성하겠습니다. 야간에도 산문을 개장해 해남뿐 아니라 세계인이 안락을 얻는 부처님 도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법상스님은 ‘대흥사 천수다라니공덕회’를 구상하고 있다. 공덕회원의 목표는 500명이다. 전국에서 매달 500명의 기도객이 대흥사를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천수다라니는 천수관음보살의 공덕을 찬탄한 경으로 천수다라니를 외우면 시방의 불보살이 와서 온갖 죄업을 소멸하고 증명해 준다고 합니다. 천수다라니공덕회원 500명이 모이면 손과 귀가 각각 천개가 되어 한분의 천수천안관음보살이 됩니다. 관음보살님이 현실에 나투시게 되는 것입니다.”

천수다라니 공덕회원 500명은 곧 천수천안관세음보살로 자신이 뜻한 바를 스스로 실현해 낼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법상스님은 전국에서 기도객 500명이 모이면 대흥사 말사를 순례하면서 천수다라니 108독 정진을 할 예정이다. 교구본사 대흥사만 흥하는 것이 아니라 말사와 해남 지역민이 모두 행복한 세상을 펴겠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대흥사를 천수다라니 기도성지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매월 첫째 토요일은 땅 끝 대흥사에서 천수다라니 108독 기도하는 날로 정하고 전국의 천수다라니 기도불자들의 동참을 바랍니다.”

대흥사가 자리한 대둔산에 어둠이 내리고 태풍이 잦아들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천수다라니 독송도 멈췄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몸과 마음에 가득하다. 천수다라니 기도의 여운인가보다. 

땅 끝 해남 대흥사에서 서서히 ‘천수다라니’ 파장이 일고 있다. 그것은 ‘호남불교가 없으면 한국불교가 없다’는 새로운 바람이다.

[불교신문3519호/2019년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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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019-09-21 06: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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