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재일 불교학자 이광준 박사의 <한일불교문화교류사>는 1500여년에 이르는 양국불교의 문화교류역사를 기술한 9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이다. 책에 따르면 한일 간 최초 불교교류는 백제 성왕(538년) 때다.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는 백제의 성왕이 금동불상과 경전 등을 보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일본은 비구니 선신(善信) 등을 백제에 유학시키고, 고구려와 백제에서는 고승을 파견하여 불교 정착을 도왔다.

고려조에 이르면 일본은 주로 송나라로 유학승을 파견, 당시 유행하던 선종을 배워온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고려에는 더 많은 승려들이 찾아와 시물(施物)을 내고 경권을 구득해갔다. <고려사> 등 한국 측 자료와 <법화영험전> 등 일본 측 문서의 서발(序跋)자료는 고려불교가 어떻게 일본불교에 도움을 주었는가를 알게 해준다.

두 나라 불교의 불행한 관계는 조선시대에 일어났다. 현소(玄蘇)는 임진왜란 전 막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외교사절로 조선을 방문한다. 그는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건너가자 전쟁을 피하고자 외교문서를 변조하기도 했다. 정유재란 때는 군의관으로 파견된 경념(慶念)이 <조선일일기>라는 종군기를 써서 전쟁의 참상을 후세에 전했다.

한편 조선불교계는 서산과 사명, 기허대사 등이 의승군을 조직해 직접 전장에 나선다. 특히 사명대사는 전후처리를 위해 일본에 파견돼 포로를 귀환시키는 등 큰 활약을 했다.

일제의 식민지배 때는 일본승려에 의해 ‘도성출입 해제’가 건의된다. 그러나 ‘조선불교의 왜색화’ 같은 치욕도 있었다. 그럼에도 두 나라 불교는 1977년부터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를 결성해 매년 상호방문하면서 불교교류를 통한 평화와 우의를 증진해왔다.

세속사회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와 평화의 실천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었다. 최근의 한일관계는 우려할만한 적대관계로 치닫고 있다. 임진왜란 전후 양국 스님들이 외교사절로 왕래했듯이 화해를 촉진할 불교의 역할이 필요한 때다.

[불교신문3518호/2019년9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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