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스님’이 보내는
마흔한 통의 격려와 조언
‘명상’과 ‘화합’과 ‘경청’이
우리 사회의 미래 밝힐 것

정념 스님이 오대산에서 보낸 편지

정념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사찰을 대표하며 절을 지키는 스님을 ‘주지(住持)’라 한다. ‘구주호지(久住護持)’의 준말이다. ‘이 땅에 오래도록 머물며 불법(佛法)을 수호한다’는 뜻인데, 최초의 주지였던 부처님을 기리는 말이다. 결국 어느 한 절에 정착해 수많은 세월을 수행하고 교화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스님의 능력과 사람됨을 짐작할 수 있다.

조계종 제4교구본사인 평창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이제 ‘오대산 정념스님’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1980년 오대산에서 처음 삭발한 이래 40년 동안 오대산을 떠난 적이 없다. 큰절 월정사 주지 소임만 15년째다. 안거 기간에는 산문(山門)을 아예 걸어 잠그고 수좌들과 함께 선방에서만 지낸다.

<정념 스님이 오대산에서 보낸 편지>에는 오대산에서 40년을 보낸 산승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41통의 편지가 실렸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스님이 각종 법회와 강연 그리고 성지순례 기간 중에 들려주었던 법문을 편지글 형식으로 정리했다. 찾아오는 사람 많고 오라는 곳 많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결코 산중을 벗어나지 않은 스님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자신이 이룬 ‘진중(珍重)’의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평창 월정사 주지이자 조계종 백년대계본부장 정념스님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편지글 형식의 책을 냈다. 사진제공 불광출판사
평창 월정사 주지이자 조계종 백년대계본부장 정념스님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편지글 형식의 책을 냈다. 사진=불광출판사

스님은 ‘나를 고집하지 않는 자리가 곧 부처의 자리’라는 교훈을 불교 교리나 선사들의 선문답 또는 절집안의 고사(古事)를 섞어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벌여놓은 공업(共業 : 집단이 함께 감당해야 할 숙명)의 무게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나와 너, 남북 그리고 세계질서 속에서의 갈등 아울러 환경파괴와 빈부격차 등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우리 공동체를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스님이 41편의 편지들에서 강조한 것은 세 가지다. 명상, 대화와 경청, 그리고 평화와 화합.

“월정사 현판에는 ‘설청구민(說廳俱泯)’이란 어귀가 있습니다. 귀를 활짝 열고 너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너의 생각은 곧 나의 생각입니다. 나의 생각이 곧 너의 생각이면 나와 너라는 구분마저도 필요가 없어집니다. 나와 너의 경계가 허물어진 자리, 그 자리가 바로 깨끗한 마음입니다(118쪽).”

책으로 엮인 내용은 ‘행복’, ‘비움’, ‘나눔’이라는 큰 틀로 귀결된다.  보통 스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벗어나지 않는다. 2500년 동안 불교가 인류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메시지인 동시에 요즘에 출간되는 여러 ‘힐링’ 도서들의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정념스님은 결이 좀 달라 가볍고 얄팍한 위로나 위안보다는 굳건하고 장구한 ‘시대정신’을 품고 살 것을, 긴 호흡으로 ‘더불어 실천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진리라고 인정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뿐이라는 역설이 있습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려면 넓은 안목이 필요합니다. 넓은 안목이란 곧 공간적·시간적으로 시야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나’만 보지 말고 그 ‘나’를 지탱하고 있는 주변의 ‘너’까지 두루 살피고, ‘현재’만 보지 말고 이 현재를 만든 ‘과거’와 이 현재가 만들어가는 ‘미래’로 시야를 확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넓은 안목입니다(122쪽).”

스님이 보낸 편지에는 사진도 동봉되어 있다. 글과 함께 실린 200여 장의 컬러 사진에서는 오대산과 월정사의 사계절을 음미할 수 있다.

정념(正念)스님은 한국불교의 지도자로 주목받는다. 법호는 퇴우(退宇). 1980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만화 희찬스님을 은사로 득도했으며 1987년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했다. 2004년부터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로 일하고 있다.

특히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를 월정사의 대표 브랜드이자 한국불교의 히트상품으로 키워냈다. 자기성찰을 통한 맑고 건강한 인격체 형성을 모토로 현재까지 3000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했고, 이 가운데 300여 명이 정식 출가했다. 월정사 만월선원, 북대 상왕선원을 개원했으며 재가불자를 위한 문수선원과 동림선원을 열어 수행가풍을 진작했다.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되찾은 공로로 2012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으며 지난 4월 조계종 백년대계본부장에 임명돼 미래 사회 불교의 가치와 역할을 모색하고 실천하기 위한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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