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딸과 아들을 보면
그들이 늘 안심할 수 없는 자리에 놓여 있는
그런 
내 딸과 아들이듯이.

나무가 그 아래 어린 나무를 굽어보고
산이 그 아래 낮은 산을 굽어보는 마음이 또한
애비가 자식을 바라보듯
그런 것일까.

문득 날짐승 한 마리 푸른 숲을 떨치고 솟아오를 때도
온 산이 조바심을 치며 두 팔 벌려
안으려고, 안으려고 한다.

-이수익 시 ‘숲을 바라보며’에서
 


부모의 안목에서는 자녀들이 늘 걱정스럽다.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인다. 큰 나무가 이제 막 자라나는 어린 나무를 그늘 아래에 둘 적에도, 큰 산이 무릎 아래에 있는 낮은 산을 그 품에서 거느릴 때에도 마찬가지다. 

굽어보는 마음이란 그런 것일 테다. 아래를 내려 보아서 정성을 쏟아 보호하고 살피는 마음이란 그런 것일 테다. 이처럼 품는 이의 마음은 너그럽고, 부드럽고, 아량이 있고, 급하지 아니하게 여유 있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부모와 거목과 태산이 그러하듯이.

[불교신문3517호/2019년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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