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루의 소멸을 ‘해탈’이라 정의

잠재된 번뇌는 윤회의 근본
천년 묵은 우물 때 닦듯이
선정 통해 오랫동안 닦아야

등현스님

불교의 모든 종파는 괴로움의 소멸에 집중하였고 해탈이 그 정점이다. 해탈이 괴로움의 소멸이라면 괴로움의 원인은 번뇌이고, 번뇌를 어떻게 정의 하는지에 따라 수행법도 달라진다. 설일체유부는 유루(有漏, Aśrava)의 소멸을 해탈이라 한다.

유루는 <사문과경>에서 아라한이 해탈을 성취하기 전에 마지막에 소멸시켜야 할 번뇌로 설명되었으며, 이 번뇌의 소멸이 바로 해탈이다. ‘Aśrava’는 ‘ā’ + ‘śru’ ‘…로부터 흘러오다, …로 흘러가다’에서 파생되었고 ‘유루, 중독’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탐진치가 몸의 여섯가지 감각기능을 통해 여섯가지 경계(六廑)와 접촉하여 번뇌를 만들기 때문에 유루(有漏)이고, 인간을 감각기능의 대상에 집착하여 취하게 하므로 중독(中毒)이다. 

‘Aśrava’는 오욕락에 대한 중독, 존재에 대한 중독, 그리고 무명에 대한 중독, 이 셋 또는 잘못된 견해에 대한 중독을 더하여 넷이 된다. 오욕락에 대한 중독은 오욕락의 대상에 대해 집착하는 것이고, 존재에 대한 중독은 삼계의 세계에 중독되어 계속 존재하기를 원하는 번뇌이다.

잘못된 견해에 대한 중독은 치우친 견해에 대한 집착이며 ‘세상이 영원하다’ 또는 ‘죽음과 함께 끝이 난다’라고 하는 등의 상견과 단견의 삿된 견해에 대한 믿음이다. 무지의 번뇌는 고와 고의 원인에 대한 무지 또는 믿음의 부족과 잘못된 지식 등 모두 사성제에 대한 무지와 관련된다.

세간의 모든 좋고 나쁜 차별은 모두 업으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업은 이미 일어난 행위와 행위로부터 비롯된 인상(印象)으로 나뉘고, 일어난 행위의 업은 에너지 형태로, 그 인상은 감성적 형태로 남아있게 된다. 그리고 인상의 감성적 형태를 잠재된 번뇌(수면, 隨眠)라고 하고 업은 잠재된 번뇌와 함께 작동하게 된다. 잠재된 번뇌를 여읜 업은 삼유(有, 욕계·색계·무색계)를 초래할만한 힘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잠재된 번뇌는 모든 ‘윤회(有)’의 근본으로, 여섯 가지가 있으니 탐(貪), 진(瞋), 만(慢), 무명(無明), 의(疑), 그리고 견(見)으로서 모두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 견(見)은 다시 다섯가지로 나뉘는데 유신견(有身見), 변집견(邊執見), 사견(邪見), 견취(見取), 계금취견(戒禁取見)이다.

이 오견은 해가 비추면 어둠이 사라지듯이 사제의 진리를 꿰뚫어 보면 단박에 사라지기 때문에 견혹(見惑)이라 하고, 그 밖의 다섯 가지, 탐(貪), 진(瞋), 만(慢), 무명(無明), 의(疑)는 습관적 혹은 감성적 번뇌이므로 천년 묵은 우물의 때를 닦는 것처럼, 선정을 통해서 오랫동안 닦아야 버려지기 때문에 수혹(修惑)이라 한다. 

그러므로 견혹은 견도(見道)에 의해서, 수혹(修惑)은 수도(修道)에 의해 소멸되고, 더 이상 닦을 것이 없는 아라한은 무학(無學)이라 한다. 사성제를 이해한 것을 진리의 앎이라 하고, 사성제의 수행을 실천의 앎, 그리고 사성제가 성취된 것 다시 말해서 열반이 실현된 것을 실천되어진 앎이라 하는데 견도, 수도, 무학위는 이들의 다른 이름이다.

이는 <초전법륜경>의 사제 12행상 즉, 사성제의 이해, 사성제의 수행, 사성제의 완성에서 각기 견도, 수도 무학의 이름이 유래된 것이다. 사성제의 첫 두가지 고성제와 집성제는 유루에 속하는 반면 마지막 두가지는 무루에 속한다. 마지막 두가지 즉 멸성제는 무학도로, 도성제는 견도와 수도로 다시 나뉘고 그들은 모두 무루에 해당한다.

무학도는 특히 세번째 멸성제에 속하고 붓다 또는 아라한과 유의어이다. 그것은 조건 지어진 상대적 개념을 초월한 열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설일체유부는 사성제의 틀 속에서 모든 번뇌와, 번뇌의 원인, 수행의 방법 그리고 소멸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불교신문3517호/2019년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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