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관세음보살’을 그토록 찾을까

부르기만 해도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두려움과 공포’
해결해주는 대자대비 상징

원욱스님

관세음보살(Avalokitesvara)은 십회향 중 7번째 선지식으로 당나라 현장스님 이전의 번역인 구역(舊譯)에선 관세음이라고 했지만, 현장스님 이후 신역(新譯)에선 관자재라고 부른다. 관세음보살은 방편바라밀로 중생을 대할 때, 대자대비의 평등한 마음으로 모두에게 고루 이롭게 하는 선지식이다.

고된 여정이 길어져 가고 있을 무렵, 보타낙가산에 도착한 선재동자는 지체 없이 관세음보살을 찾아갔다. 관세음보살은 깊은 산 서쪽 바닷가에 온갖 기이한 나무들과 향기로운 풀이 우거진 가운데 높다랗게 놓인 금강보좌에 앉아 한량없는 보살들에게 법을 설하고 계셨다. 설법 듣는 대중들 모두 감동하여 공경하게 예배하는 모습을 보며, 선재는 눈물을 쏟으며 엎드려 절하고 말았다.

관세음은 험한 골짜기 한 가운데 계시면서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음식과 의복과 쉬어갈 곳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며 대자대비를 실천하고 계셨고, 나쁜 곳에 태어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변론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자비행하고 계신 그 모습이 선재의 눈에는 자식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그리운 어머니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관세음보살은 삼악도에 살고 있는 중생들을 한 순간도 버리지 않고, 중생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구하는 모습은 선재의 가슴속에 관세음보살의 대비심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일으키게 했다.

“잘 왔도다! 선재여, 너는 이미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을 널리 거두어주고 여래의 지혜광명이 편안히 머물러 있구나. 기특하도다!”

선재는 관세음 발아래 엎드려 절하며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여쭈었다.

“나는 보살의 대비행에 머무르다가 항상 중생 앞에 나타나서 보시로써 중생을 거두고(보시섭), 사랑하는 말로(애어섭), 이롭게 하는 행동으로(이행섭), 함께 일하며 중생을 거두어준다(동사섭). 이 4가지 사섭법(四攝法)은 수행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다. 내가 이 대비행문을 수행하는 까닭은 모든 중생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세상 모든 이들이 험난한 길에서 두려운 공포를 여의며, 속박될 공포, 살해될 공포, 가난하게 살면 어쩌나하는 공포, 죽을 공포,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공포, 원수를 만날 공포, 몸과 마음을 핍박하는 공포 등을 여의게 하고자 함이다. 만약 여러 중생이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부르며, 나의 몸을 보면 이러한 공포를 면하게 하고 다시 가르쳐 보리심을 내고 영원히 이와 같은 공포에 들지 않도록 한다.”

관세음을 부르기만 하면 우리의 삶에서 마주치는 두려움과 공포를 한 방에 깡그리 사라지게 해 주신다는 말씀이다. 관세음의 이런 마음을 알게 된 선재가 두 손을 마주잡고 입을 벌려 찬탄의 노래를 부르면서 까치발로 깡충깡충 뛰는 모습은 일본 고잔지(功山寺) 수월관음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전에서 등장하는 관세음과 선재의 상봉장면을 가장 리얼하게 그린 그림이다.
 

삽화=손정은

수많은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바로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28번째 선지식 관세음보살을 선재가 초저녁달이 휘영청 밝게 떠오르는 순간의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 기쁨과 환희의 순간에 선재가 보이는 표정은 넋을 놓는 모습(일본 다이산지소장), 관음을 만나 너무나 행복한 모습(한국 아모레퍼시픽미술관소장, 독일 퀼른 동아시아박물관소장),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일본 단잔진자소장), 가르침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초롱한 모습(일본 나라국립박물관소장), 경건한 마음으로 법문을 듣는 모습(한국 삼성미술관리움소장, 프랑스 기메박물관소장, 일본 센소지소장 - 일명 물방울관음도), 이별해야 하는 아쉬움에 안타까운 모습(한국 호림박물관소장), 결코 그대를 잊지 않게 노라 다짐하며 합장 배례하는 모습(한국 우학문화재단소장)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2010년에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에 등장한 이 많은 수월관음도들이 반원형의 무대에 부채처럼 펼쳐 관세음과 선재의 만남과 이별을 보여주던 전시를 잊을 수 없다. 대자대비의 천수천안관음도(한국 삼성미술관리움소장)에서 경이로운 표정의 선재동자는 <화엄경> ‘입법계품’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모습이다. 선재동자는 이렇게 꿈에 그리던 관세음을 만나 지혜와 자비의 정신을 배우고 다음 선지식인 정취보살을 뵙게 된다. 

[불교신문3517호/2019년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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