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화산은 김교각스님의 성지이다. 원래는 2년 전 인도순례에 이어 티베트에 명상순례를 계획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여러가지 조건 때문에 내년으로 미루어지고 나서 그래도 짧게나마 가자고 의견을 맞춰서 가기로 결정한 곳이 지장보살님의 성지 구화산이다.

구화산에 가기 위해 도착한 허베이 공항은 우리나라 어떤 국내 공항보다 큰 규모였다. 도착했을 때 온도가 35도를 넘는 날씨에 숨이 턱턱 막혔다. 마중을 나온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차를 타고서 3시간 정도 이동을 해서 드디어 구화산에 도착했다. 다들 처음인 곳이라서 생소한 풍경을 기대했는데,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한국과 닮아있어 들뜬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최근 다녀온 중국 구화산 김교각스님 성지에서 불자들이 명상을 하는 모습.
최근 다녀온 중국 구화산 김교각스님 성지에서 불자들이 명상을 하는 모습.

한국 땅에서 태어난 위대한 성인이시지만 김교각스님의 행적을 우리가 정확히 알게 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의 4대 불교명산 가운데 지장보살님의 성지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 전, 얽힌 인연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출가를 하고 나라를 떠나 많은 중생들의 영혼을 도와주시는 지장보살님의 원력을 성취하여 지장보살님이 되신 스님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우리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주시고 가르쳐 주신 것처럼 일체중생에게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고 지혜로움을 성취하도록 도와주시는 위대한 보살님들 가운데 한 분이 되셨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사람은 그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함께 지장보살님의 유래와 지옥에 가게 되는 이유를 <지장경>을 통해 배우고, 지옥에 안가고 좋은 복락을 누리거나 윤회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토론하고, 큰 원력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 됐다. 그리고 덥고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좋은 곳을 보면 앉아서 느껴지지 않았던 바람을 느끼며 마음을 조절해가는 방법에 대해서 열심히 연습했다.

낮에는 순례를 하고 저녁엔 지장경 강의를 하였다. 백중을 맞아 지장경을 독송하려고 급하게 번역을 한 것이라서 완전한 번역본은 아니지만 나도 강의를 하면서 구화산 지장보살 성지에서 해서 그런지 인생을 어떻게 한층 더 잘 살고, 남들 피해 덜 주고 나누며 효도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사람의 마음이 숙연해지는 경전이 지장경이다. 

지장보살님의 원력은 지옥에 갔을지도 모르는 부모를 구하고 싶은 효심에서 시작된다. 옆에 있는 인연들이 언젠가는 부모였고 자식이었고 그리고 친구였고 원수였다. 그 관계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누구에겐가 마음을 잘 쓰고 안 쓰고는 나의 일이고 그 결과도 나의 몫이다. 그 가운데 주변을 걱정하고 모두를 나의 좋은 인연으로 만들려는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나의 인연이 성숙해지고 나를 괴롭히는 인연이 줄어든다. 

김교각스님으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수행자들이 그 원력을 이루어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 육신보살이라는 결정체를 남기는데 이미 구화산에만 여러분이 계셨고 현재에도 항아리를 열지 않은 분들도 있다. 김교각스님의 육신보살상은 탑 아래에 묻혀 있는데 60년마다 머리카락과 손발톱을 정리하기 위해서 몇 명만이 들어가기에 평소엔 아무도 볼 수는 없지만 매일 많은 순례객들은 탑 법당 주변에서 경을 읽던지 명상을 한다.

그들 옆에서의 잠시나마 앉았던 그 시간은 값진 경험이었다. 구화산에서의 지장보살님과의 만남은 보드가야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취를 느꼈을 때와 같은 감동이었다. 나무지장보살마하살.

[불교신문3517호/2019년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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