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결 아닌 축제의 장 됐으면
[현장에서] 대결 아닌 축제의 장 됐으면
  • 엄태규 기자
  • 승인 2019.09.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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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규

최근 한 비구니 스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전국비구니회장 선거로 옮겨 갔다. 스님은 경선으로 치러지는 비구니회장 선거가 세간의 선거처럼 자칫 과열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선거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한 방법이다. 민주적인 방법이지만 폐해도 적지 않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 마련이다.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갖가지 편법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승자는 패자를 배려하지 않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선거가 끝나도 상처는 남는다.

이는 세간의 선거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불가피한 선택으로 치러지는 절 집안 선거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그동안 불교계 내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폐해는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한국 비구니 승가는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지난 50년 동안 이룩한 비구니 승가의 발전은 수행과 교육, 포교,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주어진 임무와 역할에 매진해 온 비구니 스님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청정하고 건강한 승가를 구현하겠다는 비구니 스님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번 비구니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육문스님과 본각스님 모두 비구니 승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승리만을 추구하는 과열된 선거는 두 후보 스님뿐만 아니라 6000여 비구니 스님들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뿐이다.

이번 비구니회장 선거를 서로 반목하는 대결의 장이 아닌 함께 화합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이나 비방으로 점철된 선거가 아닌 각 후보들이 세심하게 준비한 공약들을 검증하는 토론의 장으로 만들자. 

전국비구니회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두 후보 스님들이 마음을 모은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불교신문3517호/2019년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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