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책상] 봉화 청량사 회주 지현스님
[스님의 책상] 봉화 청량사 회주 지현스님
  • 여태동 기자
  • 승인 2019.09.05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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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심우장에 5000여 불서 “바빠도 책은 봐야죠”

조계사서 봉화 청량사 오가며
도심과 농촌포교에 ‘매진’
저서 3권 꾸준히 독자에 인기
마음에 담고 싶은 감동이야기
‘심우실 편지’로 SNS 활동하며
다양한 대중과 대화하며 소통
지난 11일 봉화 청량사 심우실에서 만난 청량사 회주(서울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이 자신의 서재에 자리했다.
8월11일 봉화 청량사 심우실에서 만난 청량사 회주(서울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이 자신의 서재에 자리했다.

‘한국불교 1번지’로 불리는 조계사는 1600년 한국불교의 심장이다. 매일 수만 명의 불자와 일반인들이 일주문을 드나드는 조계사는 200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와 100여명에 이르는 종무원, 수십 명에 이르는 스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방문객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정진하는 도량이다.

이런 사찰에서 주지 소임을 맡아 봉사하는 지현스님 역시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스님은 조계사 주지라는 명함과 함께 ‘봉화 청량사 회주’라는 명함이 하나 더 따라다닌다. 40여 년 동안 벽지 사찰을 일구며 농촌포교에 매진해 온 스님의 이력은 조계사 주지 소임을 보고 있는 와중에도 꼬리표에 달려 있다.

‘한국불교 1번지’라는 도심포교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농촌포교에도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런 스님이 왕성한 SNS 활동을 하며 네티즌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스님이 SNS 공간에 게재하는 연재물은 ‘심우실에서 띄우는 편지’다. 사진 몇 컷에 보이는 ‘심우실’은 봉화 청량사에 있는 스님의 서재였다. 상당한 책이 구비된 스님의 서재가 궁금해져 연통을 넣었다.

“스님, 바쁜 와중에도 언제 책을 읽고 글을 쓰세요?”

“아무리 바빠도 책은 봐야지요.”

이런 대화를 나눈 때가 지난 4월 말이었다. 그때 스님과 부처님오신날 전에 봉화 청량사 스님의 서재 ‘심우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일정을 조율했으나 번번이 엇나갔다. 스님의 바쁜 일정상 짬이 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스님은 주말이면 짬을 내어 청량사를 다녀왔으나 취재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드디어 지난 11일 약속이 이루어져 아침 일찍 청량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스님과 인터뷰 할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했다. 곧 청량사로 올라오는 어린이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휴대폰으로 의미심장한 동영상을 내밀었다. 주인공은 청량사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신도인 효빈이였다. 고사리 손을 흔들며 청량사를 활보하는 네살박이 효빈이에게 누가 물었다.

“효빈아, 어린이 집 가는 게 좋아? 청량사 가는 게 좋아?”

효빈이의 대답은 일말의 주저함 없이 “청량사.”라고 대답했다.

왜 스님이 바쁜 와중에도 청량사를 내려오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급한 마음에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곧바로 심우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스님은 종무소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안내를 했다.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이라는 별명답다. 청량산의 구름이 추녀끝을 오가고 산 봉우리에 걸렸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요사채에서 5분도 걸리지 않은 곳. 길이 나 있는 듯, 없는 듯한 은둔지에 심우장이 있었다. 스님이 문을 열고 안내한 심우장에는 어림잡아도 5000여권이 넘는 불서가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생각도 합니다.”

스님이 SNS에 올리는 ‘심우실에서 띄우는 편지’도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됐다. 가끔은 조계사에서 쓰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은 언제나 ‘조용하고 그윽한’ 청량사 심우심에 와 있다고 했다. 왜 이 연재물을 쓰는 지 물어보았다.

“순간순간 스치는 일들 가운데 감동적이거나 꼭 메모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씁니다.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쓰구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러했으면 좋겠고 바라만 봐도 아름답게 느껴질 때 그것을 많은 이들이 함께 보고 공감했으면 싶어서 글을 써요.”

이런 스님의 글을 보고 독자들 가운데는 “너무 감성적이다”라고 한단다. 스님은 “개인성향은 냉정하고 마음이 차갑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신도들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스님이기 때문에 “얼굴만 봐도 편안함을 주는 존재이고 싶어 많이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대한다”고 했다.

스님이 쓰는 글에 대해서도 “감성적일지라도 제 글을 보면 공감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하고 제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렇게 스님은 자신의 저서 3권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그 3권의 책에 대해서도 간단간단하게 설명했다.

“첫번 째 나온 책이 2007년에 나온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는 에세이입니다. 이 제목은 청량사 찻집 이름이기도 하지요. 사람이 평생 살면서 많은 소리를 만나지요. 바람이 소리를 만나고, 풍경을 소리를 만나 풍경소리를 만나듯이 말이죠. 이런 많은 소리를 만나면서 시끄럽기도 하지만 즐거울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며 어떤 만남의 소리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요? 행복하고 슬프고, 희망이 있고, 즐거운 만남이 교차하겠지요. 부처님을 만나고 신도를 만나 행복하고 편안해지기도 하지요.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괴롭고 슬퍼지는 만남도 있지요. 이런 수많은 만남을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지를 염두해 두고 글을 썼어요.”

진심을 담아서 낸 책인지 이 책은 3쇄를 넘어서고 있었다. 두 번째 나온 책은 <사람이 살지 않은 곳에도 길은 있다>(2007년)였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이 책 역시 에세이집으로 9쇄를 넘어선 스터디셀러로 인기가 높다.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어떤 길을 갈까하는 고민을 하며 살아가지요.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 길을, 그 누구도 가보지 않는 길을 개개인은 걸어가는 거지요. 길은 멀지만 가까이 있고 늘 저기 있고, 여기에 있지요. 숨어 있는 어떤 길을 우리는 찾아가고 또 찾아가고 있을 뿐이지요. 청량사 주지로 있으면서 인생이라는 길을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 용기, 환희심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글을 모았어요.”

세 번째 책은 올해 초에 나온 <천천히 아주 천천히>다. 역시 에세이집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스님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주변을 돌아보고 가는 여유를 가질 것을 권해주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세상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빨리 결과가 와야 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대상을 보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는 면도 많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지요. 느긋하게 긍정적으로 길을 갈 필요가 있어요. 사회 흐름이 너무 빨라요. 한 생각 떨어뜨리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보입니다. 상대방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어야지요. 바쁘고 빠르게 세상을 살아가니 각박해지고 이기적이 되고 자기중심적으로 살게 되지요. 그래서 한숨 돌리며 자기 발 아래를 살피는 조고각하(照顧脚下)의 마음으로 살자는 글을 모아보았어요.”

스님의 일과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서울 도심이 잠들어 있는 시각 스님은 특별한 일 이 없는 한 매일 이 시간에 기상해 조계사를 출발해 영풍문고-남대문-3.1대로-비원(창덕궁)을 거쳐 조계사로 만행을 한다. 시간상으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서울 도심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특히 남대문에서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면 조계사에 산적한 어려움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힘들 때 시장통에서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매고 뛰어다니며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며 큰 마음공부를 하게 됩니다.”

조계사로 돌아와 대중들과 마당을 쓸고 많은 신도단체와 종무원들과 소통한다. 요즘 조계사는 마당을 야간에도 개방하고 밤 11시까지 등을 켜 놓아 외국인과 남몰래 마음고생을 하는 도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조계사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신행활동이 이루어지는 종합 신행도량입니다. 곧 어린이집이 개원돼 도시에 사는 불자 가족들이 더욱 편안하게 신행과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 될 겁니다. 바람이 있다면 부모를 위한 휴식시설을 갖춘 어린이 도서실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스님은 4번째 책을 출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칭 ‘심우실에서 띄우는 편지’다. 지금까지 90여편이 넘었다. 조계사와 청량사를 오가며 느낀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감동적인 이야기’다. 어떤 도심포교 활동을 하는 스님보다 도심포교에 활동적이고, 어느 농촌포교를 하는 스님보다 농촌포교에 열정적인 지현스님의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지현스님이 지은 저서 3권.
지현스님이 지은 저서 3권.

 

■ 지현스님이 요즘 읽고 있는 책

‘깨달음과 역사’ 다룬 불교철학에세이

스님의 서재 심우실에는 몇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질물을 하니 서재에 놓인 책을 꺼내 들어 보였다. 스님의 저서 사이에 현응스님(해인사 주지)의 <깨달음과 역사> 였다.

이 책은 최근까지 조계종 교육원장으로 재직하다가 해인사 주지로 부임한 현응스님이 불교의 인식론과 존재론을 ‘깨달음’의 영역과 현실과 실천의 범주를 ‘역사’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파한 불교역사철학 에세이다. 새롭게 불교를 해석함으로써 불교도에게 세상을 보고 역사를 인식하는 안목을 열어주고, 보살행 실천의 지침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수행자는 늘 깨달음을 늘 화두고 삼고 있어요. 깨달음의 세계는 초월적이거나 특별한 세계를 지칭함이 아니니, 왜곡되고 굴절된 현실의 삶을 올바로 보게 해 주는 시각이 이 책에 들어 있어요. 깨달음의 입각처로서의 장(場)은 바로 현실이며 역사요, 깨달음 세계의 내용이 사물 그 자체로 돌아옴은 불교와 다른 종교를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차이점이 되기도 하지요.”

서울 도심의 최대 포교사찰의 주지로, 농촌지역을 포교하는 사찰의 회주로 있으면서도 스님은 불교의 깨달음에 늘 천착하고 있었다. 그것이 수행자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리라. 스님에게는 조계사 회화나무 그늘을 찾아오는 지친 현대인이, 청량사를 찾아오는 고사리 손의 새싹불자가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입각점으로 보였다.

봉화=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불교신문3516호/2019년9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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