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과 서산 순례
단원고 교사 故최혜정 동문 추모비서 헌화 기도

동국대 교직원과 학생 10여 명은 9월4일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과 함께  ‘4.16 청년희망순례’에 동참했다.
동국대 교직원과 학생 10여명은 9월4일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과 함께 ‘4.16 청년희망순례’에 동참했다.

가을장마가 기승인 9월4일 서산 지곡면,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농촌마을에 낯선 이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가슴에는 세월호와 촛불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그려진 노란 조끼를 입은 이들은 ‘4.16 청년희망순례’에 나선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이 행렬에 동국대 교직원과 학생 등 10여 명이 함께 해 힘을 보탰다. 동국대에서 ‘불교와 인간’ 과목을 강의하는 20여 명의 강사를 대표해 덕림스님이 참석했으며 윤재웅 동국대 사범대학장, 최호진 교무학생지원팀장, 김종헌 총학생회장과 박기련 법인 사무처장 등이 동참했다.

동국대 교직원과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불교와 인간’ 수업 중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망언을 한 태고종 모 스님의 잘못을 참회하는 의미가 크다. 당시 동국대는 논란이 된 즉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스님을 강사직에서 해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또 2학기 개강에 앞서 학교는 전체교수회의 자리에서 문제를 공유하며 주의를 당부한데 이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순례에 동참하자는 뜻을 모았다.
 

단원고 교사 고 최혜정 씨 추모비에서 헌화하는 동국대 강사 덕림스님
단원고 교사 고 최혜정 씨 추모비에서 헌화하는 동국대 강사 덕림스님.

본격적인 순례에 앞서 이들은 동국대 서울캠퍼스 사범대학 앞에 세워진 세월호 희생자 304명 가운데 한 명인 고(故) 최혜정 동국대 역사교육과 동문의 추모비 앞에서 기도하고 헌화하며 고인의 희생을 기렸다. 생전에 마지막으로 “너희들 나가고 선생님도 나갈게” 하는 문자를 남긴 최혜정 씨는 세월호 침몰 직전까지 학생들을 챙기다 빠져나오지 못했다.

윤재웅 교수는 “수업 중 막말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강사를 대신해 참회하는 마음으로 순례에 동참했다”며 “역사교육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처음 부임한 단원고에서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며 스물다섯 짧은 생애를 마친 최혜정 동문을 비롯해 세월호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 교직원과 학생, 남원 실상사 생명평화대학생과 목금토공방 회원 등 20여 명은 이날 오전 지곡면을 걸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굳은 날씨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묵묵히 발을 내딛는 이들은 만나는 주민들마다 인사를 건네며 청년희망순례의 취지를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행했으나 참가자 모두에게는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김종헌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강사의 부적절한 발언은 심각한 사안이었으나 학교 측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또 청년희망순례에 동참하는 일련의 노력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청년들과 같이 길을 걸으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시 떠올리고 또 생명과 평화에 대해 되돌아보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지난 2015년부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4.16 청년희망순례’를 시작한 이래 매년 순례에 오른다. 뱃길을 따라 인천항을 출발해 팽목항까지 800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으며 생명과 평화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안타깝게도 해를 거듭할수록 관심과 참여가 낮아지고 있어, 지난해에는 인천항에서 소래포구까지 순례가 진행됐다.

올해는 소래포구부터 태안 몽산포까지 순례가 이어진다. 남원 실상사 생명평화대학생과 목금토공방 회원 등 10여 명은 8월24일부터 9월10일까지 17일간 함께 걷는다. 정웅기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은 “인천항부터 팽목항까지 걷는 청년희망순례는 도법스님 제안으로 시작돼 매년 이어지고 있다”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물론 길을 걸으며 자기를 성찰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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