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관 작가 ‘감로 甘露’ 설치전

샤머니즘에 천착하던 작가
이번엔 감로탱화 속 아귀로
탐욕 등 현대사회 병폐 지적

유리창에 다양한 아귀 형상을
화려한 색과 단순한 형태의
시각언어로 전화시켜 작품화

김형관 작가가 9월28일까지 ‘감로 甘露’ 전시회를 열고 감로탱화 속 아귀를 소재로 한 설치작품 6점을 선보인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벽처럼 세워진 구조물에 괴물 같은 형상이 그려진 창문이 끼워져 있다. 화려한 색의 유리창에 빛이 비치고, 가까이 다가가면 내 모습이 비치며 유리에 그려진 괴물과 겹쳐진다. 늘어뜨려진 모조 식물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곳곳에 놓인 신상(神像)들 때문에 금방이라도 굿판이 벌어질 것 같은 풍경이지만 자세히 보면 벽에 붙은 그림과 탱화는 색테이프로 만든 것이다. 선반 위에는 마른 화분이나 부탄가스통 등 마치 골목길에서 주워온 것 같은 물건들도 놓여 있다.

굿이나 무속신앙 등 초자연적인 샤머니즘을 그만의 예술적 실천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선보여온 김형관 작가가 감로탱화에 등장하는 아귀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의 상징성을 동시대가 그리는 디스토피아(Dystopia)·유토피아(Utopia)간의 긴장으로 전환시킨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씨알콜렉티브(CR Collective)올해의 CR 작가로 선정된 김형관 작가 개인전 감로 甘露(Sweet Water)’ 전시회를 9월28일까지 연다.

감로탱화는 죽은 자의 영혼이 지옥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천도재를 묘사하는 조선시대의 불화로서, 아귀에게 감로(이슬-진리)를 베푼다는 뜻에서 감로도(甘露圖)’라고도 한다. 특히 감로탱화 속 아귀는 몸이 앙상하게 마르고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늘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사는, 험악하고 흉측한 형상으로 묘사돼 있다.

김형관 작가는 감로탱화 속 아귀의 모습을 새시 창문으로 확장된 공감에 등장시킴으로써 감로탱화 속을 거닐 듯 시공간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 또한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유리창 안에는 다양한 아귀의 형상을 화려한 색과 단순한 형태의 시각언어로 전환한다. 김 작가가 그리는 동시대 감로탱화 속 아귀는 이미 흉측한 모습이라기보다는 보다 매력적인 감각 이미지로 무장하고 있다.
 

'감로탱' 작품.

김형관 작가는 감로탱화에 나타나는 당시의 시대상황과 불교의 세계가 절묘하게 연결돼 있는 도상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조선시대 감로탱화에는 저잣거리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이 표현돼 있고,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감로탱화에는 제식훈련을 하는 모습이나 군함이 등장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감로탱화 속 아귀의 굶주림과 욕망, 절망을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게 조명할 수 있을까에 천착했다. 물이 땅과 공기를 순환해 이슬이 맺히듯, 자본의 패권과 무한해 보이는 권력, 신기술, 첨단과학 등 인간의 욕망의 세계를 순환해도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진리깨달음이라는 결론으로 도달한다는 게 김 작가의 결론이다.

김 작가는 아귀는 현대사회의 속 시스템이자 탐욕과 욕망을 쫓는 인간이 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면서 이번 전시는 위험에 노출된 풍경과 사물들을 통해 인류의 구원과 희망적 낙관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를 질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난 2013년 샤머니즘미술관에서 연 밤 그늘전시회를 통해 무속에 대한 그의 관심을 노출시켰다. 그 이후 커팅 시트와 다양한 색테이프를 통해 화려한 색감의 도식화된 문양으로 공간설치를 해왔다. 삶이 묻어나는 서민적인 사물과 가장 익숙한 정서를 창출해 인간의 욕망과 자본, 그 약하고 약한 지점을 살펴왔다.

특히 이번 감로 전시회에서는 그가 감로탱화를 동시대적 화면으로 전환해 아귀 같은 자본문명이 잡아먹는 감각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려냄으로써 잃어버리거나 놓치고 있는 유토피아적 삶을 드러내고 있다.

김형관 작가는 대구예술대 서양학과와 한성대 예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2003년 첫 개인전 롤러코스터를 타듯을 시작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기획전으로 30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에트로미술대상 금상과 겸재정신미술대상 장려상, 블루스퀘어 아트월 공모전 골드작,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귀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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