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옥천사 청련암 회주 승욱스님이 9월2일 오후3시30분경 주석처인 청련암에서 입적했다. 법납 48년, 세수 70세. 

승욱스님 분향소는 고성 옥천사 자방루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9월4일 오전10시 거행되며, 다비식은 오전11시 옥천사 연화산 다비장에서 거행된다.

스님은 원적에 앞서 남긴 임종게에서 “우주 만상은 한 뿌리에서 났으니/ 너와 나를 분별하는 것은 꿈속의 일이로다/ 본래부터 오고 감이 없었으니/ 생사를 논하지 말라(萬象與同根 彼我夢幻分 本是非去來 生死無是非)”라는 마지막 가르침을 남겼다.
 

승욱스님
보리수동산 아이들과 함께한 승욱스님.

18세 되던 해 도현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당시 주지 스님 시자를 하며 매월 공양 준비 차 읍내에 나갔다. 그때마다 부모 잃은 아이들이 장터 한복판에서 걸식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장날마다 절로 데리고 와 먹이고 입히고 공부를 시켰다.

이러한 인연을 시작으로 지난 2002년에 사회복지법인 정토만일회 보리수동산을 설립해 부모 손길이 미치지 않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문도회에 따르면 늘 스님은 “아이들이 내겐 부처님입니다. 홀로된 아이들 손을 잡아주는 것이 내겐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기도수행입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스님은 출가 이후 옥천사 청련암 감원 소임을 살면서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사찰 중창을 도모하며 기도수행과 지역사회 포교에 진력했다. 진주교도소 종교위원회를 이끌며 재소자 교화에 힘쓰는 한편, 사단법인 감로심장회 이사장을 맡아 아픈 사람들을 봉양하고 봉사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힘든 병환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스님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꿈꾸듯 어느새 세월은 흘러/ 부처님 입은 은혜 하늘같은데/ 내가 베푼 것은 가느다란 선(線)과 같으니 우러러 하늘 보기 부끄러워라/ 이 세상 모든 것은 묘음이요 묘법이니/ 새는 높이 날고 꽃은 만개 하였구나/ 보리수동산에서 자라는 모든 아이들/ 장대하고 높은 꿈은 하늘에 뻗쳐있네.”

승욱스님은 2003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식 없이 중노릇하는 내가 남이 만들어 놓은 생명들, 이렇게 이쁜 내 새끼들 잘 거두는 것도 소중한 인재불사 아니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함께 살면서 함께 놀면서 직접 불교적인 삶을 보여주고 가르쳐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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