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8> 사미·사미니계 수계교육 - 삼보일배 현장
[포토에세이] <8> 사미·사미니계 수계교육 - 삼보일배 현장
  • 김형주 기자
  • 승인 2019.09.03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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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묻은 ‘하심의 흙먼지’ 기억하겠습니다
삼보일배를 한 행자들 이마에 흙이 묻어 있다.
삼보일배를 한 행자들 이마에 흙이 묻어 있다.

출발할 때 간간히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온몸을 바닥으로 던지며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다시 적신다. 세 걸음을 내딛고 힘차게 외친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한 호흡 참았다 다시 외친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바닥과 닿은 이마에는 땀과 흙이 맺혀 있다. 

지난 8월27일 오전 7시30분 직지사 산문을 출발한 삼보일배 행렬이 대웅전을 향해가고 있다. 700m 거리, 멀지 않지만 여법하게 줄을 맞춰 걸으며 절을 하니 보폭이 커질 수 없다. 

세 걸음에 움직이는 거리는 1m 남짓. 700번 이마가 땅에 닿아야 대웅전 부처님과 만날 수 있다. 이번에도 수계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유나 덕문스님이 행렬 맨 앞에 섰다. 그 옆으로 교수사, 인례사 스님들이 함께 행렬을 이끌고 있다. 행렬 옆에서 지도하는 습의사 스님이 정근소리가 커지도록 더욱 힘차게 목탁을 두드리며 외친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회색 장삼을 입은 스님들 뒤로 3열로 밤색 행자복의 남행자와 귤색 행자복의 여행자들이 뒤를 따른다. 콘크리트, 아스팔트, 굵은 모래가 있는 흙길을 지나니 대리석 바닥 나온다. 만세루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비로소 대웅전이 보인다. 부처님은 대웅전 어간문을 활짝 열고 발심출가한 이들을 반긴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남행자 여행자들이 자리를 잡고 예불을 올린다. 떨어지는 빗소리 속에서 우렁찬 예불소리가 경내를 가득 채운다. “지심귀명례….” 
 

직지사 산문을 출발한 행자들의 삼보일배 행렬이 대웅전을 향하고 있다.
직지사 산문을 출발한 행자들의 삼보일배 행렬이 대웅전을 향하고 있다.

예불을 마친 후 유나 덕문스님의 훈시가 있었다. 스님은 “옛 조사들은 절을 하는 이유가 마음을 조복받고 신성에 귀의하기 위함이라고 했다”며 “우중에도 환희심 있게 함께 정진한 우리 대중은 대단히 수승한 대중이다. 늘 이 기분으로 부단히 정진한다면 모두가 부처님처럼 꼭 그렇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1시간 반 동안의 삼보일배가 끝났다. 이날 삼보일배 맨 뒤 쪽에는 청주 청수사 신도 10여명이 함께 했다. 수일심 보살(64)은 “그저 마음이 뭉클했다. 절을 하는 동안 숙연해지고 차분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주 청수사 주지 지성스님은 “2009년부터 습의사부터 인례사까지 역할을 하며 수계교육에 참가해 왔다”며 “불자들에게 스님들이 출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발심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신도들이 동참한 이유를 전했다. 
 

수계교육 유나 덕문스님이 선두에 서서 행렬을 이끌고 있다.
수계교육 유나 덕문스님이 선두에 서서 행렬을 이끌고 있다.

지난 8월18일부터 직지사에서 열린 제57기 사미·사미니계 수계교육에 참가한 남행자 53명, 여행자 23명 총 76명은 습의, 사미 사미니율의, 염불교육을 받았다. 또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영진스님으로부터 좌선실수와 수행자로서의 삶에 대해, 송광사 승가대학장 연각스님으로부터 부처님 생애에 대해 교육받았다. 이와 함께 고시위원장 지안스님과 송광사 율주 지현스님, 거창군삶의쉼터 관장 일광스님의 특강도 진행됐다. 

행자들은 28일 5급 승가고시를 치르고 밤새 삼천배 정진을 이어갔다. 29일 사미·사미니계 수계법회 전 회향식에서 5급 승가고시를 통과한 75명의 행자들은 다음 같이 발원했다. 

“…오늘 직지사 수계교육에 함께한 저희들은 더없이 크고 밝은 뜻을 서원하고자 환희와 희망에 가득찬 가슴을 열고 진심으로 발원합니다. 삶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고 자기 존재를 자각하고 세상을 밝게 보는 눈을 뜨겠습니다. 나태와 안일의 무의미한 삶을 불퇴전의 정진력으로 바꾸어 살겠습니다. 배우고 익힌 정진의 힘으로 참된 자기 모습 드러내어 이 자리에서 만난 진실한 도반들과 정법인연 구족하여 깨달음의 길을 함께 가겠습니다.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번뇌로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참된 지혜의 말씀을 전해주어 가슴마다 보리의 씨앗을 심어 성불의 열매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일체 공덕장의 근본인 계를 어두운 곳에서 빛을 만난 듯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반야용선을 만난 듯 기쁨과 환희의 마음으로 가슴깊이 새겨 받아 지니겠습니다….” 

75명의 인천(人天)의 사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행자들.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행자들.

직지사=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16호/2019년9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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