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특별분담사찰 지정 필요성 절실…‘남용’ 우려도 
교구본사도 특별분담사찰 지정 허용하는 안 논의
승려복지 사업 등 목적사업 원활 추진 가능하지만
자의적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완점 마련돼야

총무원장이 발의한 <특별분담사찰지정법> 개정안은 교구 자치의 핵심인 재정 분권을 실현하는 데 있다. 개정안은 ‘교구특별분담사찰지정제도’를 도입해 중앙이 아닌 각 지역 교구본사에서도 ‘교구특별분담사찰’을 두어 교구별로 추진하는 목적 사업에 대한 즉각적 재원 확보가 가능토록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교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앙과 교구의 균형발전과 교구 중심제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 입법 취지다.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의 요청에 의해 총무원장이 지난 3월 중앙종회에 처음 상정했다.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기존의 ‘특별분담사찰’을 ‘중앙특별분담사찰’과 ‘교구특별분담사찰’로 구분했다. ‘중앙특별분담사찰’은 현행 그대로 두고 ‘교구특별분담사찰’은 분리해 당해 교구에서 2곳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 및 해제는 해당 교구본사 주지가 교구종회 동의와 총무원 종무회의 승인을 거쳐 결정한다. 이미 중앙특별분담사찰로 지정된 곳은 제외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뒀다. 분담금 책정은 기존 특별분담금 책정 기준을 토대로 교구본사 주지가 책정해 중앙분담금위원회 심의와 종무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교구특별분담사찰지정제도’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단지 중앙과 교구의 균형 발전, 교구 중심제의 실현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면 그 이면엔 교구본사가 겪고 있는 재정난이 자리하고 있다. 사찰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 등 재정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구본사가 본사 살림을 유지하면서 본사 차원에서 교육, 포교, 복지, 문화 등 목적 사업까지 책임지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승려복지 등 목적 사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언감생심, 말사에 대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중앙처럼 재정이 우량한 사찰을 지정해 안정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교구별 분담금 제도 도입은 이 같은 절실한 필요 속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구특별분담사찰지정제도가 도입되면 교구본사가 느끼는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교구별 목적 사업의 원활한 운영과 대처가 가능하다. 재정이 우량한 수말사 도움으로 상대적으로 빈약한 말사들에 대한 지원도 가능해진다. 사찰 간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교구특별분담사찰로 지정되면 중앙분담금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찰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큰 틀에선 세수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저항이다. 교구특별분담사찰지정제도 도입 취지엔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우려는 교구본사 자의적 운영이다. 교구특별분담사찰 지정이 사실상 교구종회 판단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공정성을 답보하기 힘들다는 우려다.   

교구특별분담사찰 지정은 중앙종회 동의를 등을 거쳐야 하는 중앙특별분담사찰과 달리 해당 교구본사주지가 교구종회 동의를 얻어 종무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교구종회가 본사 주지, 부주지, 본사 각 국장, 말사주지와 직선으로 선출된 10인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교구본사주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특별분담사찰 지정이 좌우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도에 대한 권한 자칫 남용되면 교구본사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사실상 가장 큰 저항을 불러일키는 요인인 셈이다. 여기에 각 본사와 수말사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분담금 책정이 형평성 있게 고려될 수 있도록 구체적 산정 기준이 논의돼야 하는 과제도 있다.

교구특별분담사찰지정 제도 취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동의한다는 게 교계 중론이다. 다만 개정에 앞서 특별분담사찰 지정에 있어서의 권한 남용, 분담금 운용 과정에 있어서의 투명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 도입이 절실한 만큼 수말사들의 저항을 줄이고 악용될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종회의원 정덕스님은 “교구특별분담사찰지정제도는 결국 본말사가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난을 어떻게든 함께 극복해나가고자 고민 끝에 생각해낸 제도”라며 “악용될 소지를 감안해 무조건 내치려 하기 보다 종단의 앞날을 멀리 내다보고 제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보완점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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