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대승불교 경전
산스크리트 원전 번역
“범접 못할 경지에 올라
있는 그대로 세상 보는 것“

팔천송반야경

전순환 번역 / 불광출판사

<금강경>과 <반야심경>. 우리나라 불자들의 가장 애독하는 경전들이다. 그 뿌리는 <팔천송반야경>. ‘팔천송반야경(八千頌般若經)’은 부처님이 설한 8000여 개의 게송을 엮은 책이다. 서력 기원전후 100년 사이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며 대승불교의 원형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는 경전이다.

이번에 기존의 영어나 일본어가 아닌 산스크리트 원전을 처음 우리말로 옮긴 책이 나왔다. 산스크리트를 전공한 언어학자가 번역한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은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인 ‘반야바라밀다’를 비롯해 ‘보살’ ‘공(空)’ 등의 개념과 진의를 규명하고 있다. 

초기 대승불교 반야부(般若部) 최초의 경전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갖기에 그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특히 독일 괴팅겐대학, 미국 웨스트대학,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등 서구의 여러 학술단체가 그 가치에 주목하고 문헌학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왔다.

책의 역자인 전순환 서울대 언어학과 강사는 독일로 유학해 레겐스부르크대학교 인도유럽어학과에서 ‘리그베다의 명사 곡용과 인도유럽어의 기반’을 주제로 역사비교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역시 지난 10년간 팔천송반야경에 대한 철저한 연구에 몰두해왔다. 한국 최초의 원전 완역이며, 세계적으로는 가지야마 유이치의 일본어 번역(1974년)과 에드워드 콘즈의 영어 번역(1978년) 이후 세 번째이다.

무엇보다 학자로서의 철두철미함이 돋보이는 도서다. 팔천송반야경의 산스크리트 원전 텍스트 전부를 음절 단위로 쪼개어 어원을 분석했다. 어원 분석만으로도 사전 한 권이 나올 분량이다.

여기에 미트라(Mitra)본, 오기하라(荻原)본, 바이댜(Vaidya)본 등 현존하는 팔천송반야경의 산스크리트 사본 3종을 모두를 비교 대조했다. 기존의 영어와 일본어 번역본에 나타난 오류도 바로잡았다. 결국 그야말로 팔천송반야경의 결정판이자, 대승불교의 맥을 잇는 한국불교의 귀중한 사료로 평가할 만하다.
 

'팔천송반야경' 산스크리트 원전을 완역한 전순환 서울대 언어학과 강사는 책에서 대승불교의 핵심 개념을 분석하고 있다.
'팔천송반야경' 산스크리트 원전을 완역한 전순환 서울대 언어학과 강사는 책에서 대승불교의 핵심 개념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팔천송반야경은 반야부경전의 첫 번째 경전이자 대승불교 최초기 경전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은 산스크리트로 ‘쁘라즈냐’ 곧 반야(般若)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반야심경의 명칭을 온전히 풀면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密多)의 마음을 가르치는 경’이다.

팔천송반야경의 묘미는 이른바 ‘최고의 지혜’ 또는 ‘지혜의 완성’으로 의역되는 반야바라밀다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열쇠라는 점이다. 실제로 팔천송반야경에는 반야바라밀다가 1300번이나 언급된다.

팔천송반야경 한 우물을 파온 전순환 박사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팔천송반야경에서 반야를 말할 때는 앞에 단어가 더 붙습니다. 바로 야타부탐(yathabhutam)입니다. 쁘라즈냐와 결합해서 해석하면 ‘사실 그대로 바라보는 것,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반야의 뜻이고 다른 말로는 진여지(眞如智)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반야바라밀다는 지혜라고 한정하기에는 그 묘의(妙意)가 차고 넘친다. “바라밀다는 흔히 완성(perfection)이라고 번역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개념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 상태’를 가리킵니다. 경전에서는 ‘극도(極度)’라고 표현합니다. 반야와 극도를 서로 맞물리면 극도의 진여지, 즉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상태에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되고, 이것이 반야바라밀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팔천송반야경>에는 대승불교가 싹트던 시기와 맞물려 탄생한 만큼 이타적 인간상의 표본인 보살 그리고 공성(空性)의 담론이 펼쳐진다. 이는 달리 말해 공의 사상도 보살의 개념도 그 근간은 반야바라밀다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반야바라밀다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대승불교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금강경>이든 <반야심경>이든 출발점은 팔천송반야경. 대승불교를 따르는 한국의 불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범접할 수 없는 극도의 경지’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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