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어진 신심으로 깨달음에 한 발짝 앞으로!”
“더 깊어진 신심으로 깨달음에 한 발짝 앞으로!”
  • 홍다영 기자
  • 승인 2019.08.3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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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불교대학 총동문회 선종사찰 순례 현장

9월28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서
불교대학 총동문 문화대축전 앞두고
선종사찰 순례…쉼없는 정진 다짐
본지와 함께하는 53선지식법회도 열려
순례 첫날 삼조 승찬스님의 수행도량 삼조사에서 가진 기념촬영.

“사람에는 남쪽 사람, 북쪽 사람이 있으나, 불성에 어찌 차별이 있겠습니까.”

문자도 모르던 나무꾼 혜능이 법을 구하고자 오조 홍인대사를 찾아가 한 말이다. 오랑캐 땅에서 온 하천한 신분인데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느냐는 오조대사의 물음에 불성에는 남북이 따로 없음을 분명히 말했다. 오조는 혜능의 비범함을 직감했지만 주변에 제자들이 있는 것을 보고, 오조사 방앗간에서 방아 찧는 일을 하게 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만남은 <육조단경>에 기록되어 있다.

조계사 불교대학 총동문회(회장 장경태)가 지난 8월27일부터 중국 대륙을 횡단하며 선사 스님들이 남긴 주옥같은 가르침을 찾아 나섰다. 초조 달마대사에서 이조 혜가스님의 뒤를 이어 삼조에 오른 승찬대사의 도량을 시작으로 오조사까지 선종사찰을 돌며 선사들의 향훈을 느껴보는 대장정이었다. 조계사 선림원 선감 일학스님을 지도법사로 한 동문회원 80여명의 순례 길을 동행했다.
 

첫날인 8월27일, 오전8시4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순례단이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첸산현 천주산에 터를 잡은 삼조승찬 선사의 도량인 삼조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4시께. 장시간 이동에 시작부터 만만찮은 일정이었지만 사찰에 도착하자 모두들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삼조사 방장 관용스님을 비롯한 사중의 대중들이 입구까지 마중 나와 한국 순례단을 맞았다.

삼조 스님은 원래 나병환자였다. 계절이 오고가는 줄도 모르고 14년 동안이나 자신을 숨기고 살았다. 전생에 지은 죄가 커서 이런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한 스님은 혜가스님을 찾아가 죄를 낫게 해달라고 청했다가, 죄의 성품이 공하다는 것을 알고 깨닫게 된다. 인간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완전하다고 하는 도리를 깨친 것이다.

혜가스님을 찾아 깨달은 승찬스님은 이곳 천주산에서 수행하며 법을 펴다 나무 밑에서 설법을 마친 뒤 선채로 입적했다고 한다. 경내에는 스님이 선 채로 입적했다는 입화탑과 수행처인 삼소굴, 사리를 모신 삼조탑이 있다.
 

삼조 승찬스님의 선기가 서린 삼조사에서 한국 순례단은 정성으로 기도를 올렸다. 향과 초, 차 공양에 이어,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삼귀의와 한글 반야심경을 합송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겼다.

이날 지도법사 일학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신심은 한층 더 깊어지고 깨달음에 한 발 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경태 총동문회장도 “선근공덕을 키우고 뜻하는 모든 기도를 성취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삼조사 방장 스님도 “다들 수행을 많이 해서 얼굴이 환하다”며 경내 구석구석을 직접 안내하며 승찬스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조계사 불교대학 총동문회 순례단은 감사의 뜻으로 기념선물과 보시금을 전달했다.
 

중국 선종에선 초조부터 삼조 스님 대까지 걸식하며 떠도는 두타행 수행이 이어지다가 사조 도신스님부터 비로소 도량에 정착해 법을 펴게 된다. 사조사는 도신(580∼651)스님이 30년간 주석한 곳이다. 창건될 때엔 1000명의 수좌들이 수행하던 대찰이었으나 조사전과 몇몇 석조물만 남았다가, 근래 30여 개 전각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다음날인 8월28일 오후, 순례단은 황메이(黃梅)현의 쌍봉산(雙峰山)의 사조사로 발걸음을 옮겨 특별한 법석을 열었다.
 

본지와 조계사 불교대학 총동문회가 공동으로 열고 있는 ‘53선지식 구법여행’의 마흔 여섯 번째 법사로 사조사 방장 명기스님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시간을 가진 것. 53선지식 구법여행은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을 등대로 보리심을 찾고자 53명의 선지식에게 법을 묻고 배운 구도여정을 따라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명사들을 초청해 삶의 지혜와 희망을 찾는 자리다.

이날 초청법사로 나선 명기스님은 ‘도신스님의 사조사 정착과 선’을 주제로 생활 속에서 부단한 정진을 당부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도신스님은 30여 년 동안 쌍봉산에 주석하며 선법 홍포에 힘썼습니다. 이곳에 주석했을 당시 수 천 명의 대중이 함께 수행하는 총림을 이루었습니다. 스님은 선법을 배우는 것을 평생의 큰 일로 생각하셨습니다. 동시에 농선병행의 시발점 역할을 했습니다.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를 중국불교로 정착시켜 나갔습니다. 특히 스님은 생활선을 평생 주창했습니다. 생활에서 바로 이 생에서 깨달아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모두 마음에 불성이 있지만, 번뇌와 분별심 때문에 이 불심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자라면 부처님의 가피를 믿고 어디서든 계율을 지키면서 지혜의 문, 자비의 마음, 우리 마음을 지켜야만 불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곧 부처라는 신심을 지니고 분별심을 내지 않으면 깨우칩니다. 또한 근본경인 금강경을 강독하면 지혜의 문이 열리면서 원만한 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혜입니다.

계정혜의 힘으로 우리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분별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수행하고 자성의 불성을 찾고 우리 스스로 주인이 됩시다. 이것이 바로 생활선입니다.”
 

법문을 들은 직후 순례단도 한마음으로 발원문을 낭독하며 다시 초발심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서원했다. 또한 오는 9월28일 열릴 ‘조계사 불교대학 30년, 미래30년’ 불교대학 총동문 문화대축전이 사부대중의 축복 속에 원만히 추진되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부처님 법 인연되어 이 자리에 함께한 조계사불교대학 총동문회 일원들, 바른 가르침 받아 일상의 성냄과 어리석음 비워내고 깨달음의 지혜 가득 담아 부처님의 법과 수행으로 끊임없이 정진함을 다짐합니다. 관용과 화합의 길을 갈 수 있는 한없는 가르침 주심에 감사드리며 동문 간에 하나 되어 소통과 화합 안에서 상생하는 동문이 되겠습니다. 오는 9월28일 ‘조계사 불교대학30년, 미래30년’의 기치아래 큰 행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행사가 성황을 이루고 이를 기틀로 총동문회가 부처님 법 홍포에 선봉장이 될 수 있도록 가피를 내려 주옵소서.”

53선지석 구법여행 법회에 이어 곧바로 경내 쌍봉선당에서 직접 참선하는 시간도 가졌다. 도신스님의 선사상의 정수는 ‘수일불이(守一不移)’다. 하나를 지켜 움직임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사조 스님의 정신을 되새기자는 지도법사 일학스님의 당부와 함께 전체 대중은 일제히 가부좌를 틀었다. 20여 분이 흐르는 동안 미동도 없이 침묵만 가득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사조사에서 동쪽으로 30km 떨어진 황메이현 빙무산에 있는 오조사를 참배했다. ‘법만 볼 뿐 사람 못나고 잘난 것은 보지 않는다’는 오조 홍인스님의 사상이 녹아있는 도량이다.

특히 오조사는 6조 혜능스님이 행자 신분으로 법을 전해 받은 현장이다. 혜능스님이 8개월간 방아를 찧던 자리에 디딜방아를 재현해 놓은 육조전이 있다. 홍인스님이 혜능스님에게 달마선사로부터 이어진 의발이 전해진 곳이다.

순례단은 이곳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방아 찧기에 열중했던 혜능스님의 모습을 그렸다. 불교에 조금의 차별이라도 있었다면 일자무식의 가난한 행자에게 법을 전할 수 있었을까.
 

이번 순례길의 백미는 백두산 탐방이었다.

8월29일 새벽4시 잠에서 깨어난 대중들은 중국 무한에서 오전7시50분 국내선을 타고 심양으로 향했다. 오전10시40분께 공항에 도착해 간단히 점심공양을 마치고 서백두 산문 입구인 송강하를 향해 버스로 장장 6시간을 달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끝도 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이 대륙의 스케일을 체험시켰다.

다음날 이른 아침, 백두산 관광단지 입구에서 전용차량으로 갈아타고 서파 입구까지 40여 분을 또 달렸다. 오전8시반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눈앞에 펼쳐진 1400개의 계단이 백두산의 장엄함을 보여줬다. 비가 내리는 굳은 날씨였지만 참가자 단 한명도 이탈하지 않고 계단을 넘어 천지에 도달했다. 오르는 내내 짙은 안개로 한치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정상에 다다를 즈음 서서히 걷히더니 천지가 반쯤 모습을 드러냈다. 순례단 모두 부처님 가피에 감사하며 환희로운 순간을 만끽했다.

불교의 스승들이 걸었던 이 길은 언제나 설레고 가슴이 뛴다.

조계사 포교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순석 포교사는 “홍인스님이 혜능스님에게 법을 전했다는 그 현장을 순례하고, 그동안 책으로만 공부했던 내용을 직접 현장에 와서 보니 선사 스님들의 선기가 피부에 와 닿는 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조정희 국제포교사회 부회장도 “사조사를 떠나왔지만 일상에서 계정혜에 입각해 계율을 잘 지키면서 생활선을 해야 한다는 스님 법문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으로 왔다가는 것보다 선종 역사를 배우고 스님 법문도 들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선영 총동문회 수석부회장도 “부처님께선 도반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조계사에서 불교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공부한 도반들과 함께해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정진경 인천경기지역단 포교사는 “일일부작 일일불식의 마음으로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는 포교사가 될 것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계사 불교대학 총동문회 순례단은 8월30일부터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고구려 유적지 등을 탐방하고, 고구려가 중국 요동지역에 미친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을 보관한 요녕성 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9월1일 귀국했다.

[불교신문3517호/2019년9월7일자]

중국=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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