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59> 불교, 현장 목소리(上) - 재(齋)가 줄어든다는데…
[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59> 불교, 현장 목소리(上) - 재(齋)가 줄어든다는데…
  • 박부영 상임논설위원
  • 승인 2019.08.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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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아예 지내지 않거나 초재나 막재 한번만”

사찰들 재정 감소 하소연
제사 외면하는 사회 영향
인구 집중 수도권은 無風
계율 수행 등 기본 지켜야
“내부가 더 문제” 지적도

지난 5월 말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영남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이 전화를 했다. 자정이 다가오는 야심한 시각, 조금 취한 듯 목소리가 높았다. 그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분노했다.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를 그는 한탄했다. 부처님오신날 ‘경기’가 너무 나쁘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었다. 분노는 이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었다. “한 번 내려와서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 지 한 번 살펴보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끝났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왕의 권력도 왕궁의 안락한 생활도 버리고 생사고통을 벗어나고 중생들의 행복을 위해 히말라야를 향해 난 카필라성 문을 지나 출가했다. 한국의 불교는 전혀 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왕의 권력도 왕궁의 안락한 생활도 버리고 생사고통을 벗어나고 중생들의 행복을 위해 히말라야를 향해 난 카필라성 문을 지나 출가했다. 한국의 불교는 전혀 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해도 너무한다”는 하소연 

여름휴가를 맞아 ‘그’가 말한 몇몇 스님들을 만났다. 영남지역은 우리나라 불교계의 교두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더불어 한국불교를 이끌고 지탱하는 양대 산맥이다. 부산의 범어사 경남의 해인사 통도사 쌍계사 그리고 대구 동화사, 경주 불국사, 영천 은해사는 사실상 한 권역이다. 이 지역 불교가 흔들리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서울의 봉은사 조계사도 뿌리를 따라가면 영남불교에 닿는다. 부산 대구 등지에서 신행활동하고 수행하던 불자들이 서울 강남에 자리 잡고 봉은사를 일으켰다. 

강남에서 음식점을 하는 안모(54)씨의 집안은 부산의 명문가로 손꼽힌다. 서울로 이주한 그의 외가는 봉은사의 오랜 신도다. 서울 뿐만 아니라 송광사 화엄사 대흥사 등 호남지역 사찰도 부산 대구 등 영남지역 불자들에 의지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산에 전국의 교구가 모두 집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 불자들은 “모두 옛 이야기”라고 한숨짓는다. 이 지역 스님과 불자들이 가장 크게 위협을 느끼는 변화는 재(齋) 수입 감소다. 부산에서 경주로 가는 동해안 지역의 한 사찰에서 만난 스님은 “신도들이 재를 안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사찰 주지 스님은 “아예 재를 안 지내며 지낸다 해도 마지막 7재나 초재 한 번만 지낸다”고 밝혔다. 재가 예전만 하지 못한 것은 전국적 현상이라는 것이 불자나 스님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서울 동대문 지역의 한 사찰에서 만난 주지 스님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절에서 가장 큰 수입을 차지하는 것이 제사인데, 요즘 사람들은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지낸다 해도 막재 정도만 하고 만다”고 말했다. 총무원의 한 고위급 재가 종무원 역시 “지방 사찰에 가보면 스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재가 안 들어온다며 하소연 한다”고 말했다. 

재 수입이 감소하면서 경남 지역에서 49재로 유명한 한 대형 사찰이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 사찰은 한창 때는 전국에서 온 수천명의 불자가 몰려들어 인근 도로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었다. 부산에서 만난 한 중견 언론인은 “다 지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향력 감소하는 종교 

제사 비용이 비싼데다 전반적으로 나빠진 경제 사정 때문이냐는 질문에 동해안 지역에서 만난 사찰 주지 스님은 “전혀 상관 없다”며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주류가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 스님은 “과학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이 급감한 사회 변화가 재 감소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신도들의 고령화와 젊은층 불자의 부재가 덧붙여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재(齋)가 문제가 아니라 불교 내부의 문제와 종교 영향력이 약화된 사회분위기가 재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유명 사찰은 재가 더 늘어난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경기 북부의 대형 사찰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한 여성불자(49)는 “종무실 상황판에 거의 매일 재가 몇 개 씩 적혀 있을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이 불자는 “해가 갈수록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간 규모의 한 전통사찰에서 총무보살로 봉사하는 불자도 “우리 절에는 재가 갈수록 많이 들어온다”며 “늘 공양간이 바쁘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사찰에서 재가 늘어나는 것은 인구의 증가와 관련 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의 사찰 총무 스님은 “절 앞에 신도시가 들어선 뒤 젊은 신도들이 많이 늘어나고 불교대학 입학생도 증가했다”며 “아무래도 인구가 많아지니 절을 찾는 신도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재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부산도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부산의 구 도심은 인구가 줄어들어 사찰 유지가 힘든 반면 김해 양산 등 신도시에는 새로운 포교당이 들어선다. 지역에 따라 사찰 수입도 변화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문제의 근원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부산 기장에서 만난 한 주지 스님은 “시대 정신을 못 읽고 비구 수행승으로 제 역할 하지 않은 우리들 잘못이지 남 탓이 아니다”며 “지금부터라도 한국불교의 근본인 청정 비구종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스님은 “결혼하지 않고 청정하게 사는 비구와 여자 숨겨놓고 사는 은처나 결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법사라고 해서 교화나 행정을 맡기는 식으로 이원화 해야지, 겉은 비구승이면서 행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종단이 시끄럽고 신도들도 스님들을 못 믿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스님은 또 “스님은 신도와 사회가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내 신도 뺏기지 않을 까 전전긍긍하고 자기 소유 챙기는 데만 고민하니 뭐가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스님은 “논두렁 배고 죽을 마음 없으면 중노릇 하면 안된다”며 “25일 이상 절 안 지키면 자르고, 불교의 삼보정재는 모두 공유하는 등 시스템을 싹 뜯어고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변 조건이 과거보다 나쁜 점도 있지만 우리 내부 스스로 잘못을 키우고 조장한 측면이 더 크며 이를 바로 잡는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조치는 다름 아닌 종단이 추구했던 수행, 청정 계율, 무소유 정신 등 불교근본에 있다는 것이 스님들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문제 근원은 우리 내부

다른 사찰에서 만난 주지 스님 역시 같은 진단 같은 결론을 내렸다. 부산과 경남이 만나는 낙동강 변에 자리한 청량사 운암스님(부산 강서구사암연합회 회장)은 “권력승과 정치승이 종무를 독점한데서 오늘날의 문제가 빚어졌다”며 “이들이 모두 뒤로 물러나고 자기 공부에 열중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운암스님 뿐만 아니라 절에서 만난 대부분의 스님들이 문제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았다. 그 원인은 종교학자나 사회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계율 잘 지키고 수행 열심히 하는 상식이었다. 당연히 지켜야할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한국불교 위신이 떨어지고 신도가 줄어들어 사찰 재정 수입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문중전통, 총림중심 수행가풍으로” 

부산 청량사 운암스님 주장
불교 현주소에 진단과 해법

다음은 청량사 주지 운암스님이 지난해 종단의 갈등을 보고 이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한 글이다. 부산불교연합회에 기고한 글 중에서 일부를 간추려 소개한다. 

“근래에 일부 권승(權僧)과 정치승들이 불교의 기초교리조차도 외면한 채, 조계종의 종무를 독점하는 데만 힘을 쏟고는 건강하고 해맑은 불교정신을 함양하고 밝히는 데는 등한시 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리고 더러는 세상 사람들이 ××이라 일컫는 행동을 활동사진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 내용이 인터넷 등에 지금도 떠돈다고 한다. 부끄럽다. 참으로 부끄럽다. 

그러나 교단의 사정이 오염되었다고 할 지라도 그것이 불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곧은 사람이 곧게 신행하고 곧게 수행하면 해맑은 진리는 반드시 자기에게 나타난다. 교단의 폐단과 정화문제는 인간사회의 속성에 기반하여 역사 속에 되풀이되는 것 같다. 깨끗하고 올곧은 사람만이 승려가 되어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전세의 선지식들이 불가(佛家)의 행태에 탄식을 쏟아낸 글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은 흘러야 하고 맑아야 한다. 산에서 발원하여 계곡과 개천을 거쳐 강을 이루고 바다로 가는 길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고 삶을 꾸려가지 않는가? 불법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모든 사람에게 이롭고저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이롭지 아니하면 불법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교단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새로워지고자 하는데 이르러 소납의 의견이 참고가 될 것을 희망하며 몇 마디 서술하고자 한다.

하나, 만해스님의 <조선불교유신론>을 참고하여 이 시대에 반드시 이루어야할 합리적이고 드밝은 길을 세워야 한다.

둘, 1950년대 정화불사로 1962년 이룬 조계종의 정신을 계승하여 총명하고 해맑은 인재들에게 종단을 맡기고 권승들은 모두 뒤로 물러나서 자기 공부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셋, 선말(鮮末)의 수행문화와 정화운동의 여득으로 생겨난 문중의 전통을 총림 중심의 수행 가풍으로 확립해야 한다.

넷, 조계종의 큰 문제를 숙의하고 최종 판단하는 기구는 원로회에서 해야 한다. 불가는 어른이 있는 수행가(修行家)이기 때문이다.

다섯, 대만의 불광사를 본받아 최소한 총무원 운영의 절반은 전문성이 높고 청신한 신도에게 맡긴다.

위의 다섯을 소납의 졸견으로 삼는다. 불자가 바른 신심을 내어 지혜롭게 수행한다면, 산빛과 저녁 노을과 맑은 바람이 나의 마음 거울에 한가로이 사는 때가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3515호/2019년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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