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공식 출범을 앞둔 조계종 화합과혁신위원회(위원장 정념스님)가 종단 전환과 개혁 방안에 대한 안건을 선정하는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화합과혁신위원회 기획위원)가 종단 개혁 방안과 관련된 기고문을 본지에 보내와 전문을 싣는다.

이성운
이성운

조계종에선 향후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전환돼야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기 위해 화합과혁신위원회 산하 기획위원회를 출범하고 누차의 준비회의로 알찬 방침을 찾아가고 있다.

불교의례철학을 전공한 필자는 종단 내외의 인재들이 생산해내고 있는 대책도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당장 출가·재가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일 예경과 정진의 의례 및 생활 논리의 개발 보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불교정화, 불교개혁 한다고 하면서 등장한 게 한국불교의 일일조석예경인 칠정례이다. 일자목탁으로 간략하게 진행되는 의례의 간략화가 이뤄졌다. 그렇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잘못 가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보겠다.

첫째는 예경의 정형화와 통일이 필요하다. 현행 7정례는 그럴듯함 속에 보편 삼보 사이에 구체 삼보가 편입되어 정착된 것으로 예참도 조석의 문안인사도 못되는 비정상적인 의례이다. 조석예경은 당해 전각의 불보살께 1배나 3배를 올리면 된다. 과거칠불에 7정례의 예경을 한다면 모르겠다.

둘째는 송주·간경·참선의 정형화와 일상화다. 선종을 표방하는 한국불교의 조계·태고·천태종에서 수선(修禪)의 정형화와 일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하안거·동안거 있지 않냐고 반문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건 일상화라고 할 수 없다. 특별훈련에 불과하다.

셋째는 불자 예법에서 삼업으로의 통일이다. 절과 합장은 이뤄지고 있지만 칭명이 없다. 해서 필자가 운영하는 바웃다넷에서는 인사진언 나모붓다야칭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절할 때난 인사를 할 때 합장하고 나모붓다야를 칭명하자는 것이다. 삼업 예법의 통일과 보급은 시간과 경비가 들지 않고 효과는 적지 않다. 칭명은 간단한 가피의례이기 때문이다.

넷째는 일념월재다. 불교의 신행은 너무나 복잡해서 오래 절을 다닌 분들이 익숙하기 어렵다. 해서 하루 한 번 불법승 삼보를 염송(칭명)하고,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재일에 원찰의 은사 스님에게 재를 올린다. 재는 음식공양으로 적어도 한 달에 일식 공양을 올리되 원찰을 가지 못할 때 계좌이체 같은 방법이라도 실천하는 불자가 되도록 한다.

다섯째는 불교는 지나치게 많은 교리와 교학을 일반 불자에게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다. 무상·무아의 연기적 사고와 불교적 가치로 무욕·무진·무치의 현명한 삶을 살아야 한다. 불교하면서 지나치게 탐욕하고 분노하며, 금전과 명예 등의 욕망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여여하고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여섯째는 유능해야 한다. 무욕·무탐을 강조한다고 해서 가난한 삶, 무능한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니다. 검소하며 절제하되 유능해서 자신의 삶과 타인들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라는 별을 괴롭히는 인간군상에 불교는 이들이 함께해서는 안 된다. 덕망과 고결함을 갖도록 애써야 한다.

결국 쉬운 불교 하는 것이다. ‘나모붓다야칭명 속에 보시하고 계를 지키며 마음 맑히며, 때때로 마음을 쉬는 것이다. 그리 하며 지나친 욕망에 끌리지만 않으면 통연명백(洞然明白)해진다고 하였다. 너무 많은 지식은 없느니 못하다. 독이다.

내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몸 어디에, 또 밖의 어디에 마음이 가 있는가. 그놈은 알고 있는가. 되묻는다. 이것도 의례적으로 한다. 마음대로 몸이 하는 짓이 의례다. 의례 없는 불교는 무의미하다.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 조계종 화합과혁신위 기획위원

[불교신문3513호/2019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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