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맹가노니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영화 ‘나랏말싸미’의 시나리오를 쓴 이송원 작가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에 해설을 다는 새로운 형식의 책을 펴냈다. <나랏말싸미 맹가노니>는 나랏말싸미 시나리오 창작 과정에서 각본가로서 얻은 자신의 경험과 소회 등을 담았다. ‘맹가노니’는 훈민정음 서문에 나오는 ‘만들었으니’의 고어(古語)다. 결국 영화와 관련된 뒷풀이 또는 후일담이라 할 만하다.

이송원 작가는 시나리오를 신(scene) 별로 구분해 각 신마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참고했는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어떤 부분은 부각시키고 어떤 부분은 생략했는지 꼼꼼하게 적었다. 영화의 뒷얘기를 알고 싶은 관객들 또는 와의 영화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영화와 관련된 가장 큰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재해석에 대한 비난이다. 신미대사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부풀리고 대신 세종의 위상은 그만큼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종대왕’은 ‘충무공 이순신’과 함께 절대적인 성역이다. 그런데 그걸 건드렸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역사왜곡‘에 대한 손가락질은 누구보다 아프게 다가왔을 지적이다.

이송원 작가는 책에서 “시나리오 상에서 신미의 역할은 세종의 다른 자아를 대변한다”고 해명한다. 예컨대 세종이 문자에 소리를 맞추려고 하자, 신미가 소리를 문자에 맞출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신미가 학문적 원칙과 인간적 자유로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종의 내면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것이다.

“남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쉬운 문자를 만들려는 분투 끝에 위대함의 반열로 진입하는 인간 ‘이도(세종의 본명)’의 험난한 여정을 우리는 그리고자 했다. 그 길의 동반자로 신미(信眉)라는 실존인물에 주목했으며, 세종과 맞서고 협력하고 격돌하는 영화적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 신미 캐릭터는 세종의 내면에 도사린 그림자를 분리하여 인격화한 ‘또 다른 자아(alter ego)’다. 세종의 마음속에서 벌어졌을 치열한 싸움을 외면화한 상대역으로 신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10쪽).” 아쉽고 억울할 수도 있는 심정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 한글 창제를 둘러싼 역사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라면 시나리오 창작과 관련한 여러 누하우를 습득할 수도 있다. 영화로 먼저 봤고 나랏말싸미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영화와 시나리오를 비교해서 읽는 것도 흥미롭다. 결과야 어찌 됐든, 있는 힘을 다해 시나리오를 썼다는 사실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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