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상구보리 하화중생’ 현장⑨
동화사 ‘저승체험관’ 체험


1년 전 저승체험관 개관 이어
10월에는 ‘극락체험관’도 설치

깜깜한 명부세계 속 30m 걷고
영정사진 미리찍기, 업경 보기
명부시왕·심우도 관람, 참선 등
사후체험으로 과거 되돌아보고
어떤 삶 살아야할지 재점검해

8월17일 동화사 저승체험관에서 도찬기 포교사가 참여자들에게 명부시왕과 각종 지옥에 대해 설명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기 시작해 병들고 결국에는 죽기 마련이다. 특히 죽음은 예부터 무섭고 두려워서 피하고 싶어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불로초를 찾기 위해 애썼던 중국 진시황제 또한 늙고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했듯이 생노병사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학의 발달과 함께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사전 준비를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마저도 아름답고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팔공총림 동화사(주지 효광스님)는 지난 201810저승체험관을 개관했다. 죽음체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 세상 살아가는 마음이 달라진다면 인생도 달라진다는 게 동화사 측의 설명이다. 막바지 여름휴가기간이자 휴일인 지난 17일에도 동화사 저승체험관에는 많은 이들이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저승체험관 문을 열었다.

엄마도 같이 하자?” “아니야. 난 무서워서 안 할래.” “내가 지켜줄게. 우리 가족 모두 같이 하면 좋잖아.” “엄마도 같이 가자~” “나 걱정 말고 아빠랑 동생 잘 챙겨서 갔다 와.” 지난 17일 동화사 통일약사대불 지하 1층 법화보궁에 위치한 저승체험관입구에서 한 가족이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벌어졌다. 무서움에 저승체험을 하지 않겠다는 엄마를 3명의 자녀가 아빠와 함께 설득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무서워 못하겠다는 엄마의 강한 거부에 이들의 설득은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김도범(13) 군은 아빠와 두 동생과 함께 저승체험에 나섰다. ‘저승 입구라고 적힌 현판 옆에서 이날 저승체험 프로그램 안내를 맡은 도찬기 포교사의 설명을 들은 뒤 내일보다 내생이 먼저 올 수 있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튼을 젖히고 저승체험장으로 들어갔다.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바닥에는 어서와! 저승길은 처음이지라는 문구가, 오른쪽 벽에는 나의 영정사진이라고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 포교사의 안내에 따라 차례대로 영정사진을 찍었다. “벌써 영정사진을 찍다니.” “기분이 이상해.” “나 죽기 싫어.” 영정사진을 찍으면서 아이들은 썩 내키지 않는 마음을 한마디씩 표현했다.

이어 도 포교사의 안내로 영정사진 바로 옆 현판을 함께 읽어 내려갔다. “사람아, 너는 너 자신의 의지를 배반하고 결국 죽게 되리니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 삶과 죽음은 같은 길 위에서 하나의 여정이니 죽음이 낯설지 않으면 삶도 익숙하게 편안해 지리라.”

영정사진을 찍은 뒤에는 곧바로 긴 암흑세계로 들어갔다. 이는 차갑고 어두운 사후의 명부세계를 구현해 놓은 곳이다. 간간이 무섭다는 이야기만 들릴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의지할 것이라고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손잡이 뿐.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왼손은 앞으로 뻗어 혹시나 앞사람이나 설치물과 부딪히는 일을 미연에 막았다.

한동안 암흑 속을 헤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 끝나?” “무서워서 더 이상 못가겠어.” 불안감이 점점 엄습해 올 때쯤 아이들의 두 손에 커튼이 만져진다. 아이들은 엄청 긴 거리를 걸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저승체험관 입구부터 암흑코스 마지막 구간까지 거리가 30m에 불과하다.
 

지난 삶을 반영한 ‘업경’을 보는 김도범 군 가족들.
지장보살상 앞에서 명주를 만지며 소원을 빌고 있다.

커튼을 연이어 2번 젖히자 환한 세상으로 되돌아왔다. 정면에는 지장보살상과 마주 하며 왼쪽으로는 생전에 지은 선악의 행적이 드러나는 업경(業鏡)’과 마주 선다. 마치 염라대왕 앞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업경을 한참 들여다본다.

머릿속에는 자신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었던 선업과 악업이 뇌리를 스치듯 지나간다. 모든 중생을 지옥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해 준다는 지장보살상 앞에서 자신이 지은 죄업을 참회하면서 지장보살상 앞 명주(明珠)3번 만지면서 소원도 빌었다.

곧이어 10명의 명부시왕(冥府十王)과 마주한다. 지옥 등 무서운 세계를 담아놓은 그림이지만 아이들은 영화 신과함께에서 봤다면서 도 포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5 염라대왕과 죄인의 혀를 뽑아내 쟁기로 혀를 가는 발설지옥(拔舌地獄) 등 시왕과 그들이 관장하는 지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은 여기는 절대 가면 안 되겠다며 착한 아이로 살 것을 약속했다.

명부시왕을 만난 일행은 인간의 본성을 찾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목동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묘사한 심우도(尋牛圖)와 마주한다. 10단계의 수행과정을 배운 뒤 일행들은 마지막 코스인 선체험관에 들러 직접 참선수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승체험 마지막 코스로 참선수행방에서 참선수행하는 모습.

김도범 군은 처음에는 깜깜하고 무서웠는데 뒤로 갈수록 신기하고 재미도 있었다특히 업경을 보니 착하고 잘 생긴 내 얼굴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도범 군의 아버지인 김효기(41) 씨는 업경을 보고 시왕들이 관장하는 지옥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특히 앞으로는 더욱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체험소감을 밝혔다.

동화사 저승체험관은 주말마다 조계종 포교사단 대구지역단 지역봉사 팔공팀(팀장 김화련) 소속 포교사들이 조를 편성해 저승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상세한 설명이 제시돼 있어서 평일에도 누구나 혼자 체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저승체험과 함께 유언장을 미리 써보거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버킷리스트를 써보는 것도 저승체험관을 즐기는 한 방편이다. 특히 동화사는 명부세계와 지옥, 극락을 비교 체험할 수 있게끔 오는 10극락체험실도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도찬기 포교사는 저승체험관을 통해 불교적 사후세계관을 이야기해주다보면 눈물을 흘리며 과거를 참회하고 앞으로 잘 살겠다고 서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불교공부를 하는 방법 등을 묻는 경우가 있어 포교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조희곤 포교사(품계 선혜, 동화사 신도회 포교국장)동화사 저승체험관은 죽음 이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지난 삶을 참회하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특히 참선 수행을 통해 늘 깨어있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사 저승체험관 입구에서 저승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불교 사후체험 어디서 체험할 수 있나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과
대구 한국불교大서도 운영

불교의 사후세계를 체험하고 싶다면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과 대구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를 찾아가도 좋다.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은 지난 20016월 박물관 개관 때부터 죽음체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티벳박물관 죽음체험실은 죽음과 환생 사이 바르도의 세계를 학습하고 죽음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또한 사후 육신 처리와 재산 처분 방식, 묘비에 적히길 희망하는 글, 내세에서 원하는 삶 등을 생각해보고 써보는 미리 쓰는 유언장에 이어 입관 체험도 한다.

묵상과 명상, <사자의 서> 동영상 관람 등도 체험해 볼 수 있으며 티벳 전통 장례의식인 조장(천장) 등 관련 유물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죽음체험관 입구에 죽음체험 순서가 적혀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죽음세계를 체험해 볼 수 있게 돼 있다.

특히 지난 20184월 영화 신과함께개봉에 맞춰 문을 연 신과함께-저승체험상설전시회도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1년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려고 했지만 관람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최소한 오는 연말까지 연장해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대원사는 단체의 요청으로 특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죽음체험 템플스테이를 열기도 한다.

대구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는 2000년부터 내생체험관을 설치한 뒤 사후세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옥불보전 7층 삼보전 내 내생체험관에서 내생체험 프로그램을 안내한 뒤 유언장을 작성하게 한다. 또한 직접 관()에도 들어가 누워 보는 입관 체험도 갖는다.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음력 초하루(1)와 약사재일(8), 보름(15), 지장재일(18), 관음재일(24)마다 오전11시부터 오후3시까지 내생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한다면 다른 날에도 내생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단체는 물론 개인 단위의 참가도 가능하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는 지난 19년 동안 수많은 이들이 내생체험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 신상 관련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원고를 취합해 책자로 발간한다는 계획도 수립해 놓고 있다.
 

보성 대원사의 죽음체험 템플스테이에서 입관을 체험하는모습.

동화사=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3515호/2019년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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