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 현장
“도량을 청정하게하는 새벽 도량석은 한국 사찰에서만 하는 불교의식입니다. 도량석에는 또다른 뜻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8월19일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된 대형 목탁 앞에서 무진스님(화엄사 성보박물관 부관장)이 한무리의 관람객들에게 묻고, 답하는이가 없자 이유를 소개했다.
스님의 설명에 의하면 “사찰이 대부분 산중에 있어 도량석으로 새벽 산 짐승들을 경내에서 멀리 피할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도량석 목탁은 소리가 커야 하기에 크기도 크다는 것이다”고 덧붙인다.
이날 무진 스님의 설명을 듣는 이들은 서울에서 온 장애인 불자들의 모임 ‘보리수 아래(대표 최명숙)’ 회원과 자원봉사자들. 장애가 1,2급인 중증장애인들이어서 봉사자도 함께했다.
“스님 말씀이 너무쉽고 자상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몸이 불편해 사찰참배가 쉽지 않았는데 성보박물관에서 스님의 설명을 듣고보니 사찰에서 어떻게 스님들이 수행하며 생활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리수 아래 최명숙 대표가 “성보박물관에 전시된 스님들의 유물에 담겨진 이야기를 듣고나니 어렵게 느꼈던 불교가 쉽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중사찰을 쉽게 찾지 못했던 중증 장애인들이 사찰에서 스님들의 생활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화엄사가 진행하는 ‘전통산사 문화재활용사업’의 성과이다.
지난 4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진행하는 화엄사 문화재활용사업은 △반야용선, 스님이 안내하는 사찰문화해설 △연화화생, 힐링음악회(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화화등등, 3D로 제작하는 화엄사 국보 등 3개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인기가 높은 것은 화엄사 국보인 각황전앞 석등(국보 제12호)과 4사자 삼층석탑(국보 제35호)을 3D로 제작하는 것.
한 작품당 20~30분이 소요되는 국보만들기 프로그램은 칼과 가위, 접착제가 필요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만든 국보작품을 가져가 선물로 활용할 수 있어 참여율이 높다.
화엄사 전통산사 문화재활용사업을 주관하는 무진스님은 “3D 교구를 총 2,000개 제작했으나 참여자가 많아 추가 제작해야할 상황이다”며 “석탑과 석등을 제작하다보면 문화재를 만드는 원리와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하게되고, 집중력도 길러진다”고 말했다.
‘보리수 아래’ 회원들은 성보박물관 해설에 이어 4사자 삼층석탑 3D제작에 들어갔다. ‘화화등등(華化登燈) 화엄 불(佛) 밝히다’는 주제로 장애인불자와 봉사자들은 31조각으로 분리된 화엄사 효대 석탑을 조립했다. 그렇게 장애인불자들은 자신만의 국보를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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