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음악 ‘바하에게 돌아가자’ 바람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근본이 중요

불교 신자 줄고 덩달아 재정도 감소
오랜 역사 지닌 한국불교 뜻밖 현상
제사와 역술 비판 흑백론 배격했던
‘불교의 근본’ 부처님으로 돌아가야

윤성식

바하, 헨델, 하이든, 모짜르트, 슈베르트, 슈만, 바그너 등 우리가 아는 서양음악의 대가는 거의 모두가 독일인이다. 클래식 음악의 고향 답게 많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살았던 독일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고 한다. 바로 클래식 애호가의 감소다. 전 세계가 클래식 음악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하에게 돌아가자’ 즉 ‘Back to Bach’ 프로젝트다.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그리고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를 때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자, 근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어로 ‘Back to basics’라는 표현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바하는 음악의 아버지라고 한다. 바하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버지 즉 클래식 음악을 낳은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조계종의 출가자가 대폭 감소하여 스님이 없는 사찰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불교인구는 1000만에서 700만명으로 300만명이나 줄었다. 천주교는 살짝 감소했고 개신교는 살짝 증가했다. 불교는 대폭 감소했다. 사찰에 신도가 줄어드니 사찰재정수입도 그만큼 줄었다.

먹고 살기 힘든 불교신도는 불교에 의존하기보다 사찰을 떠나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종교 인구의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21세기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종교로 인식되던 불교가, 과학과 조화를 이루는 종교인 불교가 수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쇠퇴하는 현상은 예사롭지가 않다. 그렇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처에게 돌아가자’ 운동을 통해 한국불교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우리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정공법적인 해결책은 근본이며 불교의 근본은 부처님이다. 한국불교는 부처님의 뜻으로부터 너무 많이 이탈해 있다. 경전공부와 불교명상을 멀리하고 기도와 제사를 중시하는 한국불교는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 있다. 기도와 제사라는 기복신앙도 분명 의미가 있으며 무조건 부정적이지는 않다.

다만 경전과 불교명상을 멀리하고 기도와 제사가 점령한 사찰에 오늘 당장 부처님이 미륵불로 다시 오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한민족의 무속 신앙을 흡수한 불교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기복신앙에만 의존하는 사찰에서 신도들이 21세기 인공지능과 로봇시대를 헤쳐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성경은 한권의 책에 담겨 있지만 팔만대장경은 작은 글씨의 두툼한 책으로 300권이 넘는다. 게다가 불교 경전에는 어렵고 추상적인 내용이 잔뜩 적혀 있다. 조계종에서는 ‘불교교리’라는 한권짜리 책을 출판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불교교리는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난해하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교리의 현대화는 어렵기도 하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기도하다. 

‘부처에게 돌아가자’는 운동은 자칫 낡고 고루한 과거로 돌아가자는 운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처님의 근본 사상으로 돌아가면 역설적으로 가장 현대적인 불교가 될 수 있다. 제사를 중시한 브라만교를 비판했던 부처님, 역술에 의존하면 안된다고 주장하신 부처님, 과학적 논리를 중시하신 부처님, 이분법과 흑백론을 배격하신 부처님, 모든 것은 변한다며 끊임없는 변화를 주장하신 부처님은 바로 21세기 현대인이 바라는 사상을 설하셨다.

우리가 부처님에게 돌아가야 불교를 현대화할 수 있고 한국불교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불교신문3513호/2019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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