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가 최근 8대 총림을 실사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총림 구성요건인 선원, 승가대학, 율원, 염불원을 모두 운영하는 사찰은 통도사 영축총림 한 곳으로 드러났다. 절반은 염불원을 운영하지 않고, 선원과 승가대학만 운영하는 총림도 있었다. 총림법에 따르면 2개 이상의 수행기관을 1년 이상 운영하지 않으면 총림 해제사유에 해당된다. 

수행기관을 운영한다 해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승가대학 자격 기준인 학인수 40명 이상 요건을 충족한 총림은 한 곳에 불과했다. 학인 수가 한 자리에 불과한 총림도 두 곳이나 있었다.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총림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은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실사 특위의 결과에 따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총림은 해제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요건을 완화할 것인지 후속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림 자격 요건보다 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총림은 종합 수도도량으로 그 핵심은 참선 수행이다. 방장 스님을 중심으로 스님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공부하고 법을 논하고 경책하는 수행도량이 총림이다. 그 연원이 부처님 당시에 닿을 정도로 오랜 불교 전통이다. 오늘날 총림형태와 운영원리는 중국 선종에서 나왔다. 그러나 중국은 선종의 쇠퇴와 더불어 총림체제도 무너져 남은 곳은 한국 뿐이다. 그래서 한국불교의 총림이 갖는 역사성 고유성 전통성을 고려해서 해제 여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두 번째는 총림 설치 이유를 제대로 되새기는데 있다. 1967년 해인사에 첫 총림을 개설하고 성철스님을 초대 방장으로 모신 까닭은 수행하는 종단을 위해서였다. 이는 우리 종단을 창종한 목적이기도 하다. 해인사와 아무런 인연 없던 성철스님을 방장으로 모신 것은 스님이 참선으로 도를 깨친 선지식이었기 때문이다.

청담스님이 종정직을 내려놓고 총림을 개설하고 자운스님 등 해인사 스님들이 당신들보다 나이 어린 성철스님을 방장으로 모신 연유는 단 하나, 참선하는 종단, 공부하는 해인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해인총림이 개설되고 그 해 겨울 성철스님은 그토록 수많은 고승들이 나서 왜 총림을 개설하려 했는지 만방에 여실히 보였다. 팔만사천에 이르는 방대한 불교를 중도(中道)로 회통해 원효의 화쟁에 이어 1700년 한국불교사와 이 땅의 사상사에 금자탑을 세웠으니 바로 ‘백일법문’이다. 

총림이 제기능을 하는지 여부는 이처럼 해인총림을 개설했던 목적과 성철 방장 스님의 사례에서 찾아야지 몇 가지 형식적 요건을 갖고 논해서는 안된다. 고불총림 개설에 중앙종회가 찬성한 이유는 요건을 모두 갖춰서가 아니라 서옹스님이라는 선지식이 계셨기 때문이다. 팔공총림 역시 사격은 갖추지 못했지만 당대 최고의 도인인 종정예하가 계셔서다.

결제 때마다 소참법문을 하고 법거량이 오가며, 불에 덴 듯 수좌들은 화두를 성성하게 드는지가 총림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총림 실사를 통해 진짜 놀랄 일은 이 가운데 있다.

[불교신문3513호/2019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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