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밤마다 니가 다짜고짜 나를 안아
싱겁기는, 밀어내도 막무가내 달려들어
나도 널 슬며시 안아, 눈떠보면 꿈이야

-이종문 시 ‘눈떠보면 꿈이야-우리 엄마의 말’에서
 


꿈에서든 아니든 어머니의 사랑은 여일(如一)하다. 성품에 빗대 말하자면 검질기고 끈기가 있다. 사랑의 크기에 변함이 없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꿈을 꾸신 얘기를 자녀에게 들려주신다. 자녀가 단박에 덤벼들 듯 당신을 안아서, 밀어내도 자꾸만 안겨 들어서 넌지시 자녀를 안았더니 그게 모두 꿈속의 일이더라고. 

아마도 어머니는 꿈이어도 행복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꿈에서나마 천천히 당신의 사랑을 은근하게 드러내셨을 것이다. 깊은 사랑은 이처럼 ‘슬며시’ 표현된다. 깊은 강처럼, 혹은 수많은 빛을 은은하게 내보내는 원만한 달처럼 요란스럽지 않게. 이러한 사랑은 시인의 시 ‘둥근 달을 함께 보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시인은 이렇게 썼다. “나 지금 달을 보오/ 그대도 달을 보소// 산 너머 있다 해도 둥근달을 함께 보면 겸상해 밥을 먹으며 마주앉아 있는 거라” 

[불교신문3513호/2019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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