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스님이 들려주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7> 의료인공지능과 생로병사 패러다임 혁명①
[보일스님이 들려주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7> 의료인공지능과 생로병사 패러다임 혁명①
  • 보일스님 해인총림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 승인 2019.08.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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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현재 의사 80%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

“마치 뛰어난 의술을 지닌 어떤 의왕(醫王)이 만약 병자를 보기만 해도 모두 병이 치유되듯이, 비록 죽을 목숨이지만 몸에 약을 발라, 그 몸의 작용을 병이 있기 전처럼 하네. 가장 뛰어난 의왕 역시 이와 같아, 모든 방편과 일체지를 구족하여, 예전의 묘행(妙行)으로 부처의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보기만 해도 중생들의 번뇌가 없어지네.” -<대방광불화엄경> ‘여래출현품’ 중에서

 

보일스님

누구의 진단을 더 믿겠습니까?

“누구의 진단을 더 믿으시겠습니까? 인공지능의 진단을 따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의사의 진단을 따르시겠습니까?” 암 진료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활용해 컴퓨터 단층활영(CT) 사진 30만장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환자와 동종 질환을 앓았던 이전 환자들의 종양 사진이다. 이 인공지능은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환자의 신체 전체를 스캔하고 다른 질병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그리고 환자의 각종 진료기록, 각종 검사기록 등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그중에서 환자의 종양과 가장 일치하는 형태의 사진을 찾아내고 폐암 1기라는 진단을 한다. 그리고 추천하는 치료법과 치료약물, 치료기관, 완치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한 치료 일정표까지 환자의 유전정보와 종합적 병력, 가족력까지 모든 데이터를 검토하여 알려준다. 이 과정에 인간 의사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인간 의사의 소견은 그 환자에 대해 인공지능이 내린 진단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이제 환자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누구를 더 신뢰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 클라우드, 딥러닝을 핵심기술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에게 던진 또 하나의 물음이다. 난감해진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정확하다지만, 내 신체의 안전과 건강까지 맡기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그것이 단순한 질병이 아닌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암 같은 치명적 질병일 경우 더욱더 그러하다. 인간은 병이 주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만일 의료 인공지능이 그 고통을 덜어주거나 없애줄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인간 의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구상하고 선 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s)사의 회장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향후 미래에는 현재 의사의 80%가 빅데이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방대한 데이터와 무시무시한 컴퓨팅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다음 표적이 의료분야가 될 확률은 매우 높다. 의료 인공지능이 주목받는 이유는 개별 환자의 특성에 맞는 최적화된 의료서비스를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더욱더 효과적이며, 부작용은 최소화한다. 그 전체과정에서의 비용도 절감된다. 그리고 의료 인공지능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일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의학의 패러다임을 데이터 기반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호모디지투스(Homo Digitus)

‘호모 디지투스’, 인류에게 주어진 새로운 학명으로서 호모사피엔스와 디지털의 합성어이다. 에릭 토폴(Eric Topol)은 <청진기가 사라진다>(원제: The Creative Destruction of Medicine)에서 인류를 이렇게 정의한다. 디지털 혁명 속의 신인류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 초연결된 환경 속에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체 활력 징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질병의 위험성을 사전에 예고 받거나, 이미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초기에 진단하고 효과적 치료법을 제시받을 수 있는 세상을 살게 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혈당 관리가 있다. 현재의 혈당검사는 ‘그 순간’의 혈당만을 측정한다. 혈당이 오르내리는 추이를 포착해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IBM사의 왓슨(Watson)을 이용한 혈당관리 앱인 ‘슈거 아이큐(Sugar.IQ)’는 혈당을 실시간으로 지속해서 측정하고 향후 혈당 변화를 예측해 준다. 그 결과 혈당이 적절한 범위 안에서 관리되도록 도움을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딥러닝을 장착한 인공지능이 폐암, 당뇨, 유방암, 피부암 등을 정확히 예측해 내고 있다. 그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고 수준은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범위는 의료 전 영역에 걸쳐서 진행 중이다.

지난 2018년 1월, 구글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의료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이 인공지능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분석하여 입원 환자의 치료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원 중 사망할 것인지 장기간 입원을 할 것인지 또는 퇴원 후에 한 달 이내에 재입원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퇴원 시 진단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조기 예측한다. 이를 통해 병원은 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전체 의료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이 의료 인공지능이 대단한 점은 전자의무기록만을 데이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메모, 즉 자연어로 기록된 진료 노트까지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딥러닝은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빠르고 가장 높은 정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향후 미래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의료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의 80%를 대체한다고 한다. 의료 인공지능은 인간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평상시에 지속해서 각종 건강지표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이미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치료 기간까지 예측한다. 출처=www.shutterstock.com
향후 미래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의료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의 80%를 대체한다고 한다. 의료 인공지능은 인간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평상시에 지속해서 각종 건강지표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이미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치료 기간까지 예측한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인간의사 VS 의료 인공지능

의료 인공지능으로서 대표적인 예가 바로 IBM사가 개발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이다. 통상 ‘왓슨’이라고 불린다. 이미 방대한 의학서적과 논문을 섭렵한 의료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이제 퀴즈쇼 정도에 나가는 그 옛날의 왓슨이 아니다. 왓슨은 미국 FDA나 우리나라 식품 의학품 안전처로부터 비(非)의료기기로 분류되었지만, 현재 가천대학 병원을 비롯한 전국 7개 병원에 이 시스템이 도입되어 이미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아직 기대한 만큼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데이터 부족으로 꼽고 있다. 아직은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의료 인공지능의 한계를 살펴보자면, 각종 질병에 따라 인간 의사가 내린 진단 결과와의 일치율에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직장암의 경우 85%의 일치율을 보이지만, 폐암은 17.8%의 낮은 일치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즉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왓슨의 진단이 다를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의사의 판단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왓슨의 판단이 옳을 것일까.

현재의 인공지능을 통한 의료 진단 결과들은 인간 의사 진단과의 일치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기준도 중요하지만, 왓슨과 인간 의사의 진단이 일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의학적으로 오진이 아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 다 오진일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의료 인공지능의 도입을 주저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탈 숙련화 현상’을 든다. 인간의사와 의료 인공지능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렸을 때를 전제로 생각해 보자. 항공 산업에서 자동조종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조종사의 조정 기술 수준이 점차 떨어졌다는 소위 ‘탈 숙련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료 인공지능은 인간 의사들의 의술 수준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 

딥러닝과 빅테이터 의학시대 

의료 인공지능은 단순히 의술의 발전과 질병 치료의 혁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4차 산업 시대의 의료 패러다임을 데이터 기반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빅데이터(Big Data) 의학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년 뒤에는 기존 의학지식 총량이 두 배가 된다고 전망한다. 그리고 2025년이 되면 3일에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와 그에 따라 급변할 것이다.

과거에는 환자 진료기록이 작성되어 있더라도 단순히 보존 차원에 머물렀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향후 치료와 진료에 사용될 의미 있는 데이터를 종합해 내기가 어려웠다. 현재는 강력한 컴퓨팅 능력과 클라우드를 통한 데이터 저장 능력의 확대로 엄청난 양의 환자의 데이터들을 분류, 비교, 분석하여 최적의 치료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앞서 소개한 비노드 코슬라는 “앞으로 의학은 생물학이라기보다는 데이터 과학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통찰은 당장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버드 의과대학은 MIT 와 협업해 ‘헬스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2019년부터 교과과정에 도입했다. ‘의료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질병에 걸린 다음에 도움을 받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 시작은 오히려 발병 이전 예방단계를 주목하고, 개인의 유전체(DNA) 분석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는 개인의 유전체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분석서열(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을 통해 30억 쌍의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는 시간이 15년에서 3일로 단축된다고 한다. 한 사람의 유전체 정보는 약 100기가 정도가 되므로 이제 개개인이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저장하고 휴대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 일루미나(llumina)사는 지난 2018년, 신형 유전자 검사기 ‘노바섹(NovaSeq)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유전자 검사와 분석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고, 관련 비용은 100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해진다. 이제 신묘한 의술을 자랑하는 명의(名醫)를 찾아 나서던 시대에서 치료의 열쇠를 쥔 데이터가 우리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시대가 됐다. 

[불교신문3513호/2019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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