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땅끝에서 보건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4년 전, 경기도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한 원장님이 의료봉사를 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의료혜택이 부족한 농어촌에서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할 일들이 많다.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장소 선택에서 진료를 위한 책상과 걸상, 매트 등 준비물이 여럿이다. 또한 봉사에 참여할 인원 동원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휴일을 이용해서 한 달 넘게 연이어 의료봉사활동을 하겠단다.

무엇보다 불교 포교사로 활동하던 중인데 종교가 다른 B·F(Blessing Flower)의 제안이라서 더욱 난감했다. 그동안 포교사로 지역 불교 활성화를 위해 힘쓰던 중이었다. 군청 불자회 창설에 힘썼고, 지역 불자회 여성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나름 불자로 열심히 활동하던 중인데 타 종교인들의 도움 요청에 별반 마음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일인데 자신의 종교를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의료분야 공직자로서 당연히 함께해야 했다.
 

의료봉사를 통해 어르신들을 진료하는 모습.
의료봉사를 통해 어르신들을 진료하는 모습.

의료 봉사는 오전7시30분부터 시작한다. 주말 휴일이건만 새벽6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그런데 봉사현장에 도착하면 어르신들이 벌써 대기하고 계셨다. 

이렇게 시작한 의료봉사가 해마다 6~7월경 한 달 동안 휴일을 이용해 펼쳐졌다. 지난 2016년 6월에 시작했으니 벌써 4년이 지났다. 지역별로는 강진군 작천면을 시작으로 옴천면·마량면을 거쳐, 지난해에는 도암면에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농촌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농사일에 바빠 몸이 불편해도 진료를 미루는 편이다. 주말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의료봉사를 마치고 나면 어르신들은 ‘시골에까지 직접 와서 진료해 주니 고맙다’며 진심으로 감사해 한다. 이런 어르신들의 환한 얼굴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피곤이 사라진다.

의료봉사를 마칠 때마다 느낀 것은 봉사를 받는 어르신보다 봉사를 하는 이들이 더 큰 행복을 얻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올해는 군청에서도 의료봉사단에 힘을 실어주었다. 매년 의료봉사단을 꾸려 땅끝까지 달려오는 병원장과 봉사단에 표창패를 전달하고 격려해 주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듯 종교는 다르지만 의료봉사를 통해 나와 남이 모두 더불어 행복해지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은 ‘모든 악을 저지르지 말고 선을 행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이다. 종교는 달라도 함께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 여긴다.

요즘 들어 포교사로서 강한 긍지를 느낀다. 의료봉사를 통해 쌓은 경험을 지역포교에 회향하는데 힘쓰고 있다. 강진 포교사회장과 강진불교대학 교학처장을 맡아 지역 군법회를 지원하고 있다. 강진의 포교는 강진의 포교사들이 앞장서도록 힘쓰겠다. 그리고 지역 주민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종교에 관계없이 이들과 서로 도우며 어디든 찾아갈 것이다. 벌써 내년 의료봉사가 기다려진다.

[불교신문3513호/2019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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