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약한’ 스님이 만들어가는 ‘영원한 평화’

충남의 대표적 포교도량
지역민에 아낌없는 보시
불교 미래 밝히는 귀감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영평사(주지 환성스님)는 지역을 대표하는 포교도량이다. 외양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이지만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절이다. 구절초 축제, 육군훈련소 수계법회,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등 사람들을 돕고 행복을 나누기 위한 보살행으로 늘 활발하다. 직접 살펴보니 포교 분야에서 영평사만큼 크게 베풀고 돌보는 사찰도 찾기가 어렵다.

반면 영평사 주지 환성스님은 특별한 원력이 있거나 거창한 미래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덤덤히 말했다. 다만 그저 스님이니까 당연히 포교하는 것이고 찾는 사람이 있으니까 무조건 포교하는 것이란 말이 더욱 신뢰감이 간다.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영평사 어린이여름불교학교.
구절초 축제를 앞둔 영평사의 가을녘.
사진 위부터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영평사 어린이여름불교학교. 구절초 축제를 앞둔 영평사의 가을녘. 논산 육군훈련소 병사에게 수계를 하고 있는 주지 환성스님.
논산 육군훈련소 병사에게 수계를 하고 있는 주지 환성스님.

영평사는 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로 6동의 문화재급 전통건물과 3동의 토굴을 갖춘 대한민국전통사찰 제78호 수행도량이다. 천하의 명당이라는 장군산 자락에서 시민들의 휴식과 불교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82일부터 4일까지 영평사는 수영장이 됐다. 여름방학을 맞아 23일 일정으로 어린이 여름숲속학교를 개설한 것이다. 사찰 경내에 튜브로 만든 풀장과 미끄럼틀을 설치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올해 30회째를 맞이한 어린이 여름숲속학교는 충남에서 손꼽히는 여름축제다. 대전과 세종, 청주, 공주지역에서 100여 명의 어린이들이 동참했다. 물론 서울에서도 온다. 수영장 물도 수돗물이 아니라 영평사에 흐르는 청정수로 채운 웰빙수영장이라는 사실이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일반 수영장 버금가는 시설에 가격도 저렴하니 말 그대로 가성비 갑이다.

부모와 자녀들은 사찰에서 흥겨운 피서를 즐기면서 불교도 배울 수 있다. 사찰의 기본예절과 미술로 만나는 부처님이야기, 택견 배우기, 전통 무용 배우기, 사찰음식 체험, 숲 체험, 퀘렌시아 스톤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면서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모닥불을 피우고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그윽한 여름밤을 즐길 수 있다. 종교도 재미가 있고 내 삶에 도움이 되어야만 믿는 시대다.

영평사 주지 환성스님은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사찰에서도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기억을 심어주는 주자는 것이 여름불교학교의 취지라며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미래세대에게 불교의 인연을 맺어주자는 목적에서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평사는 가을에도 북적인다. 영평사에 흐드러진 야생꽃인 구절초를 구경하고 구절초로 만든 음식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희고 고운 꽃송이들로 물든 영평사는 축제기간 동안 점심시간 사찰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구절초 국수를 무료로 제공한다. 구절초 차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단주 만들기와 부채 만들기, 연꽃 등 만들기, 구절초 비누 만들기, 구절초 페이스페인팅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년 7~8만 명의 찾아와 영평사의 가을을 만끽한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꽃 축제는 올 가을에도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영평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공간으로 일취월장했다. 직접적으로 돕는 활동에도 발군이다. 1987년 창건 이래 30여 년간 총 20억 원에 달하는 금전적 후원으로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펼쳐 보였다. 세종시 소재 중고대학생과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매년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 해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 60여 세대에 매회 300여만 원, 연간 1100여만 원 상당의 물품을 보시하고 있다. 공주교도소 법회와 재소자 위문을 위해 연간 1000만 원 이상을 쓴다.

공주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개설해 운영비와 장학금으로 연간 6000만 원 이상 지원했다. 군포교 원력으로 논산 육군훈련소를 비롯해 육군 32사단과 62사단 등에 매년 2000만 원 넘게 투여하는 중이다. 가을 구절초 축제 기간 장기면() 관내의 어르신들을 초대해 공양을 대접하고 문화공연을 선보이는 비용도 매년 500만원이 소요된다. 그야말로 사찰의 모든 살림을 이웃과의 나눔에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량의 힘은 신도들의 힘이기도 하다. 계층별 세대별로 그만큼 조직화가 잘 되어있기에 세상을 향한 자비의 손길이 많고 두터운 것이다. 영평공덕회는 영평사의 중심이자 여러 보살행들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총신도회로서 산하에 불교대학 다도회 은중회 연우회 염불회 다라니회 군포교사회 포교사단 청년회 마야회 어린이회를 두고 있다. 영평공덕회의 이념은 상구보리 하화중생.’ 위로는 염불참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불우이웃을 찾아 진정한 관심과 실천으로 그들의 어둠을 밝혀준다.

영평사는 종촌사회복지관의 운영사찰이다. 자원봉사는 영평사 신도들의 몫이다. 정기적으로 무의탁 환자와 노인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와 세탁으로 더 나은 삶을 돕는다. 염불화장학회도 모범적이다. 영평공덕회의 기본목적사업인 도제(불자인재) 양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2011년 고() 염불화 보살의 유가족들이 어머니의 유훈을 받들고자 힘을 보탰다. 이후 염불화장학회로 이름을 바꿨으며 더 많은 청소년들이 혜택을 입게 됐다.

청소년회 역시 영평사의 주력 불사다. 1998년부터 공주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며 전통문화 교육과 체험학습으로 미래의 주역에게 바람직한 품성을 심어주고 있다. 세종시로 편입되면서는 ()대한불교 청소년 교화연합회 공주지부와 공주시 위탁사업인 공주아동센터는 공주에 두고 ()금강청소년문화진흥원은 세종을 이전해 지역을 넘나드는 청소년계발활동에 여념이 없다.

이와 같이 영평사의 전법은 열정적이고 모범적이다. 종교인구가 줄어든다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환성스님의 전망은 낙관적이고 해법은 간명하다. “불교만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가르쳐주는 종교가 있던 가요? 출가자들이 잘하면 불자는 자연히 늘어납니다.” ‘영평사(永平寺)’의 뜻은 영원한 평화. 영평사는 오늘도 세상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 묵묵히 뛰고 있다.


■ 인터뷰/ 영평사 주지 환성스님

죽기 전에 10만 명은 꼭 수계하겠다

환성스님

환성스님이 영평사를 창건한 때는 1987년이다. 스님은 전국의 선방을 돌며 치열하게 참선 수행하던 수좌였다. 영평사 역시 처음엔 포교도량이 아니라 개인적인 정진처로 쓸 요량이었다. 그러던 중 공주불교사암연합회장을 등 떠밀려 맡게 됐다. 어쨌든 감투를 쓰게 됐으니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문득 신도들에게 밥 얻어먹고 사는 신분이니 이제는 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부처님오신날과 성도재일에 공주 신도들을 위한 큰스님 초청법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왕성한 포교를 자랑할 마음은 없다. 다만 나라도 해야지’ ‘나라도 하자는 소박한 마음뿐이다. 한번은 공주교도소 직원들이 오래서 갔는데, 투정을 들어야 했다.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예배를 열겠다고 하는 개신교 목사들은 너무 많아 일정조정조차 힘든 지경인데, 법회를 열겠다는 스님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한 달에 딱 4번만 와달라는 요청에 그러마고 했고 그 약속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스님이 먼저 재소자 법회를 열면 우리가 교대해주겠다던 스님들은 아직도 연락이 없다. 포교란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티는 별로 나지 않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의 물 붓기다. 빚져가면서 하는 일이지만 성격상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그냥. 마음 약해서 하는 거야.”

마음 여린 스님이지만 허약하지는 않다. “죽기 전에 딱 10만 명만 수계해주자. 부처님 제자로 만들자는 결심은 확고하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기여하려고 나온 것이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조차 세상을 도우려 나온 것이라는 스님이다. “하물며 출가자가 남을 돕는 일에 소홀해서 쓰겠는가라는 마음으로 헌신에 헌신을 거듭한다.

세종=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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