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가르침은 ‘지금 과학’의 대안이다”

기독교와 이슬람 화쟁 가능한가?
美학생들 “NO" 원효 화쟁 ‘관심’
서양 주류철학자 논쟁 참여 계획
용기있는 결정 후 성실히 임해야

지난 7월말 해인사승가대에서 특강을 하기위해 한국을 찾은 홍창성, 유선경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를 해인사에서 만났다.
지난 7월말 해인사승가대에서 특강을 하기위해 한국을 찾은 홍창성, 유선경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를 해인사에서 만났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말. 해인사승가대학(학장 무애스님)에서는 3일간 특별한 강의가 열렸다. 하안거를 맞아 홍창성·유선경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를 초청해 ‘불교철학 강의’와 ‘생명현상과 불교’라는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부부인 홍창성·유선경 교수를 지난 7월24일 저녁 해인사 홍제암 귀로난야(歸老蘭若)에서 만나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서양사회에서 명상이나 요가 등을 중심으로 불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홍창성·유선경 교수는 예전에 비해 동양문화와 불교철학에 매력을 느끼는 서양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립대에서 3년간 현응스님(조계종 교육원장)이 저술한 <깨달음의 역사>를 교재로 불교토론 모임을 이끈 홍창성 교수는 “불자뿐 아니라 이웃종교인들도 참여했는데, 1시간 예정한 토론이 3시간까지 이어질 정도로 호응이 컸다”고 밝혔다.

정규교과목인 ‘불교철학 강의’의 반응도 좋았다. 최근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란 책을 국내에서 출간한 홍창성 교수는 “수업을 시작하면서 5분 정도 실시한 입정(入定)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학생들이 대다수 였다”며 “커다란 체격의 서양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정에 든 모습은 이채로우면서 기특했다”고 부연했다.  “마음이 맑아졌다, 집중력이 좋아졌다, 차분해졌다는 강의평가가 많았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집에 가서도 입정을 일상화했다고 했습니다. 간혹 진도가 밀려 입정을 하지 않으면, ‘아쉬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죽비나 손바닥을 쳐서 입정의 시작과 끝을 알렸다. “혼자 불교 서적을 보거나, 아니면 ‘종교학개론’ 수업을 들은 인연으로 수강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낯선 불교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유선경 교수도 “유교와 불교 등 동양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강의 시간에 5분가량 입정을 하고,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틀어주면 호기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홍창성 교수가 강의시간에 중점적으로 전달하는 주제는 무아(無我), 연기(緣起), 공(空), 자비(慈悲), 열반(涅槃)이다.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토론을 진행합니다. 나머지에 대해선 스스로 책을 읽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홍 교수는 “학생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주제는 무아, 공, 천태, 화엄”이라면서 “한국불교의 선교(禪敎)논쟁과 원효스님의 화쟁(和諍)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기독교와 이슬람이 서로 화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단 한 명도 ‘가능하다’고 답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불교가 지닌 포용성에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서구사회에서 불교가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홍창성·유선경 교수는 “아직까지 불교 교리를 정확히 몰라서 그런지 동양문화나 불교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면서 “대부분 서구문화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있어, 대안보다는 ‘보완론’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불교 저변이 점차 넓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명상이나 요가 등 불교에 관심을 갖는 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만해도 포대화상을 부처님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구별하는 정도는 됐습니다.”

생명과학에서 철학으로 전공분야를 전환한 유선경 교수는 “‘유전자가 도대체 무언인가’를 지도교수들에게 질문했지만 아무도 근본적인 답을 주지 못했다”면서 “그 질문의 답이 생명과학 안에 없다는 것을 알고 철학공부를 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지금 과학’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주의와 실재주의 입장을 갖고 있는 과학은 DNA나 브레인을 중심으로 설명하는데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는 답을 못합니다.” 유선경 교수는 “그런데 불교는 연기(緣起)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과학’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생명과학에서 연기를 어떻게 설계 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향후 계획을 비추었다.

홍창성 교수는 “지금 중급 불교철학 책은 거의 썼고, 고급 불교철학 책은 반 정도 집필했는데 연말까지 완성할 계획”이라면서 “이 작업이 끝난 뒤에는 연기의 개념을 갖고 동서양의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기적로는 서양 주류 철학자들이 불교적 방법론과 개념으로 철학적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서양철학자들은 동양철학이 체계가 안 잡혔다고 봅니다. 저는 불교철학의 방법론과 개념을 갖고 서양 주류철학 논의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그들이 불법(佛法)의 중요한 가르침을 논의하게 만들면 얼마나 효과가 크겠습니까. 그런 계기를 만드는 작업을 조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이번 생은 크게 성공한 것이지요.”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에 대한 당부로 대화를 마무리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성실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기도 중요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용기 있게 결정한 다음에 성실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홍창성 교수의 특강을 해인사승가대 학인스님들이 진지하게 청취하고 있다.
홍창성 교수의 특강을 해인사승가대 학인스님들이 진지하게 청취하고 있다.

홍창성 교수
서울대 철학과 및 대학원 졸업, 미국 브라운대 박사학위, 현응스님 <깨달음의 역사> 영역(공역), SNS에서 ‘Yumaa Hill’이라는 이름으로 소통. <사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Buddhism for Thinkers)> 집필 중, <생명현상과 불교> 출간 예정, 저서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 현재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

유선경 교수
서울대 동물학과(현 분자생물학과) 및 대학원 졸업, 미국 브라운대 세포분자생물학 박사과정 수학, 텁스대 철학과 석사과정 수학, 듀크대 철학과 석·박사 학위, 현응스님 <깨달음의 역사> 영역(공역), 저서 <생명과학의 철학>, 현재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

해인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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