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청계사,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천도재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일, 불교계 앞장서
45명 위패 모시고 관음시식 등 의식 진행
성행스님 “원한 풀어내고 극락왕생 발원”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 관련 단체들
“뜻 깊은 자리 마련해줘 감사드린다”

의왕 청계사가 백중을 맞아 사회와 고립된 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마련했다.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영가에게 예를 올리는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 모습.
의왕 청계사가 백중을 맞아 사회와 고립된 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마련했다.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영가에게 예를 올리는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 모습.

분단된 한반도 그 어디에서도 쉴 곳을 찾지 못한 채 외롭게 떠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영혼이시여. 오늘 부처님의 크나큰 자비와 불자 여러분들의 기도 공덕으로 그간 맺혔던 한을 풀고 부디 통일조국에서 왕생하시길 기원합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이 고통이 없는 부처님의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발원하는 백중인 815. 이날 의왕 청계사(주지 성행스님)에서는 특별한 백중기도 회향 법회가 열렸다.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합동 천도재가 엄수되는 모습.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합동 천도재가 엄수되는 모습.

바로 자유라는 희망을 품고 대한민국의 땅으로 왔지만, 사회와 고립된 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합동 천도재가 엄수된 청계사 극락보전엔 외로운 영혼의 넋을 달래는 스님들의 간절한 염불소리로 가득했다.

이번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천도재는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일에 불교계가 먼저 나섰다는 점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과 청계사 사부대중들이 원력이 바탕이 됐다.

청계사 극락보전 한 켠에 마련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위패. 총 43명의 위패에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망한지 2달 만에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낸 40대 북한이탈주민 어머니와 어린 아들의 영가도 함께 모셔 의미를 더했다.
청계사 극락보전 한 켠에 마련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위패. 총 43명의 위패에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망한지 2달 만에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낸 40대 북한이탈주민 어머니와 어린 아들의 영가도 함께 모셔 의미를 더했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 지원기구 남북하나재단이 전국에 분산돼 있던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유골을 전용공간으로 이전하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에 청계사에서 흔쾌히 장소와 지원을 약속해 이날 천도재가 열리게 됐다.

이날 천도재는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43명의 위패를 모신 채 엄수됐다. 특히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망한지 2달 만에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낸 40대 북한이탈주민 어머니와 어린 아들의 영가도 함께 모셔 의미를 더했다.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은 "백중의 맞아 스님들과 불자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잘 전달돼 슬픈 영혼들이 극락왕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은 "백중의 맞아 스님들과 불자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잘 전달돼 슬픈 영혼들이 극락왕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은 관세음보살의 자비에 의지해 망인의 명복을 비는 관음시식 등을 직접 집전하며 정성을 쏟았다. 45명의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영가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축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고혼의 넋을 위로하는 청계사 대중 스님들이 염불과 목탁소리가 어울러져 현장엔 엄숙함이 감돌았다.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합동 천도재가 엄수되는 모습.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합동 천도재가 엄수되는 모습.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백중기도를 회향하려 청계사를 찾은 불자들도 북한이탈주민 위패에 예를 올리며 마음을 함께했다. 영산작법을 손수 배운 청계사 신도들로 구성된 승무단은 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바라춤과 살풀이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은 법문을 통해 오늘 내리는 비는 외롭고 쓸쓸했던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들이 쌓였던 한을 풀어내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생각한다“1년에 한번 지옥문이 열려 유주·무주 고혼들이 부처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백중의 맞아 스님들과 불자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잘 전달돼 슬픈 영혼들이 극락왕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외로운 영혼으로 떠도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준 성행스님과 청계사 불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외로운 영혼으로 떠도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준 성행스님과 청계사 불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천도재에 참석한 남북하나재단과 북한이탈주민 관련 단체들은 거듭 불교계에 고마움을 전했다.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외로운 영혼으로 떠도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준 성행스님과 청계사 불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오늘 우리가 바치는 기도가 죽은 자와 산 자,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서로 이어지는 평화의 고리가 되길 부처님께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천도재 관음시식 등을 직접 집전한 성행스님은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축원해줬다.
천도재 관음시식 등을 직접 집전한 성행스님은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축원해줬다.

국내 최대 북한이탈주민 단체인 숭의동지회의 강진 회장도 낯선 자유의 땅에서 의지할 사람 없이 외롭게 떠난 영혼을 기리기 위해 노력해준 불교계와 스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산작법을 손수 배운 청계사 신도들로 구성된 승무단이 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바라춤과 살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영산작법을 손수 배운 청계사 신도들로 구성된 승무단이 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바라춤과 살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의왕=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