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 종정예하 ‘국난극복’ 교시…종교계 첫 입장 발표 주목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진제 조계종 종정예하가 불교계가 앞장서 화합을 도모하고 국난 극복의 길을 열어갈 것을 당부하는 교시를 내려 주목된다. 무역 분쟁, 안보 불안 등 한일 갈등이 절정에 이르고 있는 시점에서 종교계 처음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국난극복 해법을 제시한 것. 이번 교시는 무엇보다 불교계 내부 사안에 대한 언급 보다 호국불교의 입장에서 국가 안보, 경제 문제, 나아가 세계평화와 관련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뜻 깊다. 

교시의 핵심은 동체대비. 진제 종정예하는 광복절을 앞둔 8월13일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한일 양국의 정치인은 상대적 대립의 양변을 여의고 원융무애한 중도의 사상으로 자성을 회복해 주길 바란다”며 “우리 불교는 국가와 민족의 구분 없이 동체대비의 자비실현과 사바세계 세계평화를 영구히 보존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이 미국, 중국 등 주변국 영향 또는 여야 갈등 등 바깥 경계에 휩쓸리지 않고 대립 보다 화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역사적으로 호국애민 정신을 지켜왔던 불교 전통을 잇는 특별 교시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진제 종정예하는 “불교는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로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아픔과 슬픔과 고뇌를 국민과 함께하여 왔다”며 ‘국난극복’에 대한 불교계 동참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교시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뜻도 함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종정예경실에 따르면 최근 진제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부산 해운정사에서 만나 한일 관계 악화와 그에 따라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 안보 문제 등에 대해 얘기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맞불작전을 내놓으며 양국이 전면전을 띠게 된 상황에 대해 결국 국민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공감을 나눴다.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종교계, 불교계가 나서 극단적 대립을 막고 주변 국가와의 갈등 속에서 우리나라가 흔들림 없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정 교시에 따라 종단은 지난 8월1일부터 종파를 넘어 전국 1만여 사찰에서 봉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축원’ 기도를 확대 및 지속하는 한편, 각 사찰마다 종정 교시를 알릴 수 있는 현수막을 게재하는 등 국난 극복을 위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10월29일부터 11월2일까지 중국 광저우 주하이(朱海)에서 열리는 제22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회의에서는 국가와 민족, 종단을 넘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한다.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종정예하 교시를 알릴 수 있는 홍보 활동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 번영을 바라는 축원 기도를 지속적으로 봉행할 것”이라며 “국민과 불자들 정성이 더해지면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을 담아 불교계가 앞장서 국난 극복과 화합의 길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제 종정예하는 8월13일 교시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에 불교계가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제39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모습.
진제 종정예하는 8월13일 교시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에 불교계가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제39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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